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겐 천안함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16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열린 '사회속의 과학'이라는 학회에 다녀왔다. 과학문명이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있는 현대사회에서 과학의 의미를 조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는 과학자들과 비과학자 전문가들의 모임이었다.
학회에서 참가자들은 각자의 전문성에 기초해 과학과 사회의 소통을 이야기했다. 필자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과학적 조명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천안함 사건은 과학과 정치, 언론 등 사회의 모든 단면이 얽힌 사건의 표본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난지 벌써 2년반이 넘었으나, 아직 침몰 원인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단순좌초설, 좌초 후 기뢰폭발설, 좌초 후 충돌설 등 여러가지 가능성들이 제시되어 왔다. 진실이 드러날때까지 그 가능성들에 대한 과학적검증이 부단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이제까지 많은 전문가들과 상식인들의 노력에 의해 밝혀진 것이 하나있다. 합조단이 내세웠던 북한어뢰설은 과학적 데이터 조작에 의한 허위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그 과학적 허위가 진실인양 언급되고 있다. 필자가 철들어 학교를 다니던 1970년~80년대가 연상되는 현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에 의해 민주화 시대로의 첫 걸음을 내딛은 지 벌써 20년이 훨씬 지났고, 두 번의 민주정부를 경험했던 한국사회에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몇 주 전, <조선일보>와의 두번째 싸움과 관련해 필자의 변호인인 최강욱 변호사로부터 <조선일보> 측 변호인단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말도 안되는 반론을 받았다. 그 <조선일보> 변호인들은 필자가 <조선일보>와 2011년에 시작한 첫번째 소송건으로도 상대를 하고 있는 변호인들이다. 두번째 소송은, 필자가 지난 3월 말 천안함 2주기를 맞아 <나는꼼수다>에 출연한 직후에 <조선닷컴>의 조 모 기자가 쓴 필자에 대한 허위기사에 대한 소송이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에 '인간어뢰' 보도와 같은 북풍몰이에 힘써왔던 조선일보사가 사건 발생 1주기와 2주기때 필자의 과학자로서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기사를 발행하여 시작한 소송건들이다. 두 번 다 필자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며 필자를 실력 없는 사이비과학자로 몰았다.
몇몇 지인은 힘 센 <조선일보>를 상대로 뭐하러 헛수고를 하느냐, <조선일보>에 안좋게 보이면 나중에 손해 볼텐데 하는 충고를 했다. 허나, 필자는 인생에서 바라는게 별로 없다. 좋은 과학자라는 평 밖에는. 과학을 하는 학자로서 성실히 연구하고, 연구결과는 사실대로 양심적으로 발표하여 온 것이 필자의 과거 20년의 삶이다. 이 명예는 필자의 존재의 중요한 근간이다. 아무리 힘이 세다는 <조선일보>도 가만히 둘 수는 없다.
좀 길더라도 <조선닷컴>의 문제기사가 왜 날조인가를 설명해야겠다. 4월 2일에 공개된 <나꼼수> 천안함편에서 필자는 합조단이 제시한 모의폭발에서 나온 하얀 시료의 EDS(에너지분광분석)데이터는 과학적으로 조작임이 분명하다는 발언을 했다.
과학적 근거로는, EDS데이터에 나온 '알루미늄 대비 산소의 시그널 비율'을 유일하게 언급했다.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온 시료(C)는 산화알루미늄(Al2O3) 이라는 흡착물질이어야하고, 따라서 알루미늄 대비 산소의 시그널 비율은 0.25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합조단보고서가 제시한 C의 EDS데이터에는 그 비율이 0.9로 나와 있다.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데이터이다. 합조단이 왜 그런 데이터를 제시했을까. 합조단이 제시한 다른 두 시료들 (천안함(A)과 1번어뢰(B)에서 추출한 하얀시료)의 EDS 데이터에 그 비율이 0.9정도 나왔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두 독립적인 지질학자(캐나다 매니토바대 양판석 박사와 안동대의 정기영 교수)는 시료 A와 B가 폭발에 상관이 없는 알루미늄수화물계열인 아시(Al4(OH)10(SO4).x(H2O))라는 침전물질이라고 밝혔다. 이 침전물질인 A와 B를 폭발의 증거라고 주장하기 위해, 합조단은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질 C의 EDS데이터를 A 와 B의 데이터와 똑같이 바꿔치기한 것이다. 필자는 2010년 6월 부터 줄곧 이 합조단의 데이터조작사실을 주장하며 모의폭발실험을 다시 하라고 이명박 정부에 요구를 해왔다. 그런데 묵묵부답이다. 피노키오의 코가 이미 석자나 길어졌을 텐데 더 길어질까봐 겁내는지 모른다.
문제의 <조선닷컴> 기사로 돌아가 보자. 그 기사에는 필자가 <나꼼수>에서 "천안함 선체의 흡착물(A), (프로펠러를 가진) 어뢰 파편의 흡착물(B), 합조단의 모의 폭발 실험물질(C)을 에너지분광분석(EDS)으로 분석하면 C에는 황이 있지만, A, B에는 황이 없는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며 "결국 천안함이 폭발로 침몰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고 썼다.
내가 만일 그런 엉터리 주장을 했다면 누가 날 사이비과학자라 해도 할 말이 없겠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독자들께서 직접 <나꼼수> 천안함편을 들어보시라. 완전한 날조기사다. 소설도 이런 조잡한 소설이 없다. <조선일보> 변호인단의 반론에도 똑같은 허위문장이 되풀이됐다. 그 기사를 쓴 기자나, 변호사들이나 <나꼼수> 천안함편을 들어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허위기사를 써대는 신문이 소위 주류언론인 사회는 썩은 사회다. 왜 이런 명백한 허위기사를 뻔뻔하게 계속 쓸 수 있을까. 양심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법부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소송건은 1심에선 <조선일보>의 명백한 거짓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명령했다.
그런데,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는 이를 뒤집고 <조선일보>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런 엉터리 판결로 사법부가 힘 센 조선일보사 편을 들어주는데, <조선일보>가 무엇하러 사실보도를 할 필요를 느낄까. 허위기사로 한 사람의 명예를 짓밟아도 사법부가 알아서 자기편을 들어 주는데. 그러니 그 후에 <조선닷컴>이 날조기사를 쓰는 것 아닌가. 대법원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이 있을까.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내년엔 한국사회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 안되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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