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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신세계, 노조 탄압 방식까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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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신세계, 노조 탄압 방식까지 똑같다"

[인터뷰]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 "직원들, '4계급' 나눠 관리"

지난 16일 민주통합당 노웅래·장하나 의원은 신세계 이마트 기업문화팀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광범위하게 미행·사찰·감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프레시안>은 18일 서울 영등포동 서비스연맹 사무실에서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을 만나 '사찰 문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전 위원장은 "삼성이나 신세계나 노조 탄압하는 과정이 똑같은 조직"이라고 말했다.

두 노조 간부들은 실제로 서로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은 2011년 7월 18일 삼성노조가 출범함과 동시에 해고됐다.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은 노조 설립 20일 만인 2012년 11월 17일에 해고됐다.

두 노조 간부가 사내 '노사협의회'에 출마하려고 했다가 좌절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노사협의회가 거의 매번 단선으로 치러졌다는 점은 물론이고, 심지어 노사협의회에 입후보하려면 사원 1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규칙마저 비슷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두고 전 위원장은 "불법적인 노동 탄압 문제는 이마트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 이마트 사측이 '노조 대응 문건'을 만들고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사원들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정황이 나왔다. 이마트 인사 관리자가 전수찬 위원장을 미행하라고 지시했는데, 문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전수찬 : 문건을 보면 4인 1조로 나를 미행한다는데, 지침이 기가 막히다. "(미행하는 사람 본인 차가 아니라) 친척이나 친구 명의의 차를 이용하라, 걸리면 절대 (회사에서 보낸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내가 감시당하는 줄도 몰랐다.

윤리적인 기업이라고 떠드는 회사,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하는 회사가 반윤리적이고 반인권적인 지시를 했다. 직원 개개인의 숨기고 싶은 비밀, 개인 정보까지 사찰했다. '이 회사가 노조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상식적이지 않은 수준이었다.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본인도 모르게 찍힌다?

프레시안 : 노조와 관계없는 사원들에 대한 정보도 광범위하다. 면담 결과에는 이른바 '문제 사원'들의 성향, 불만 사항, 심지어 연애 관계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다.

전수찬 : 문건에는 '면담 결과'라고 적혀 있는데, 어디 불러서 따로 면담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인사과 직원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어린데, 인사 파트장이 흡연실에 와서 커피 마시면서 "형님, 힘드신 점 있으세요?"라고 은근슬쩍 묻는다. 해당 사원이 "야, 인사제도 이렇게 바뀌었어?"라고 대답하면 곧바로 '문제 사원'이 되는 것이다.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바로 '문제 사원'이다. 그 문건이 발견되기 전까지 당사자들은 그런 발언이 문제가 될지 몰랐다.

회사는 사원들의 계급을 나눴다. MJ는 문제 사원, KS는 관심 사원, KJ는 가족 사원, OL은 여론을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다. OL은 다시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회사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사원, 또 하나는 회사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사원이다. 인사 파트장이나 팀장은 회사가 마련한 분류상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KJ) 사원'이더라.

이마트는 치밀하게 노조를 탄압했다. 나는 문건이 폭로되기 전까지는 '가족 사원'이 있는지 몰랐다. (회사는) '가족 사원'을 '문제 사원' 옆에 배치해서 그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정보를 캐냈다. 취업 사이트에 "일이 힘들다"는 글을 올린 것을 찾아내 수습사원을 퇴출한 것을 보면 도대체 회사의 사찰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놀랍다. 그냥 불만 없이 입 다물고 살아야 한다. (☞ 관련 기사 : 이마트서 <전태일 평전>은 '불온도서'…인권은 없다)

프레시안 : 노조 설립 전후로 전 위원장을 포함해 노조 간부 3명 중 2명이 해고됐다. 이마트 측은 해고가 사규에 따른 것일 뿐 노조 설립과는 관계없다고 했다. 또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인사 담당자 개인이 노조에 과도하게 대응했을 뿐, 회사 전체 방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전수찬 : 회사가 작성한 자료에 '노조를 만든다고 하면 징계 해고한다'는 내용이 있다(이마트의 인사 담당 기업문화팀이 2011년 6월 전수찬 위원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작성한 문건에는 "어떤 시점에서 이들이 세력을 결집한다고 하면 징계나 해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적혀 있다. <편집자>). 물론 회사는 노조 때문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노조(NJ) 대응팀' 문건은 전국의 150여 개 점포 점장에게 다 보냈다. 전국의 점포에 지시를 내릴 정도면 관리자 개인 차원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대응이다.

프레시안 : 노조를 만들 때 해고될 것을 각오했나?

