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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은 '1인용'이 봇물, 그런데 복지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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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은 '1인용'이 봇물, 그런데 복지는 왜?"

[이제는 '성평등 복지'다]<2> 독립과 연대로 준비하는 노후

홀로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 1인 가구는 23.9%로 전국의 네 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였고, 2035년에는 34.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시장에서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 생산이 주목을 받는다. 마트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1인 가구를 위한 소규모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했으며, 가전제품도 1인 가구를 위한 싱글 가전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얼마나 소비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골드미스, 골드미스터가 주목을 받았지만 골드집단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다수의 1인 가구는 불안한 빈곤층을 형성한다. 서울시 1인 가구에 대한 2008년도 조사에서 1인 가구의 45%는 100만원 미만 소득자였다.

30~40대 1인 가구의 증가는 1인 가구 비율의 증가를 이끌고 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증가한 1인 가구의 42%가 30~40대였다. 무엇보다 30~40대 비혼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30~40대 비혼은 자발적 선택보다는 비자발적 사유로 결혼을 하지 않은 비율이 많으며, 그 이유는 경제적 문제, 결혼이 주는 역할 부담의 문제가 주를 이룬다. 이 글은 30~40대 1인 가구의 증가가 새로운 소비계층의 출현이거나 새로운 복지 대상의 출현을 넘어서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부양과 돌봄의 복지체제를 개편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음을 말하려고 한다.

빈곤한 1인 가구, 복지를 묻다

1인 가구의 증가, 특히 30~40대 1인 가구의 증가는 복지 정책의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가정되어 온 인생의 경로는 남성과 여성은 성인이 되면 소득활동을 하고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가족 안에서 상호 부양과 상호 돌봄을 나누면서 생을 보내는 것이다. 때문에 복지의 주 대상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데 특별한 사정으로 가족으로부터도 부양과 돌봄을 받지도 못하는 대상이었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장애인이 대표적이고, 한부모 여성 가구주 역시 경제적 취약성을 이유로 복지 대상이 되었다.

복지 대상이 주로 가족으로부터 부양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예외적 소수였던 반면, 30~40대 1인 가구 증가는 가족 구성의 진입단계에서부터 가로막힌 새로운 집단의 등장을 보여준다. 이들은 노동 가능한 생산 연령 동안에 불안정 고용으로 경제적 취약성을 경험하고, 친밀함을 나눌 파트너나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 형성 또한 어렵게 된 집단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아동이나 노인이 아니지만 보살핌의 관계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정서적 취약성 속에서 1인 가구가 맞이할 노후의 미래는 개인들에게도 사회 전체에게도 밝지 않다.

그간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주로 이들을 제도 결혼으로 흡수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이었다. 결혼하는 남녀를 위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신혼부부에게 보금자리 주택 신청의 우선권을 제공하거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미혼 남녀를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 예이다. 이런 접근은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 30~40대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 중심의 부양과 돌봄의 체제를 질문한다. 가족을 통한 부양 부담이 완화되고 성별분업의 돌봄 체계가 변화하지 않으면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립의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족 중심 부양 체제를 넘어서기

경제적 부담은 남녀 모두 결혼을 지연시키거나 기피하는 이유이다. 경제적 부담은 결혼으로의 진입단계와 결혼 유지 단계 모두에 해당한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는데 드는 평균 결혼비용은 약 1억 1천만원이고, 남성들은 특히 집 마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낀다. 결혼 후에도 배우자에 대한 상호 부양, 자녀, 부모 등 혈연 가족에 대한 부양 부담 등은 개인이 부과하는 경제적 부양 부담은 적지 않다.

고용유연화 전략이 확대됨에 따라 남성 노동자의 38.7%, 여성 노동자의 59.8%가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산업별로 최대 211.5%까지 차이가 나고 평균적으로 126.9%의 임금격차를 보인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12). 이러한 경향은 경제적 불안정성이 확대됨에 따라 가족 부양의 역할을 사실상 하기 어려운 경우가 증가하고 있음을 말한다. 가족이 경제적 부양 역할을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이 된 반면 부양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남녀 모두 배우자 조건에 대한 선호에서 '성격'이나 '신뢰와 사랑'과 같은 내적인 가치보다는 상대방의 경제력에 대한 선호도가 보다 높아지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보건복지부의 2005년과 2009년 <전국결혼 및 출산동향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남성이나 여성 모두 2005년에 비해 2009년에 배우자에 대한 '경제력'과 '직업'과 같이 경제적 조건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반대로 '신뢰와 사랑', '성격'에 대한 선호는 크게 하락한다. 이런 선호가 파트너의 경제적 조건이 보다 중요해질 정도로 현재의 개인들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이는 미혼남녀들이 파트너십을 이루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 자료: 보건복지부, 전국결혼및출산동향조사(2005, 2009)


배우자 상호간의 부양뿐만이 아니라 자녀나 부모 등 혈연가족에 대한 부양책임을 고려하면 경제적 불안정성 속에서 개인이 가족 결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경제적 부담의 크기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2011) 결과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여성 노인의 28.8%, 남성 노인의 34.1%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노인들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이 박탈된 것에 비관하여 자살하는 노인들의 사례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가족부양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는 부재한 상황에서 집값은 상승하고, 경제적 불안정성은 가속화되는 물리적 조건에서는 개인들이 혼인을 통한 파트너십 형성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남성들은 집값이나 경제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여성들 역시 남성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개인들이 복지 공백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성별분업의 돌봄체제를 변화시키기

