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이력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문 후보는 학자이고,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유학파다. 이 후보는 30년간 교편을 잡은 국어교사고, 오랜 기간 노동운동 현장에서 칼바람을 맞았다.
이번 선거는 1년 반의 짧은 임기를 두고 하는 경쟁인데다, 정권 교체와 맞물리는 까닭에 겉으로 드러나는 '진보-보수' 프레임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어느 후보든 재선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는 만큼, 대선후보들의 득표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유권자들이 필연적으로 차기 대통령의 교육철학과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두 교육감 후보를 연달아 만났다. 공평을 기하기 위해 양자에게 공통 질문 7개를 던지고, 그에 따라 후보별 질문을 맞춰갔다. 공통 질문은 ①상대 후보 평가 ②전임자 평가 ③내가 바라는 서울 교육 ④학교폭력에 대한 입장 ⑤남은 임기 동안 할 일 ⑥대선후보 교육정책 평가 ⑦교육감 선거에 대한 시민관심 제고 방안이다.
우연찮게 두 후보 모두 현재 서울시교육감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안정'을 꼽았다. 그러나 진단은 확연히 달랐다. 문 후보는 자신의 이력과 교육학자로서 전문성을 내세웠고, 이 후보는 교육정책의 연속성 유지와 현장과의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평동의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이수호 후보는 '곽노현식 개혁의 계승'을 강조했다. 보궐선거에 당선된 교육감의 책무는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정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라는 이유다. 이 후보의 사무실은 곽 전 교육감이 선거 당시 쓰던 곳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는 실제 교육 현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신이 더 좋은 교육감 후보자라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과감한 주장도 내놨다. 사교육 문제 해소를 위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의 난이도를 낮추고, 영어는 선택과목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교육자치 확립을 위해 중앙정부와도 싸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사 게재는 인터뷰가 일어난 날짜에 따라 이수호-문용린 순으로 진행한다. 인터뷰는 성현석 <프레시안> 기획취재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시행착오만 겪는 사이에 학교는 어려워질 대로 어려워졌다. 이런 걸 보다 못해 나섰다. 이번에는 저와 같은 사람이 교육감이 되는 게 역사의 순리고, 이 사회의 요구가 아닌가." ⓒ프레시안(최형락) |
"나는 현장 잘 알고, 문용린 후보는 문제 있다"
프레시안 : 거물을 상대하게 됐다. 문용린 후보에 대해 평가해 달라.
이수호 : 그 분이 오랜 기간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오려 한 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평가한다. 다만 그 분의 이력이나 행적을 보면서 저와의 차이점을 유추할 만한 부분은 있다.
문 후보는 교육학을 전공하고, 외국에서 유학하고, 서울대 교수로서 학자적인 부분을 갖추셨다. 아주 보수적이진 않은, 상당히 중도적인 태도를 지니셨기에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으로 발탁된 것 아니겠나. 그러나 굉장히 단기간(6개월)에만 머물렀다. (장관 시절) 영어교육이나 사교육에 대한 관점이 전혀 서민적이거나 대중적이지 않았다. 치열한 공복의식, 전문가에 걸맞은 도덕성을 갖추는 데는 좀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더 안타까운 건, 민주 정부에서 각료를 지내셨던 분이 이번에는 아주 보수적인 입장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중요 요직을 맡으셨다(편집자 : 문 후보는 서울시교육감 보궐 선거에서 보수 진영 후보를 단일화한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이하 추대위)'가 예비후보 9명을 면접하기 직전까지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보수 진영의 추대위를 보면 극우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런 단체의 추대를 받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새누리당에서 역할을 하다가 교육감 후보가 된 것도 문제가 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정치적인 뭐랄까, 술수와 같아 보인다. 새누리당이 교묘하게 이 분을 그쪽 후보로 만들려 했고, (그걸 문 후보가 알고) 그 속에 자신이 편입돼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감 후보로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반면 저는 30년간 평교사로 지내왔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교사를 하면서 현장에서 울고 웃었다. 현장에서 직접 본 우리 교육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운동에 나섰고, 전교조를 결성했다. 위원장까지 지내면서 나름대로 지도력을 쌓았다. 그 뒤에 노동운동이나 진보정치운동까지 했지만, 당시도 교사의 신분에서 그 일을 했다. 정치를 바로잡는 게 교육도 바로잡는다는 생각의 연장선상이었다. 그런 활동(정치 활동)이 끝날 때마다 저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지금 우리의 학교가 너무 힘든데, 그 이유가 교육관료들이나 외국에서 공부해 온 분들이 자신의 이론을 그냥 실험하듯이 현장에 정책으로 내려 보내서다. 시행착오만 겪는 사이에 학교는 어려워질 대로 어려워졌다. 이런 걸 보다 못해 나섰다. 이번에는 저와 같은 사람이 교육감이 되는 게 역사의 순리고, 이 사회의 요구가 아닌가.