전수찬 : 해고는 각오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고될 줄은 몰랐다. 노조를 만들고 회사 내부에서 활동하다가 해고될 줄 알았지, 노조 활동도 시작하기 전에 해고될 줄은 몰랐다. 회사에서 노조 설립을 미리 인지하고, 노조가 생기기도 전에 미리 나를 원거리로 발령했으며 이후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해고한 것인데, 사내에서 노조 활동을 못해서 아쉽다. (☞ 관련 기사 : 신세계 이마트, 노조 설립 20일 만에 노조위원장 해고)

프레시안 : 실제로 이마트가 노조 활동을 방해한 적이 있나?

전수찬 : (회사가) 노조 설립을 알리는 '1인 시위'를 방해하라고 지시한 문건이 나왔다. (이 지시는) 실제로 실행됐다. 대응조가 나와 1인 시위하는 내 사진을 찍어 갔고, 1인 시위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했다. (☞ 관련 기사 : 신세계 이마트 "자극적 단어로 충돌 유발하라" 지침 파문)

▲ 노조 설립을 알리는 1인 시위에 돌입한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 ⓒ이마트노조

프레시안 : 이마트에 노조가 생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수찬 : 이마트에 '노사협의회'가 있다. 회사가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를 사실상 지정해준다. 점포에서 단독 후보가 나가서 사원 찬반 투표를 한다. 그렇게 뽑힌 근로자 대표가 사원들을 제대로 대변하겠나? 그들은 인사 고과에서 최고 점수를 받고 진급하고 (회사에서 연수 명목으로 보내준) 외국 여행을 간다. 노사협의회는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한다.

나는 2008년부터 노사협의회가 잘못됐다고 문제 제기했다. 2010년 5월부터 12월까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마트 기업문화팀, 이마트 기업윤리팀, 최병렬 이마트 전 대표, 구학서 신세계 회장 등에게 7차례 이메일을 보냈다. '노사협의회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사협의회를 정상화시켜달라'고 했다. 회사는 비정규직 캐셔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줬다고 언론에 떠들었는데, 왜 캐셔들에게 노사협의회 투표권을 안 주나? 심지어 지금은 인력을 구조조정하려고 캐셔들은 다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뽑는다. 그때만 잠깐 정규직 시켜준 것이다. (2004년 연말 이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지만, 사측의 대량 징계와 계약 해지로 일주일 만에 노조가 와해된 바 있다. 2007년 6월부터 이랜드 비정규직 캐셔들이 집단 계약 해지에 맞서 노조를 만들고 서울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 파업을 벌였고, 2007년 8월 신세계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5000여 명을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편집자>)

프레시안 : 노사협의회가 사원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예가 있나.

전수찬 : 인사 제도가 바뀌면 노사협의회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 2012년 1월에 인사 제도가 변경됐다. 회사가 매니저급 사원 1500여 명 중 500여 명의 보직을 전환하고, 1000여 명을 일반 사원으로 강등했다. 강등된 사원들은 급여를 적게 받는다. 직책 수당 5-10만 원이 삭감됐다. 그렇게 제도가 크게 바뀌었는데 아무도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노사협의회는 침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는 매년 직원들을 권고 사직시킨다. 정리해고의 일환이다. 1년에 40-50명 정도 나간다. 이들은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매년 고용 불안을 느끼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문제 제기를 못한다. 회사에서 작년 하반기에 '권고 사직'을 또 하겠다고 얘기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00명이 잘린다는 소문이 매장 내에서 돌았다.

현재 권고 사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가 생기고 나니 회사가 당장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본다. 여론이 나빠지면 사원들이 노조에 가입할까봐 회사에서 (권고 사직을) 보류했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이마트노조의 힘일 것이다. 아무리 소수 노조라도 (회사로서는 노조가 생긴 게) 걱정스러울 것 아닌가.

"노사협의회에 출마하려 했더니 후배들이 울면서 한 말이…"

프레시안 : 앞서 2010년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마트 기업문화팀, 이마트 기업윤리팀, 최병렬 이마트 전 대표, 구학서 신세계 회장 등에게 노사협의회를 바로잡아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런 행동을 하면 안 찍히겠나?

전수찬 : 원래 찍혔다. 2006년 이마트가 월마트를 인수했을 때 나는 월마트 노사 대표였다. 회사가 넘어갈 때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회사에서는 월마트가 이마트로 넘어오기 전에 이미 나를 '문제 사원'으로 찍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폭로된 회사 문건을 보면 나에 대해 "월마트 넘어올 당시 노사 대표로서 강하게 문제 제기함"이라고 적혀 있다.

