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저서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확고한 승자"로 전제하고 이번 대선을 바라봐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범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 대해 "인류사에 유례없는 기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절대 강자와 국민의 절망적 염원이 맞부딪히는 이번 대선을 두고는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책의 9개 장 중 앞부분 네 개의 장인 '청춘', '역사', '조국', '대선'은 현 정치 상황에 관한 담론이다. 뒷부분 '우주', '천지', '종교', '사랑', '음식' 등 5개 장에서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도올 자신의 생각을 전통적 우리 세계관의 바탕 위에서 설명하고 있다. 당초 도올은 '우주' 등 5개장을 앞부분에 배치했으나 편집 과정에서 현 정치 상황을 다룬 '청춘' 이후의 부분을 책의 전면에 배치했다. '우주' 부분이 다소 어렵다는 이유와 함께, 현 상황에서는 청춘' 부분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프레시안>은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동숭동 통나무출판사에서 도올을 만났다. 그는 주요 후보에 대해 책 내용과 같은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책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자신의 생각을 보다 자세히 풀어냈다.
도올은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시대정신(Zeitgeist)'의 당위로 규정하고, 단순히 여야 간의 싸움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현대한국사는 물론, 이전 왕조 역사에서도 제대로 풀어지지 않은 민중의 갈망이 거세게 튀어나온 것이 이번 정국의 실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승만에서 이명박에 이르는 역대 정치지도자들이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막다른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는 이번 대선에 대해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도올은 박근혜라는 '골리앗'에 맞서 '다윗'인 민중이 대결을 벌이는 모습으로 이번 선거 정국을 그렸다. 범야권 후보들이 결집해 골리앗과 정정당당하게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골리앗'을 만들어내야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현상'이란 결국 박근혜라는 '골리앗'에 맞서 싸워 이기려는 '다윗'의 열망이 강하게 드러난 것이지만, 다만 다윗이 돌멩이로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기적이나 묘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중의 열망을 구현하는 범야권 후보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다윗을 골리앗"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해야 제대로 된 승리를 바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긴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두 편에 걸쳐 게재한다. 인터뷰 진행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맡았다. 다음은 첫 번째 인터뷰 전문.
▲이번 대선은 '총체적 위기상황.' ⓒ프레시안(최형락) |
이번 대선은 '총체적 위기 상황'
프레시안 : 새 책 내고 바쁘시죠?
도올 : 바빠요. 책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있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워요. 이번 책 <사랑하지 말자>가 우리시대 하나의 담론거리의 기준이 된 것 같아요. <여자란 무엇인가>,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이래로 신선한 사회적 반응을 처음으로 느끼는 것 같네요.
프레시안 : 사회적 발언을 오랜만에 하시는 것 같네요. 뭔가 작심하고 쓰신 건가요?
도올 :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쓴 겁니다. 내가 고전을 주석할 땐 고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니까 간접적으로 생각을 표현하게 되는데, 하도 주변에서 '자기 소리 내달라'는 요구가 들끓어서 이 책을 썼어요. 이 정도가 평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라고 봐야지요.
프레시안 : 그래도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두셨겠지요.
도올 : 백퍼센트 염두에 뒀어요. 올해가 대선이라서 이 책이 나왔어요. 대선이라는 '총체적 위기상황'을 사상가로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고민을 담은 책이에요. 내가 썼다기보다는, 우리 역사가 내 머리에 강요해서 이걸 짜낸 거죠.
프레시안 : '국민적 축제'로까지 묘사되는 대선을 '총체적 위기상황'이라고 하시네요. 이번 대선이 이전 대선들과 뭔가 다른 게 있나요? 뭐가 위기라는 겁니까?
도올 : 먼저 철학자로서 내 입장을 밝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나는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와 같이 숨 쉬지 않는 철학은 철학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주의 궁극적인 본질이 뭐냐, 이런 이야기는 "우리철학"이 아니에요. 우리 민족은 그런 질문 해 본 적도 없어요. 우리나라 철학계는 철학적 문제의식조차 수입해왔어요.
