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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세계화 1등 공신은 MB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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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세계화 1등 공신은 MB정부"

[정욱식의 '오, 평화'] 강정마을, 그대로 두는게 평화다!

제주도는 모순과 역설의 땅이다.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자연보호총회(WCC)가 열리고 있는 제주컨벤션센터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불과 7km 떨어진 곳이다.

제주도는 대한민국 정부가 지정한 '세계 평화의 섬'이다. 그런데 이 평화의 섬에 외국의 환경 평화 활동가들 일부가 입국거부 당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강정마을에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방문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입국 불허 사례만 하더라도 22건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 활동가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사찰을 자행하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가 아닐 수 없다. MB 정부가 내세운 '글로벌 코리아'라는 슬로건이 블랙코미디로 전락하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에 평화활동가들이 오지 못하는 현실만큼이나 지독한 역설도 존재하지 않는다. '강정마을에 가면 한국에 못 올 각오를 하라'는 말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할 때부터 잉태된 것이다. 또한 국가안보를 통해 소중하게 지켜져야 할 민주주의와 인권이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유린당하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MB, 강정마을 세계화 1등 공신?

그런데 15일까지 열리는 WCC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MB 정부는 해군기지 문제가 WCC에서 다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 활동가들의 입국을 불허하는 한편, 이미 주최측에서 약속한 행사장 내 강정부스 설치를 외압으로 취소시켜버렸다.

역설적 전환은 바로 이 순간부터 시작됐다. 수천명의 외국 참가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정부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외국 대표단의 일부가 입국 거부당하고 약속된 부스 설치가 정부 압력으로 취소된 것은 WCC 역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외국 활동가들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섰고, 해군기지 문제를 결의안에 포함시키기 위한 로비 활동에도 대단히 적극적이다. 제주 현지에서 만난 외국 활동가들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도울 수 있는 일을 알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주목할 것은 이들이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세계 최대의 환경단체인 IUCN의 존재 이유로까지 연관시켜 생각하는 있다는 것이다. IUCN의 존재 이유는 주민과 환경이 공존하는 자연을 보호하고 평화의 정신을 실현하는데 있다. 그런데 IUCN이 강정마을의 호소를 외면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IUCN의 문제와 미래에 대해 통렬히 반성을 할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온 활동가의 말이다.

외국 활동가들은 또한 WCC가 끝난 이후에도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입국과 부스 불허로 강정마을 문제를 사전에 봉쇄하려고 했던 MB 정부가 강정을 세계화하는데 1등 공신(?)이 되고 있는 셈이다.

▲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회 등이 8일 오후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장 부근을 행진하며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름다운 역설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이 연출하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역설은 슬픔과 분노의 땅을 즐거움과 환희로 충만한 신명나는 놀이판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웃고 놀면서 저항하자'는 정신은 이미 '마약 댄스 4종 세트'를 통해 실현되고 있고, 최근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강정스타일'(☞보기)을 통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연인원 300명이 등장하는 이 뮤직비디오는 배포 10일만에 조회수 약 4만을 달성했다.

9월 8일 저녁 WCC 행사장 앞에서 열린 집회는 주변을 오가던 WCC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구경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말춤을 따라추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전세계 곳곳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봤지만, 이렇게 재밌고 즐거운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거듭 호소하고 싶다. 강정마을, 그대로 두는 것이 평화다. 해군기지와 평화의 섬은 양립할 수 있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내국인도, 외국인도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하고 함께 놀 수 있는 땅으로 두는 것이 바로 한국의 국익이자 우리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강정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세계 평화는 강정에서부터'라는 구호가 이미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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