산업화 시대의 근대적 핵가족은 남성 생계부양자와 여성 전업주부의 역할분업으로 구성된 가족 구성이다. 이런 구성은 단순히 역할이나 의식에만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의식의 차원에서는 상당 부분 변화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현실은 여러 가치 측면에서 변화의 지체 양상을 보여준다. 미국의 사회학자 혹쉴드가 '지연된 혁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여성이 공적 영역으로 진입함으로써 성별분업체제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과 달리 남성이 사적 영역으로 개입은 더디게만 진행된다. 또 남성과 여성의 의식이 변화했다고 해도 현실의 물리적 조건이 수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별분업의 돌봄체제 변화가 어떻게 지체되고 있는가를 몇 가지 점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여성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많은 여성들이 계속해서 돌봄 역할의 담당자로 회귀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남녀 모두 여성이 결혼이나 육아와 상관없이 일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높아졌다. 실제로 한 취업포탈사이트가 20-30대 남녀 직장인을 상대로 맞벌이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남녀 직장인 78%가 맞벌이를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흥미롭게도 여성의 '일 지속'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은 집단은 미혼 남성 직장인으로 여성의 '일 지속'에 대한 선호에서 여성보다 미혼 남성의 선호가 높았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제시한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육아부담'이다. 남녀 모두의 기대가 달라진 것과 달리 여성들은 여전히 육아 부담의 1차적 담당자이다.

둘째, 가구 내 가사분담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지체이다. 2010년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서 가사분담 방식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남성 31.2%, 여성 42.2%로 나타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부인이 주로 담당한다는 응답과 부인이 주로 담당하고 남편도 분담한다는 응답을 더하면 거의 90% 가까이가 되고 있어서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여성이 주 가사담당자로 역할 한다.

▲ 가사분담에 대한 견해 및 실태. 자료:통계청, 사회조사(2010)


노인에 대한 보살핌에 대해서도 의식과 현실의 차이가 있다. 2010년도 조사에서 65세 이후에 자녀와 동거하기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87.4%가 같이 살기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1년 노인 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수발율은 남성 87.4%, 여성 70.9%였으며 수발자는 가족원이 다수를 차지한다. 노인 보살핌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가족 내 여성의 역할을 통해서 수행되고 있다.

독립과 연대로 준비하는 노후

경제적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성별분업 변화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구 단위의 부양과 보살핌의 체제는 가족을 강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족 구성원들 간의 유대 관계를 어렵게 하도록 작용할 수 있다. 30~40대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이 약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 구성 방식의 변화에 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여전히 성별분업체계에 근거한 부양과 보살핌의 책임단위로 역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지체양상은 빈곤한 30~40대 1인 가구 증가 현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새로운 취약 집단을 형성한다. 가족 단위 복지 체제에 대한 문제 지적이 모든 사람이 독립자로 존재하는 철저히 개인화된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가족단위 복지체제로부터의 전환은 경제적 계층적 결합이 아니라 관계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파트너십과 공동체의 생성 가능성을 좀 더 밝게 할 것이다.

1인 가구 증가가 제기하는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표피적인 대응을 넘어서 다음 두 가지 접근이 요청된다. 첫째는 가족이 부양과 복지의 단위가 되는 방식을 개인을 단위 체제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둘째는 돌봄의 공공성 강화와 더불어 개인들 간의 다양한 보살핌의 관계망이 결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 단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평등한 고용의 실현과 보살핌 노동의 가치평가 제고가 될 것이다. 성별임금격차는 남성 생계부양자 체제를 통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여성이 생계 보조자라는 가정을 통해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여성 일자리의 낮은 가치평가와 여성 일자리의 불안정성은 다수의 여성을 빈곤계층으로 전락시키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또한 가구 단위로 주어지는 복지 수급권이 개인 단위로 전환되어야 한다. 1인 1연금 정책, 국민기초생활수급권의 부양의무자 제도 축소, 국민건강의료보험제도 등 제도 개선을 통해 한 개인이 생산 가능한 때에 노동하고 노동이 가능하지 않은 때에도 가족이 아니라 제도가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1인 가구의 증가가 보여주는 현상은 성별분업에 기초한 규범적 가족이 보살핌 관계망으로서 역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가족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나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성애적 혼인 중심적 가족 구성과는 다른 친밀성의 관계망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형태로 친밀성의 결사체가 결성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 필요할 때 보살핌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보살핌을 줄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다. 1인 가구를 제도 가족으로의 편입시키거나 1인 가구를 특별히 지원하는 것을 넘어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어내고, 공동체 결성의 가능성을 높이고,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 하는 등 돌봄의 모델이 다양하게 인정되고 지원되어야 한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제안하는 성평등복지국가 정책과제

1. 1인 1국민연금제

복지제도의 기본단위를 가족으로 설정하는 배경에는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이 돌봄과 양육을 맡는 가족이 표준이라는 인식이 있다. 성평등한 사회라면 성역할을 넘어서, 개개인의 자립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복지제도가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정책 과제로는 국민연금 가입구조를 가족단위(현재 국민연금은 남편이 국민연금 가입자일 경우 전업주부인 배우자는 가입 대상에서 자동 제외된다. 1가구 1연금제인 것.)에서 개인단위로 개편하는 '1인 1국민연금제'가 있다.

2. 생활연대협약법 제정

사회의 기본단위를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꾸자는 것이 곧 가족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아니다. 오히려 성평등복지국가는 가족의 개념을 성역할 규범 너머로 확대하는 사회, 결혼에 한정되어 있는 돌봄 연대 가능성을 결혼 밖으로 확장하는 사회여야 할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결혼만이 아니라, 성별과 상관없이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는 관계라면 당사자들의 신고로 가족과 같은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생활연대협약법 제정'이 그래서 중요한 정책과제로 꼽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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