그렇다면 지금 한국인의 철학적 관심이 뭐냐? 이 시점에서 우리 철학이라는 건 '대선에서 누가 이길 거냐' 이런 겁니다. 이거야 말로 우리철학이지요. 대선이 단순히 정치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자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지요. 이건 단순히 철학자로서의 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이 시대에 철학자가 존재하는 이유이지요. 나의 이런 철학관을 바탕으로 이번 대선에 대해 설명할게요.
우리 민중은 끊임없이 눌려왔어요. 조선왕조 때도 권력을 이체(移替)시킬 수 있는 합리적 메커니즘(mechanism)이 없어서 민중은 항상 고난을 받아왔지요. 심지어 임란(壬辰倭亂)·호란(丙子胡亂) 양란(兩亂)을 당했는데, 거기서도 교훈을 못 얻고 조선왕조가 또 일본에 당했어요. 임란에서 교훈을 못 배웠기 때문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꿈이 메이지 유신으로 되살아났는데도, 전혀 바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멸망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일본제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야만 했어요. 그 후에는 미국의 지배가 이어졌어요. 미국의 지배는 결코 제국주의의 패러다임을 벗어난 것이 아니었어요. '미제'라는 말을 단순히 북한 말로만 치지도외(置之度外)할 수가 없어요. 그것은 역사의 정확한 팩트(fact)의 한 측면이에요. 제국주의 지배 기간이 36년이 아니라 102년간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과거 몽골제국의 백년 지배로 고려가 썩어서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켰지요. 우리 시대도 마찬가지로 기나긴 외세의 위압적 지배에 신물을 느낀 민중이 대선을 통해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왜 위기냐? 우리는 사실 일제로부터 독립한 게 아니라, 해방되었을 뿐이지요. 허리가 잘린 사람(분단 상황)이 어떻게 홀로 설 수 있습니까? 이러한 비독립적인 상태에서 우리 민족을 이끌어 온 정체(political body)조차 근원적으로 민중의 갈망에 부합하지 못했어요.
돌이켜 보세요. 이승만 이래 모든 지도자, 김대중·노무현·이명박에까지 이르는 모든 정치지도자들의 지배 형태가 아주 꾸준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됐어요. 그래서 이번 대선이야말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마지노선에 우리 역사가 도달했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지금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야권이 맥 못 추는 이유, 김대중·노무현 때문"
▲이명박의 탄생은 김대중, 노무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008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광장에서 열린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서 두 사람이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도올 : 나는 이명박이라고 하는 역사적 개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를 탄생시킨 역사적 상황에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창출해낸 정치 구조가 여전히 민중의 지지를 얻고 있지 않습니까? 현실적으로, 최소한 우리 민중의 절반은 이명박 편이에요. 그런데 내가 볼 때, 이명박 5년은 단군 이래 최악이에요. 이렇게 나라가 총체적으로 부패한 전례가 없었어요. 연산군 때도 이 정도로 부패하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절반의 지지를 얻는 이 아이러니, 그리고 민주당 후보들이 전혀 맥을 못 추는 이 현실, 도대체 왜 이런가? 그것은 정확한 이유가 있어요.
프레시안 : 그 이유가 뭐죠?
도올 :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민중이 10년의 기회를 줬어요. 그런데 그 기회를 만든 민중의 갈망은 아주 특별한 거예요. 여태껏 억압당하기만 한 민중이, 기존과 전혀 다른 논리를 만들어 보라고 천우신조의 어려운 기회를 준 거에요.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이걸 인식하지 못했어요. 자기들이 잘나서 선거에 이긴 줄만 안 거예요. 준비되었다느니, 정치9단이라느니, 근원적으로 자기 본질에 앞서 민중의 갈망을 읽지 못했어요.
이 두 사람 모두 오늘날 이명박 정권 부패의 밑바탕을 철저히 깔아줬어요. 김대중이 외환위기(IMF) 극복한답시고 성급하게 추진한 정책이 결국 이명박의 무반성적인 경제이론의 신념의 기초가 되었지요. 우리나라 신자유주의의 기초는 김대중 대통령이 다 깔아 놓은 것이지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새만금을 막아서 환경을 망쳐놨어요. 정확하게는 노태우 때부터 시작한 것이지만, 김대중의 오판으로 추동된 프로젝트지요. 노무현이 새만금을 막지 않고 갯벌을 살려내어 좋은 결과를 냈다고 한다면, 환경에 대한 국민의 각성과 의식이 생겨났을 것이고, 4대강과 같은 끔찍한 일은 허용될 길이 없었죠. 노무현 대통령이 새만금을 메우는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공분의 사태가 강행된 겁니다. 제방을 막지 않고 갯벌을 살리면서 새만금을 창조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어요. 노무현은 최악의 안일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죠. 이 모든 거대 죄악을 두 사람이 10년 동안 저질렀어요. 거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아직도 이명박의 죄악을 상쇄할 정도로 강해요.
