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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결국 한국을 'MD의 늪'에 빠뜨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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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결국 한국을 'MD의 늪'에 빠뜨리나?

[정욱식의 '오, 평화'] 국방부의 황당한 'MD 기준'

이명박 정부가 은밀히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10월 26일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부의 해명은 한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가 밝힌 'MD에 불참하고 있다'는 논리적 근거는 이렇다. "미국이 구상하는 MD 체계는 다층방어체계로 종말단계 하층방어체계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은 '상승-중간-종말단계'의 다층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5000㎞ 정도의 탐지 범위를 갖춘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500~1000㎞ 정도의 탐지범위를 갖춘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작전 환경에서는 종말단계 하층방어체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KAMD를 구축한다는 것은 미측의 다층방어체계 구축에 참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다만 "오히려 KAMD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의 조기경보체계와 지휘통제체계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MD 참여 기준으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 제공 ▲Ⅹ-밴드 레이더 설치 ▲MD 공동연구 비용 지불 등을 꼽았다.

이명박 정부의 '고무줄' 잣대

이명박 정부가 'MD 참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한 내용은 KAMD는 하층방어체계이기 때문에 다층방어체계인 미국 MD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층방어체계 역시 MD의 일부라는 점에서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승-중간-종말'로 이뤄진 다층방어체계를 이루려는 나라도 미국 밖에 없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한미 양국이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기반으로 하층방어체계를 '일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나라는 이미 통합을 전제로 KAMD와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기획·운용해왔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두 가지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지난 6월 한미 외교·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의 작전통제소와 KAMD의 작전통제소(AMD-Cell)를 군사정보 교환 네트워크인 링크-16으로 2013년까지 연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MD 작전에서 조기정보 및 지휘통제 시스템의 공유는 핵심적인 사안에 해당된다.

또 한 가지는 한국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PAC-2 미사일에서 PAC-3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전까지 요격 실효성과 MD 참여 논란을 의식해 PAC-3 도입 대신에 독자적인 요격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랬던 국방부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PAC-3 직구매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동의해준 대가를 지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국방부의 해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MD 참여 기준 제시이다. 미국 주도의 MD 참여 여부를 가늠할 요소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 제공 ▲Ⅹ-밴드 레이더 설치 ▲MD 공동연구 비용 지불 등을 제시하면서 한국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그럴 의사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들은 대단히 자의적인 것들이다. 우선 GBI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미사일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 본토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배치된 사례 자체가 없다. GBI 기지 제공 여부를 MD 참여 기준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또한 X-밴드 레이더 설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 MD 체계에 한국이 레이더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하층체계뿐만 아니라 상층방어체계에서도 미국에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아울러 MD 공동연구 역시 그것을 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비용 지불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임기 첫해부터 미국과 MD 공동연구를 해왔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MD 참여 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은 PAC-3 시스템과 전술 레이더 기지를 한국에 배치했고 관련 사령부도 미국 본토에서 오산공군기지로 이전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을 포함시켰으며 하층방어체계의 '일체화'에 착수했다. 미국이 한국을 대표적인 MD 협력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지대공 미사일 요격 무기 패트리어트 PAC-3. ⓒ로이터=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미국에 '지역 MD' 정보 제공키로

10월 26일 국방부의 설명에서 주목해야 할 내용은 또 있다.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미국에 제공키로 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MD에 본격적인 참여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북부에 이어 남부에도 X-밴드 레이더를 배치하기로 한 미국은 한국의 기여 방안으로 한국형 이지스함에 탑재된 최신형 레이더 SPY-1D(V)에서 수집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부차관이 9월 24일 "한국이 MD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레이더망을 통해 기여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처음에는 부인했다가 10월 24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는 "말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그렇다"라고 시인했다. 미국이 지역 MD의 요체로 삼고 있는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에 미사일 발사 탐지-추적 정보를 제공키로 한 것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MD 참여이다. 현재 이 정도의 협력 국가는 일본이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부 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MD 참여 대못질한다

이처럼 정권 초기부터 은밀하게 MD 참여를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는 정권 말기에는 다음 정부가 빼기도 힘든 대못질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와의 합의를 근거로 한국의 차기 정부에게도 PAC-3 구매와 합동 MD 훈련 등 한미간의 MD 협력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이지스함 레이더 정보 공유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한일 군사협정이 필요하다고도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대북 외교를 포기해 북한 위협을 관리하는 데에는 실패해놓고 MD 참여를 비롯한 군비경쟁과 안보 딜레마 격화의 문은 활짝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 MB가 남긴 이러한 유산은 대북 외교의 실종과 맞물려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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