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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권력교체, 고래 싸움에 등 터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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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권력교체, 고래 싸움에 등 터지지 않으려면…

[정욱식의 '오, 평화'] NLL 사수와 연미화중 양립의 모순

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한 협력이 공존하는 G2 시대에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이 해묵은 화두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차적으로는 미국, 중국, 한국 순서로 권력 변동기에 접어들고 있는 탓이 클 것이다.

그러나 보다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요인들도 있다. 우선 한국은 1948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의 패권 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슈퍼파워로서의 지위를 누려왔던 미국의 쇠퇴와 "치욕의 세기"를 딛고 150년만에 세계 중심국으로 복귀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이 있다.

이 사이에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도 크게 바뀌었다. 조바심을 느낀 미국은 중국 봉쇄를 겨냥한 동아시아 동맹 재편에 나섰고 이에 따라 한미동맹도 대중 봉쇄의 성격이 가미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강해질수록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고 미중관계에서 한국의 딜레마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리적 인접성과 더불어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한국의 무역 시장이라는 점은 이러한 딜레마를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와 남북관계 악화의 만남이다. 그런데 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대북강경책과 한미동맹 '올인',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 개발이 미중 패권 경쟁을 격화시킨 측면이 강하고, 이는 거꾸로 한미동맹 대(對) 북중동맹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왔기 때문이다.

'NLL 사수'와 남북관계 개선·연미화중은 양립할 수 있을까?

이러한 악순환은 한국에게 엄청난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다. 한미동맹이라는 관성에 의존할수록 질서 변동기에 접어든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창조적 적응은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거꾸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추구하면 할수록 한미동맹은 불안해지고 아직 그 실체를 알기 어려운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질 수 있다. 남북관계의 불안은 이러한 딜레마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한국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남북관계 개선과 연미화중(聯美和中)을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목표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치밀하고도 구체적인 수단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호로 끝나기 마련이다.

박근혜 후보는 남북관계의 키워드로 '신뢰'를 들고 나왔지만, 어떻게 신뢰를 구축하려고 하는지 막연하기만 하다. 특히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박 후보 스스로가 강조하는 신뢰구축 방법, 즉 "남북 합의 사항의 철저한 이행"과도 모순된다. 남북기본합의서에는 해상분계선을 계속 협의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는 NLL 사수와 서해 긴장완화를 병행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NLL은 한반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유엔 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선으로써, 남한은 이를 해상분계선으로 간주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불법선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한이 NLL 사수 의지를 강조할수록 북한은 NLL를 더더욱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임을 예고해준다. 양측의 자존심과 위신이 격렬하게 충돌할수록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 지난달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실이 주최한 '서해영토선 포기하고도 대한민국 지킬 수 있나?' 토론회 장면. ⓒ연합뉴스

연미화중도 마찬가지이다. 잘하면 도랑에 든 소처럼 양쪽 둑에 있는 풀을 모두 뜯어 먹을 수 있지만, 삐끗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NLL에 대한 한국의 자세와 미중관계에 대한 한국의 전략은 고도의 연속선상에 있다. 세 차례의 서해교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면서 서해는 '한반도의 화약고'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까지 가세한 '패권 경쟁의 바다'가 되고 말았다. 이는 한국이 NLL에 대한 경직된 태도를 고수할수록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미중관계에서 한국의 입지까지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구동성 '남북기본합의서 존중', 그런데 NLL은?

20여년 전, 미-소 냉전 종식기에 한국은 북방외교를, 북한은 남방외교를 시도했다. 한국은 소련 및 중국과 국교 수립에 성공했지만 북한은 일본 및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실패했다. 동시에 남북한은 기본합의서를 채택해 한반도 탈냉전의 시동을 거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은 1992년 대선을 거치면서 냉전형 대북정책으로 회귀했고 북한은 핵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로 인해 남북기본합의서도 사문화되고 말았다.

그러나 남북기본합의서는 오늘날에도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이구동성으로 존중하고 이행하겠다고 말하는 합의이다. 이 합의서에는 많은 내용이 있지만, 한반도 현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해상분계선 설정을 계속 협의하기로 합의한 것일 게다. 이를 새삼 거론하는 이유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남북관계의 개선과 연미화중의 전략, 그 절묘한 조화는 NLL에 대한 한국의 유연한 태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G2 시대에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남북한 갈등이 미중 갈등으로 확대되는 정책을 피하고 거꾸로 남북 화해협력이 미중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NLL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또 하나는 한국이 미중 갈등에 휘말리는 악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편입과 미군도 사용할 수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대표적인 악수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이러한 전략적 기회와 위험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G2 시대의 코리아의 앞날이 여전히 걱정되는 까닭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www.naeil.com)에 기고한 글을 크게 보완한 것입니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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