프레시안 : <사랑하지 말자>에서 식민사관의 폐해를 언급하면서 '김대중은 사대했고, 노무현은 분열을 남겼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 두 분이 이른바 민주개혁진영의 대표로서 지도자가 됐고, 기대가 많았는데도 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지 못했을까요?
도올 : 그들의 정치는 구호와 이념만 앞섰어요. 그 이념을 실현하는 총체적 역사인식이 부족했어요. 요새도 마찬가지죠. 경제민주화라는 것도 구호만 있어요.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실천할 건지, 재벌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복안이 없어요. 진보세력에는 '진보'라는 말만 있어요. 그들 행위의 배경에 우리 민족의 정치과정(political process)을 진보시킬 수 있는 총체적인 심오한 발상도 없고, 또 그걸 체화시키지도 못했어요.
노무현의 경제정책은 결코 저열한 것이 아니었어요. 경제수치도 아주 훌륭했어요. 그런데 공연히 조중동에 밀리다가 분위기 반전시킨다고 한 짓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한 거예요. 당시 경제관료들은 근원적으로 민중의 갈망을 이해하지 못한 구태의연한 박정희독재개발 세력이었지요. 그들의 말을 여과 없이 따른 겁니다. 이게 철학이 있는 정치가가 할 짓입니까? '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암살당한다 해도 우리 민족의 자립과 자주와 권위를 지키고 민족 역사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장악하겠다'고 하는 결의를 가지고, 남북화해를 비롯해 강대국들의 세력균형을 조정하는 제대로 된 역사의 논리를 창조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지요.
그래서 나는 우리 역사에서 반성해야 할 사람은 진보진영 사람들이라고 봐요. 보수는 항상 보수의 악순환을 반복하니까 언급할 가치도 없어요. 착한 사람이 잘못하면 더 큰 역사의 단죄를 받습니다. 악한 놈들은 악한 일들을 하기 위해 잘만 뭉쳐요. 그런데 선한 놈들은 선한 일들을 하기 위해 분열해요. 그게 문제예요.
▲'안철수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대세론'과 맞붙는 가장 중요한 흐름이 됐다. ⓒ뉴시스 |
안철수 현상의 실체는? "시대정신"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선 이전 대통령의 실패를 제대로 반성해야 한다는 소리로 이해됩니다.
도올 : 김대중, 노무현을 완벽하게 봉쇄하고 초월해야 해요. 기존의 커넥션(connection)에선 어떤 인물이 나와도 안 된다는 게 민중의 외침이고 갈망이지요. 그게 소위 '안철수 현상'의 실체이지요.
프레시안 : 작년 가을부터 안철수 원장이 혜성처럼 정치권에 나타났습니다. 선생은 "인류사에 유례없는 기현상"이라고 표현하셨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도올 : 해방 후 어떤 정치인도 국민의 갈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이제 아무리 정치 잘하는 사람이라 해도, 정치인 냄새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정치를 안 맡기겠단 거예요. '정치인들이 하는 정치는 못 믿겠다'는 거죠. 전혀 새로운 민주의 게임을 원하는 거예요. 그게 안철수 현상이죠.
프랑스 혁명 이후 한 200년 동안 인류가 매진한 데모크라시(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자체에 관하여 우리 국민은 회의감에 빠져 있어요. 민주주의라는 매우 정당한 게임 프로세스를 통해서 만들어진 대통령이 기껏해야 이명박이니까, 피상적 서구 민주주의에서 뭘 더 바라겠어요? 상식적으로 '우리 사회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뭔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체제를 원해요. 그러한 익스페리멘테이션(experimentation) 속에서 안철수라는 상징체계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그 배경에는 완전히 바꿔보자는 민중의 갈망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 대선은 누가 당선되든지 간에 '혁명'이라고 하는 시대정신을 구현해야만 합니다. 이 시대정신을 구현하지 못하면 민중은 체념에 빠지고 역사는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프레시안 : 그런 갈망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2008년 대규모 촛불집회가 아닐까 합니다. 국민들의 거대한 에너지 분출이 있었지만 구체적 성과물을 얻지 못하고 미흡하게 끝났죠.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이 못 될 경우 또 하나의 에너지 분출로만 끝나지 않을까요?