이미 강원도와 광주에서 그 지역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교육감을 맡고 있다. 아주 잘 하신다. 현장을 알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큰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
프레시안 : 강원도, 광주 등의 선례가 있으니 전교조 출신이라는 이수호에 대한 사회의 불안함도 불식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수호 : 그렇다.
"내 정체성은 전교조"
프레시안 : 대중은 전교조에 반감이 있다. 과거 전교조는 불미스런 성폭력 사건에도 연루됐다.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학부모의 상당수도 자식 교육에서는 경쟁을 지향하는 면이 있다.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건가?
이수호 : 나는 누가 뭐라 하든 전교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전교조와 전교조가 행한 운동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고 싶은 생각이 있다. 우리 교육의 어려움을 바로 잡고자 교사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시작한 운동이 참교육 운동이었고, 그 핵심 주체가 전교조다.
지적하신 극소수의 문제가 있었지만, 전교조가 우리 교육에 기여한 공이 크다. 지금도 과도한 경쟁 중심 교육을 견제하면서 공동체 교육,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혁신학교 교사의 중심은 대부분 전교조 조합원이다. 보수언론, 극우보수세력에 의해 왜곡됐지만, 전교조는 우리 교육의 가장 핵심 개혁주체이자 희망이다.
프레시안 : 학교야 말로 양극화의 현장이다. 정규직 교사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된 반면, 학교 비정규직은 열악한 환경에 신음한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수호 : 심각하다. 학교는 한국 사회에서 섬처럼 고립돼 있었다. 좋게 얘기하면 성역이 됐다. 그러다보니 그 안에서 일하는 다양한 분들이 학교라는 성역 속에서 소외당하고, 불평등에 노출됐다. 계속되는 시행착오로 인해 끊임없이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학교 비정규직의 직종만 해도 50개가 넘는다. 시급하게 시정해야 한다.
고용 안정이 우선이다. 지금은 교장 마음대로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 이를 교육감이 직고용하는 형태로 바꿔, 우선 그분들의 신분을 안정시키고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는 그분들의 호봉도 인정해줘야 한다. 특별히 잘해주자는 게 아니라 정말 노동 관련법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학교가 안정된다. 조리사의 마음이 편해야 아이들이 먹는 밥도 맛있게 할 것 아니냐. 그분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게 학교를 안정시키고,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어주는 대책이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과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내 임무는 곽노현 계승"
프레시안 : 이번 선거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구속으로 인해 생겼다. 서울의 직선 교육감은 모두 끝이 안 좋았다. 공정택, 곽노현 전 교육감을 어떻게 보나?
이수호 : 공 전 교육감은 교육관료 출신인데, 정말 교육감 자격이 없는 분이었다. 서울의 교육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다.
학교는 다른 어떤 곳보다 부정과 비리가 없어야 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 전 교육감은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 아주 편향적인 인사를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공 전 교육감 때 고등학교 선택제를 도입해서 고교를 서열화시켰고, 그 때문에 중학교가 완전히 경쟁교육체제로 돌아갔다. 서열의 밑에 있는 고등학교는 슬럼화됐다.
곽 전 교육감은 소위 진보 교육감의 대표적 인물이다. 철학이나 열정이 대단했던 분이다. 서울형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확대 등은 아주 좋은 정책이었다. 다만 그분의 열정이 현장과 잘 안 맞았던 것 같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미리 이해 당사자를 교육하거나 그 내용을 정확히 풀어서 알려줬다면 갈등이 덜했을 텐데 '좋은 거니까 하자'고 했다가 역풍을 맞은 면이 있다.
프레시안 : 곽 전 교육감 정책을 계승할건가?
▲이수호 후보는 당선된다면, 재선에 나설 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그렇잖아도 교육감이 흔들리면서 학교 현장이 뒤숭숭한데, 상처받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공감하고, 소통하고 위로하면서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감이 되면 이런 일들을 먼저 하면서 전 교육감이 추진한 일을 잘 마무리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겠다. 그 다음 현장과 협의 하에 내가 새롭게 구상한 걸 잘 적응시켜가겠다.
