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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켓 발사, 한국 대선에 미칠 영향은?

[정욱식의 '오, 평화'] 북한 로켓 발사의 의도와 파장

북한이 12일 오전 9시 51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고 국내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기술적 결함과 강추위로 발사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온 것에 비춰볼 때 뜻밖의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 로켓의 1단계 추진체는 변산 반도 서쪽으로 떨어졌고, 2단계 추진체는 필리핀 해상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통보한 낙하 예상지점과 비슷한 위치이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도 오전 11시23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운반로케트 '은하 3호'를 통한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의 발사가 성공했다"며 "위성은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안보리 대응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광명성 3-2호'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그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강경책을 주도해온 한국과 일본 정부는 즉각 긴급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곧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4월 광명성 3호 발사 직후 의장성명을 통해 추가 발사시 자동적으로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다는 '방아쇠(trigger)' 조항을 명시한 바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응과 관련해 관심의 초점은 그 형식과 수위이다. 우선 2009년과 올해 4월처럼 의장성명 수준의 형식을 채택할지, 아니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의안 형태를 채택할지가 주목된다. 또한 제재의 수위도 금융제재와 해운제재를 포함한 고강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일부 제재 조항을 추가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지도 관심사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열쇠는 북한의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판하는 데에는 동의하겠지만 과도한 대응은 상황을 통제불능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냉정과 자제'를 촉구할 전망이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2기도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의 로켓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추가 제재가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는 했지만, 강경 대응이 야기할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맞대응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응과 맞대응이 악순환을 형성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통제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고, 이는 이란 핵문제와 시리아 사태 대응 등 미국의 우선순위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 지난 4월 북한이 광명성 3호를 쏘아올리기 위해 서해위성발사장에 설치했던 '은하-3' 로켓의 모습 ⓒAP=연합뉴스



한국 대선에 미칠 영향은?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미칠 영향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는 작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 발사가 미칠 영향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부동층의 향방이다. 보수 언론의 주도 하에 대북 강경 여론이 커지고 이에 편승한 새누리당의 강경 대응론이 득세할 경우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 및 이번에도 확인된 정보 판단 실패론이 제기될 경우 박 후보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또 하나는 투표율에 미칠 영향이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율이 낮을수록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는 소폭이나마 투표율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로켓 이슈가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고 이는 대선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섣부른 예단은 피해야하겠지만, 북한의 로켓 발사가 박근혜 후보에게는 호재로, 문재인 후보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어제 만난 중국의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은 '남한 대선 개입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의도는 이명박 정부나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는 북한 내 강경파가 박 후보를 돕기 위해 무리하게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의 타당성을 떠나 북한의 로켓 발사는 남북한 강경파 사이의 적대적 의존관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은 분명히 높아 보인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독재자의 딸과 아들'이라는 국제사회의 조롱어린 시선도 커질 수 있다.

2012년의 코리아의 이미지가 박정희와 김일성이 남북관계를 악용해 영구 집권을 꿈꿨던 1972년과 오버랩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퇴행과 발전 사이에서 운명적 선택을 해야 할 몫은 우리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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