도올 : 촛불시위는 이명박 정권의 틀 속에서 일어난 단순한 항의였죠. 애초에 혁명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시위였어요. 그러나 대선은 최고 권력자를 갈아치우는 혁명의 항의이지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말을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승자는 박근혜'라는 전제를 놓고 모든 게임을 치밀하게 전개해야 합니다. 막강한 로마 군단의 진격을 앞두고 군소 제후들이 어떻게 합심하여 이를 저지하느냐 하는 게임이에요.
이 게임의 목표는 '저 군단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에 있는 것이지, 자기들 사이에서 누가 더 똑똑하고, 누가 더 영도력 있느냐를 다투는 게 아니에요. 작전에 따라서는 덜 똑똑한 사람이 표면에 나설 수도 있는 것이죠. 안철수도 이 군소 지도자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들이 어떻게 자기를 버리고 오로지 로마 군단을 막는 데만 열중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해요. 이걸 못해내면 끝이에요. 이 싸움에는 돌멩이로 골리앗의 정수리를 때려 넘어뜨리는 다윗의 기적은 없어요.
이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게임이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다윗이 골리앗만큼 커져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에요. 그러려면 몇 사람이 합쳐서 쌓아올리는 수밖에 없어요. 다윗을 골리앗만큼 키우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거야말로 민중의 승리지요. 이 '과정'을 이뤄내는 과제상황이 이번 선거의 위대한 의미에요.
이 싸움에서 다윗이 골리앗만큼 커진 다음에도 박근혜가 이긴다면, 그때는 박근혜를 축복해줘야 해요. 박근혜도 그러한 정당한 과정을 통해서 정치인으로서 성장했을 것이고, 그런 박근혜는 우리가 수용할 수밖에 없어요. 다윗이 골리앗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돌멩이라는 요행수로 골리앗을 이겼다손 쳐도, 그건 승리라 할 수 없어요. 그건 돌멩이가 아니라 썩은 달걀이에요. 또 다시 김대중, 노무현의 패턴을 밟아선 안 돼요.
반대로 박근혜가 혼자서 골리앗 노릇하면서 다윗을 짓밟아 버렸다면 박근혜는 진정한 민족의 승자가 될 수가 없습니다. MBC·KBS와 같은 언론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정정당당한 게임을 해야 합니다. 자기를 비판하는 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정의로운 발언을 하지 않으며, 또다시 미소로써만 선거를 잘 치른다 해도 박근혜는 이 땅의 대통령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정권 교체는 시대정신."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안철수 대통령'에 기대감을 갖는 이들이 많지만, 한편으론 현실 정치에 몸담지도 않은 인물에게 큰 기대를 거는 건 위험하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도올 : 정치 경험을 가졌다고 해서 하나도 한국의 정치현실에 득 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치 많이 한 사람이 더 썩었어요. 그래서 전혀 경험 없는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면서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을 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안철수 개인에 대해 기대감을 갖는 게 아니에요. 맹자가 말하는 '인정(仁政)의 핵심'은 존현사능(尊賢使能)입니다. 현인을 등극시키고 능력 있는 자를 쓸 줄 아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는 것이죠. 현능(賢能)의 등용, 이것이 동양정치의 핵심이에요. 인재를 편견 없이 쓰고, 대의를 위해 충성하는 그룹을 형성할 수만 있으면 충분히 정치할 수 있어요. 안철수가 그걸 해내리라고 기대하는 겁니다.
또 하나 안철수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유가, 그 사람이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어느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에요. 컴퓨터가 결국 시스템 문제잖아요. 그 시스템적인 두뇌는 안철수가 오히려 어설픈 정치인들보다 훨씬 좋을 거예요. (2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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