프레시안 : 당장 무상급식을 놓고 정부,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대행도 곽 전 교육감과 다른 입장이다. 어떻게 맞설 건가?
이수호 : 이대영 대행은 직무대행인데, 더더욱 그렇게 하면(전 교육감의 일을 뒤엎으면) 안 된다. 직무대행이 그 전의 일을 무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 교육청의 자치권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히려 중앙정부가 이를 방해한다. 교육감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못 하게 한 사례가 많다. 이런 갈등은 지방자치 정신에 따라서 맞서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중앙정부, 거대한 자본으로부터 교육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전교조 활동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진정한 교육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교육감이 (중앙정부와) 맞서 싸워야 한다. 중앙정부가 특히 이주호 장관을 내세워 서울과 경기 교육감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나는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힘을 합쳐서 중앙정부와 싸워야 할 땐 싸우고, 교육의 자주성을 해치는 모든 권력으로부터 교육을 지키겠다. 그게 내 책무다.
프레시안 : 곽 전 교육감의 사업 중 대표적인 게 혁신학교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수호 : 서울형 혁신학교는 무너져가는 공교육, 학교의 대안이다. 6개 지역의 진보 교육감이 각각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뿌리는 전교조가 꾸준히 주장해 온 참교육 실천운동이다. 그 운동이 진보 교육감이 들어오면서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졌다. 혁신교육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자주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꼭 유지되고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이대영 대행은 곽 전 교육감이 2014년까지 서울 전체에 300개 정도 만들려 하던 혁신학교 계획을 다 무시한다. 예비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도 '올스톱'하려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프레시안 : 보완할 점은 없나?
이수호 : 재정이 문제다. 현재는 1, 2억 원 정도 투자하고 좋은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끌어가고 있다. 선생님들의 헌신만 끊임없이 요구할 수는 없다. 더 체계화해야 하는데, 기본적인 예산 투여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학급당 인원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맞추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예산을 갖고 자꾸 장난을 친다. 최근에도 누리사업이라고, 3~5세 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지원 정책을 갖고 학교를 흔든다. 보편적 복지 요구가 많으니 이명박 정부가 '하겠다'고 해놓고 그 돈은 교육청에서 대라는 거다. 그런데 누리사업을 하려면 3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결국 그 돈이 무상급식, 혁신학교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교육청만으로 안 되는 문제다. 중앙정부와 협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교육투자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3% 수준인데, 웬만한 선진국 수준인 6~7%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
재선 도전의사 밝혀
프레시안 :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임기가 1년 반 정도로 짧다. 당선 돼도 업무파악 마치면 임기가 끝날 지경이다.
이수호 : 적절한 기회가 되면 다시 밝히겠지만, 1년 반으론 안 된다. 그 다음 4년까지 각오하고 시작했다. 교육 혁신은 지속성이 없으면 힘을 못 받는다.
학교중심, 현장중심 교육을 통해 우리 교육을 실제로 바꾸자는 제 생각을 관료들, 교육가족들과 꾸준히 토론해서 설득하려 한다. 설득해서 최소한의 합의가 가능한 부분은 합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바꿔가야 한다. 정 못하겠다, 교육철학이 완전히 다르다, 도덕성이 완전히 떨어진다, 이런 사람은 과감히 걸러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대선과 맞물리는 바람에 교육감선거에 대한 관심이 적다. 유권자들 관심을 높일 방법이 있나?
이수호 : 서울 교육은 어차피 전국성을 띈다. 현실적으로 교육감 후보자는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될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와 좋은 정책을 공유하겠다. 사교육에 시달리는 많은 학부모가 있다. 좋은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제가 함께 하면 자연히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대통령 후보는 큰 틀에서 교육 방향을 잡아가고, 제가 거기에 구체적인 부분을 더하면, 오히려 선거가 같이 치러지기 때문에 상생효과도 많다고 본다.
프레시안 : 대선후보들의 교육 정책은 어떻게 보나?
이수호 : 이제 조금씩 구체화돼가는 것 같다. 대체로 상당히 진전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박근혜 후보도 고교까지 무상의무교육을 표방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반값등록금 한다고 했다가 입을 닦아버린 것처럼, 박 후보가 뒤에서 엉뚱한 소리를 할 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 복지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추세는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공약도 좋다. 학교 서열을 없애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특목고나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자는 공약, 지금의 교과부와 교육청 체제를 완전히 개편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는 공약은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본다. 대선 후보 단일화가 끝나면 더 좋은 공약이 나오리라 전망한다.
프레시안 : 나쁜 공약은 뭐가 있나?