사실 이전에 노사협의회에 진입하려고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회사에서 못하게 했다. 2008년에는 노사협의회 회칙상 입사한 지 2년이 안 되면 출마할 수 없다고 했다. 2010년에 출마하려 하니 선거 직전에 회칙이 바뀌었다. 원래 한 점포당 10명의 추천을 받아야 했는데, 부서별로 10명씩 받아오라고 했다. 선거에 나가려고 오전에 동료 10명에게 추천을 받았는데, 당일 오후에 후배들이 나에게 와서 "(추천 명단에서) 내 이름을 지워 달라"고 울면서 말하더라.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이 있었던 것이다.

후배들의 이름을 빼고 다른 부서까지 합쳐서 겨우겨우 10명 명단을 채워서 회사에 추천서를 제출하러 갔더니 관리자가 (부서별로 10명 추천을 받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출마 자격은 없지만, 추천 명단을 제출하라고 하더라. 회사로서는 (추천 서명을 하지 말라고) 사원들에게 그렇게 겁을 줬는데 누가 나를 추천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내가 명단을 못 내겠다고 했더니, 관리자가 "명단을 외부로 가지고 가면 징계하겠다"고 협박했다. 이게 징계 내릴 사항인가?

노사협의회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부적인 해결을 원했는데 해결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2010년 말부터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것은 2012년 1월부터였다. 서비스연맹 관계자와 만나서 노조 설립을 준비했다. (노조 설립 신고를 마친 때는 2012년 10월 29일이었다. <편집자>)

프레시안 : 2011년 7월 삼성그룹에도 노조가 생겼다. 하지만 삼성노조가 출범한 첫날에 바로 조장희 노조 부위원장이 해고됐다.

전수찬 : 노조가 생기고 나서 삼성노조 관계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노조가 생긴 과정, 탄압받는 과정을 설명하니 삼성노조 사례와 유사하다고 하더라. 삼성이나 신세계나 똑같은 조직이구나 싶었다. 범(凡)삼성가 아닌가.

또 다른 삼성 해고자는 "사실은 삼성은 이 정도로 세련되지 못하게 (노조를 탄압)하지는 않는다. 삼성은 더 치밀하게 대응하는데, (신세계처럼) 무조건 해고하는 방식은 세련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더라.

"기업문화팀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조직"

프레시안 : 이번에 폭로된 문건에 대한 노조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가.

전수찬 : 우선 이마트는 부당 해고한 노조 간부 두 명을 원직 복직시켜야 한다. 또한 교섭에 성실히 응해서 노조와 단체협상을 체결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나 회사에 교섭을 요청했는데도 답변이 없다. (교섭을 회피하기 위해) 아마 곧 페이퍼 노조가 생길 것 같다.

회사는 (이번에 사찰 문건을 만든) 기업문화팀이 "사원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불편 사항을 접수하는" 조직이라고 해명했다. 기업문화팀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조직이다. 불편을 말하면 찍히는데 어떻게 불편 사항을 접수하나? 회사는 기업문화팀을 해체하고 정상적인 인사 조직만 남겨야 한다. 그래야 이마트 노조는 회사와 동반자로서 상생할 수 있다.

회사는 (사찰에 대해) 일부 인사 담당자가 자의적인 판단을 했다고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한다.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이마트'가 되겠다고 했지만,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회사는 여론화 작업을 펼 것이다. '경제 상황도 어려운데, 노조는 불순분자다. 너희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할 것이다. 노조와 사원들을 격리시키려 할 것이다. 현장이 위축될까봐 걱정이다.

프레시안 : 노조 위원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전수찬 : 우선 희망퇴직부터 막고 싶다. 체불 임금도 받을 계획이다. 현재 노조에서 고용노동부에 통상임금 관련 진정서를 넣어 놨다. 고용노동부 지침을 보면 '직책 수당'과 (삭감된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마련한) '조정급'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그런데 회사 연봉계약서에는 직책 수당 5-10만 원과 조정급 30여만 원이 통상임금에서 빠져 있다. 직책 수당과 조정급이 통상 임금으로 인정받는다면 엄청난 체불 임금이 생긴다. 연장 근로수당, 휴일 근로수당, 심야 근로수당, 퇴직금은 통상임금을 근거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체불 임금은 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사람에게만 주는데, 노동부 판정이 나와서 이기면 나머지 사원들에게도 체불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활동이 걱정스러우니 회사는 노조를 못 만들게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 달라.

전수찬 :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할 것이라고 발표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바뀌는 그날까지, 비정상인 상황을 정상으로 만들 때까지 싸울 것이다.

인수위에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이마트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유통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반인륜적이고 불법적인 노동 탄압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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