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뉴욕주 검찰은 최근 일부 대형 사모펀드의 편법적인 절세관행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 펀드 운용 대가로 고객들에게 받은 수수료 수입은 소득으로 분류돼 세율은 최고 35%에 달하지만, 이 수수료 수입을 투자 펀드에 다시 넣는 방식을 택하면 15%인 자본이득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절세기법을 문제삼은 것이다.
특히 롬니가 설립한 베인캐피털은 그동안 10억 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펀드 투자로 전환했으며, 파트너들은 2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롬니는 자신이 베인캐피털의 최고경영자로 있는 동안 이런 절세관행의 혜택을 누리며 2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다음은 '롬니가 부담할 공정한 몫(Mitt Romney's Fair Share)'이라는 이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편집자>
▲ 한 사회의 몫을 더 많이 가져가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자가 '나라 경제를 살찌우는 '경제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을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를 둘러싸고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AP=연합 |
롬니의 소득세 문제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저 정치적 논쟁거리인가 아니면 정말 중요한 문제인가? 정말 중요하다. 그것도 미국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도 아니다. 이 논쟁은 국가의 역할과 집단적인 대응이 필요한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오늘날 현대 경제에서 주축을 이루는 민간부분이 잘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사태는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현대경제는 공정경쟁 등 효율적인 규제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기초연구에 발판을 둔 기술적인 혁신에 의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의 이익을 제공한다. 만일 민간부문만 있다면, 이런 공익적 기반은 미흡하게 제공되거나 전혀 제공되지 않게 된다.
미국의 보수파 정치인들은 공공 교육과 기술, 기반시스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다. 정부가 공익적 기반을 제공하는 시장경제는 그렇지 않은 경제보다 훨씬 성공적인 결과를 낸다.
하지만 공익적 기반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대가를 내야 한다. 그 비용은 모두에게 공정하게 분담되어야 한다.
부자들이 앞장서 세금회피 하는 사회
"생선은 머리부터 썪는다"는 속담이 있다. 가장 윗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이 내야할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다른 누가 그렇게 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아무도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공공재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가?
민주사회의 경제는 납세에 대한 신뢰와 협조의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부자들이 공정한 몫의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개인들이 부자들처럼 이런 세금 회피에 나선다면 조세제도는 붕괴되거나 훨씬 강압적인 방식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신뢰와 협조의 정신은 공정한 체제라는 믿음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 중 경제체제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조세제도는 이런 불공정의 상징적인 대상이 되고 있다.
워런 버핏은 억만장자인 자신이 직원보다 더 적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미국의 세제는 근본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이 옳다. 롬니처럼 부유한 정치인이 권력을 정점에 서게 됐을 때 부자에 대해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나서면 역사의 진로가 바뀔 수 있다.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평등의 악순환 고리
하지만 롬니는 이런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롬니는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이 노동에 의한 소득에 대한 세율보다 낮은 세제가 경제를 왜곡한다는 인식이 없다. 부자들이 얻는 대부분의 돈은 경제학에서 '지대'라고 불리는 것이다. 나눠가질 파이의 규모가 커져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의 파이에서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이다.
생산을 제한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조건 속에 자기들의 재산을 불리는 독점기업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회사법의 허점을 이용해 회사의 수입의 더 많은 몫을 자기들이 가져가는 경영진, 약탈적 대출과 신용카드 발급 남발 등을 일삼는 은행들도 지대추구자에 포함된다.
부자들에 대한 세율이 낮아지고, 규제가 무력화되고, 기존의 규정마저 집행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지대추구와 불평등이 심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대추구의 기회가 지대추구 행위로 얻어지는 이득은 증가했다.
오늘날 선진경제국들 거의 대부분이 총수요의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높은 실업률, 낮은 임금, 불평등 심화, 나아가 소비 위축으로 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불평등이 경제체제가 불안정해지고 취약해지는 요인이 된다는 인식은 늘고 있다.
또다른 악순환의 고리가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다시 정치적 불평등은 경제적 불평등을 강화한다.
롬니는 탈세범이 아닐 수 있다. 미 국세청이 조사를 해도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소득세의 최고세율이 35%인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최소한 13%의 세금을 냈다"는 롬니는 대규모로 세금을 회피한 사람인 것은 맞다.
롬니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식의 세금 회피가 존속해서는 현대경제의 번영에 필수적인 공공재의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롬니 정도의 대규모 세금 회피는 근본적인 체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고, 나아가 한 사회의 통합력을 약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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