이수호 : 포장을 하니 찾기 힘들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의 경우 경제민주화를 내놨다가 폐기 상태로 간다. 교육 정책에서도 그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지금도 박 후보는 국가경쟁력, 수월성 교육, 경쟁력 있는 우수한 학생, 이런 말을 한다. 그럴 듯하지만 굉장히 위험하다. 결국 서열화할 수밖에 없고, 학교는 경쟁의 도가니에 들어가고, 입시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생각들을 갖고 계신 이상, 이를 어떻게 포장하든 나쁜 정책이다.
▲"수학이 쉬워야 학원 수요가 줄어든다." ⓒ프레시안(최형락) |
"수학 쉽게 내고 영어 선택과목 만들자"
프레시안 : 사교육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감이 된다면 사교육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건가?
이수호 : 근본적인 해결은 공교육을 정상화해서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이다. 학교 서열화를 없애는 게 우선이다. 고등학교 서열을 깨야 중학교가 안정된다. 대학 서열화를 깨야 고교 서열화가 없어진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에만 매달린다면 그 사이 환자가 죽는다. 우선은 환자 치료부터 해야 한다. 예컨대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같은 단체는 선행학습금지법을 만들자고 한다. 찬성한다. 그런 법이라도 만들어서 사교육을 규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가야 할 것도 있다.
사교육의 핵심은 수학과 영어다. 수학은 더 쉬워져야 한다. 난이도를 확 낮춰야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 수준 자체가 어려우니 모두가 선행학습에 매달린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주변에서 이런 말 하면 표 떨어진다고 걱정하긴 하는데…, 영어는 선택과목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왜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필수로 영어공부해야 하나. 그렇게 해도 대졸자가 영어 회화 한 마디 못 하고 영어책도 못 읽는다. 저는 국문학과 나왔지만 중고교 6년, 대학 4년 영어공부했다. 그러나 영어 한 마디도 못한다. 영어가 필요도 없다. 영어와 수학 부담만 줄여도 사교육 수요는 크게 준다.
프레시안 : 문용린 후보 측은 '중1 중간기말고사 폐지'와 같은, 눈에 확 들어오는 정책을 내놨다. 상대적으로 이 후보 측은 눈에 띄는 공약이 적은 것 같다.
이수호 : 단일화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선 사실 그런 공약이 큰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경쟁했기 때문에 공약의 차이도 없었다.
기본적인 기조는 '빌 공'자 공약(空約)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선거를 위한 공약이 싫어서 캠프와 부딪히는 면이 있다. 저는 솔직하자, 진정성 있게 가자고 한다. 경선이 끝나자마자 각 캠프에 있던 분들이 모여서 정책팀을 꾸렸다. 멋진 공약(公約)을 만들고 있다.
문용린 후보가 낸 중1 과정 쉬게 하는 정책에는 동의한다. 꼭 필요하다.
학교폭력, 처벌 대신 대화로
프레시안 :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학교폭력이다. 대체로 보면, 학교를 사법기관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논의된다. 아이들을 치료대상으로 보고, 격리시키자는 내용이다.
이수호 : 대증요법이다. 증상만 가리자는 것인데, 특히 교육에선 절대 해선 안 된다. 처벌 위주 대응책은 비교육적이고, 효과도 없다. 처벌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자는 정책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은 경쟁교육이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폭력적으로 분출된다. 이에 더해 우리 폭력사회의 영향이 학교에 그대로 이전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나타나는 폭력적 사이버 문화가 아이들을 일대일로 침식한다.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자신도 모르게 습득한 폭력성을 다른 아이에게 아무 도덕적인 저항 없이 분출한다.
경쟁교육을 완화시키고, 사회적 폭력문화는 좀 강하게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음란물을 유통하거나 폭력적 게임을 만드는 이에게는 철퇴 내려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 제대로 된 교육적인 해결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처벌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치유를 통해 아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는 방식이 많이 있다. 학교 자치법정, 또래조정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프레시안 : '내가 바라는 서울 교육'의 핵심이 뭔가?
이수호 : 힘든 학교를 안정화시키는 게 첫째이고 전제다. 혁신학교를 완성하고 발전시켜,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중심의 마을공동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주체들이 자주성을 갖고 참여하고, 또 함께 정책을 만들어서 수행하고 함께 책임지게 된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서 한 학생을 정말 잘 되도록 키우고, 한 마을이 한 학생도 소외되지 않도록 키워나가는 마을, 이게 제가 추구하는 서울의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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