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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발목 잡은 경제위기는 빌 클린턴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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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발목 잡은 경제위기는 빌 클린턴 탓"

[해외시각] 클린턴의 오바마 지지연설이 불편한 이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 대선의 열기가 예상보다 덜하다. 대선 후보로 밋 롬니를 지명한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미국을 덮친 태풍 '아이작'이 아니더라도 흥행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투명인간 오바마'를 선보인 명감독 클린튼 이스트우드의 지지 연설은 오히려 역효과를 봤다.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감동적인 연설로 시작해 '경제 대통령' 빌 클린턴의 달변으로 달궈진 민주당 전당대회는 표면적으로는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오바마 신드롬'의 열기는 4년 전보다 못하고, 미국을 강타한 경제위기는 여전히 재선 가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전 미 재무부 관료였던 브루스 바틀렛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 쓴 칼럼에서 "(공화당) 연사들은 고루한 보수담론을 단순하게 재인용했는데 전당대회의 지지자들에게는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부동층에게는 영향이 없었다"며 민주당에 대해서도 "다음 4년이 지난 4년과 다를 것이라고, 그들이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뭔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작 당 전당대회를 통틀어 최대의 '스타'가 된 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미국 진보 진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마지막 호황기를 만들어낸 클린턴의 인기는 오바마를 압도할 정도지만, 미국 경제위기의 책임에서 클린턴 역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칼럼니스트이자 진보 성향의 인터넷 언론 <트루스딕>의 발행인 로버트 시어는 빌 클린턴이 21세기 초 금융자본이 품은 탐욕의 빗장을 푼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역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를 거치며 금융규제 해제에 앞장서 온 재무관료들을 중용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시어는 덧붙였다.

마지막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클린턴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조합은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롬니에게 큰 난관이지만, 민주당이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클린턴과 오바마의 친(親)자본적 성향이 보다 부각되면 사실상 이번 선거는 후보간 차별성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시어가 <트루스딕>에 10일(현지시간) 게재한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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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란히 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빌 클린턴의 연설은 솔직하지 못했다

빌 클린턴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여느 정치인들만큼 많은 책임이 있다.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의 솔직하지 못한 연설에 쏟아진 박수갈채는 진보정치를 관통하는 빈곤함을 확실히 보여준다.

이번 전당대회에 모인 이들과 전직 대통령의 달변에 환호하는 아첨꾼 언론들은 클린턴이 집무실을 비우기 직전에 대공황 당시 월스트리트에 가해졌던 합리적 규제를 푸는 핵심 법안에 서명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나? 공화당과 협력해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유산인 뉴딜을 뒤집고, 조지 부시가 통치하던 시절 전 세계 경제를 잠식한 무제한적 탐욕의 수문을 연 이는 클린턴이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겸업을 금지한 글래스-스티걸 법을 간단히 끝내버렸던 금융서비스 현대화법(FSMA)에 클린턴이 서명했다는 걸 무시하는 게 어찌나 편한지. 민주당은 시티그룹이 기억 안 나나? 클린턴이 서명한 법으로 합법화된 첫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으로, 이 은행의 탄생을 합법화하는 법안과의 싸움을 이끌었던 클린턴 정부의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이 (나중에) 1500만 달러를 받는 회장직으로 갔던 그 시티그룹이다. 아니면, 클린턴이 부담스러운 법안을 승인할 때 쓰던 펜 중 하나를 선물 받았던 샌포드 오닐이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시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기극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고, 납세자들이 낸 500억 달러로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억나는지?

이러한 신용사기는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수상쩍은 모기지 대출을 묶은 데서 출발해, 신용부도스왑(CDS)의 가짜 보증을 받았고, 이 모든 것들은 루빈의 뒤를 이어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난 로렌스 서머스의 말을 빌리면 "법적 확실성"(legal certainty) 을 부여받았다. 서머스는 상품선물현대화법(CFMA)에 클린턴이 서명하도록 부추긴 인물이고, 이 법은 CDO와 CDS가 어떤 현존하는 규제 법안과 규제당국의 감시에 영향을 받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부에서 루빈과 서머스의 총애를 받던 티모시 가이트너는 루빈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부시가 대통령이었을 때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지명됐다. 가이트너는 (경제) 위기를 초래한 은행들에 수조 달러를 쏟아 붓고 AIG를 구제하는데 있어 부시 행정부에 기꺼이 협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이트너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했을 때, 이 신임 대통령은 집에 묶여 있던 대부분의 재산을 잃은 중산층보다는 은행가를 구제하려던 부시식 전략에 전념했다.

흑인과 유색인종의 참여를 자랑하는 민주당은 두 그룹이 축적한 자산이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민권운동으로 얻어낸 경제적 성과의 상당 부분을 날려버렸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유감스럽지만 필자는 지난 번(대선)처럼 민주당과 파티에서 함께 춤추지 못하겠다. 물론 자신들에게 속한 베인 캐피털의 전직 CEO 주위에 몰려든 탐욕스러운 장사치들이 지지하는 공화당의 밋 롬니보다는 오바마가 더 좋다.

만약 월스트리트의 금융 거물들이 오바마보다 롬니에게 더 많은 자금을 기부하고 있다면, 이는 그들의 탐욕을 줄이는 데 있어 오바마가 얻은 효과를 보여주기보다는 그들의 탐욕이 얼마나 방대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일 것이다. 은행은 역대 어느 때보다 더 덩치가 커지고 강력해졌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엘리자베스 워렌 메사추세츠 상원의원과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 둘 다 소비자 권리를 위해 싸우는 진정한 영웅이다 - 언급한 소비자들의 제한된 승리는 백악관 내부에 있는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취된 것이다.

오바마는 워렌이나 해리스보다는 서머스나 가이트너의 전례를 따랐고,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망쳐버린 경제로 유권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동전던지기로 선택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렸다.

다시 한 번, 민주당을 구한 건 현재의 공화당을 규정하는 변덕스러운 악(evil)이다. 롬니는 또 언제든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재현이 될 수도 있다. 온건하고도 사회적으로 감수성이 뛰어났던 아이젠하워는 보다 효과적이고도 당시 대도시 중심의 지지기반을 갖던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안을 제공했다. 클린턴이 연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아이젠하워는 많은 남부 출신 민주당 정치인들의 반대에도 아칸소주 리틀락 고등학교의 통합을 보장하기 위해 군대를 보냈고(*당시 1957년 흑인 학생 9명의 등교를 위해 군대를 출동시킨 사건. 역자), 연방 고속도로 시스템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아이젠하워는 균형 감각이 있고 대단히 품위 있는 보수 지도자로 롬니의 부친 조지 롬니가 닮고 싶어하던 인물이었다.

자동차 기업 구제안을 공격했던 아들과는 달리 자동차 업체 경영자 출신의 조지는 구제금융을 수용했을 것이고, 밋 롬니가 메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시행한 방안의 모든 세부 사항을 기반으로 한 오바마의 헬스케어 역시 받아들였을 것이다. 밋 롬니가 베인 캐피털 CEO 경험을 방어하는 설명을 보면 어떠한 도덕적, 혹은 논리적 기준으로 봐도 지독한 거짓말쟁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클린턴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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