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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죽이고 '김재철 낙하산'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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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C, <PD수첩> 죽이고 '김재철 낙하산' 투하

[해설] 대선 앞두고 단행된 MBC 조직·인사개편 논란

MBC 경영진이 지난 20일 실시한 조직개편에 대한 기자, PD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24일 오후 성명을 내 이번 개편안을 "MB 방송 체제의 완성"이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시사교양국 PD들은 단독행동 여부가 논의될 만큼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라디오본부 조합원들은 경영진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시너지 효과를 위한 개편"이라는 MBC 측 입장과 정반대다.

제작 일선 담당자들은 이번 개편의 특징을 크게 <PD수첩>으로 대표되는 시사전문 프로그램의 약화와 대선 체제 준비, 그리고 노조에 대한 보복성 개편으로 종합한다.

▲24일 MBC노조가 본사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조직개편을 비판하는 행동극을 취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뭐가, 어떻게 바뀌나

MBC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편성과 제작의 단일화다. 우선 보도제작본부를 보도본부로 개편하고 산하 제작부서는 편성제작본부로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전격 해체하고 이들 부서를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나눴다.

또 라디오본부를 라디오국으로 격하하고, 신설된 라디오국 역시 편성제작본부 산하 기관으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편성제작본부는 기존 편성업무에 더해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100분 토론> 등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의 제작까지 총괄하는 시사제작국과 다큐멘터리 등 교양물을 제작하는 교양제작국, 그리고 역시 영향력 있는 시사프로그램을 보유한 라디오국 제작을 총괄하는 거대부서가 됐다. 또 '팩트체크팀'이 이틀 프로그램의 취재사실에 대한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게 됐다.

편성과 제작이 단일본부 산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은 대표적인 친 김재철 사장 인사로 꼽힌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보도국 산하이던 영상편집부가 보도국 편집3부로 변화한 점이다. 이번 개편에 따라 그간 영상부국장이 직접 총괄하던 영상편집 권한이 보도본부장-보도국장 통제 하에 놓이게 됐다. 권재홍 보도본부장, 황헌 보도국장 역시 친 김재철 사장 인사로 분류된다.

▲MBC의 조직개편안. 시사제작국, 교양제작국, 라디오제작국이 편성제작본부장 통제 하에 들어갔다. ⓒMBC 노조 제공
"노골적 <PD수첩> 죽이기"

이번 개편안이 알려진 직후 각 제작부서는 긴급 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공교롭게 이번 개편의 핵심 대상이 된 보도제작국, 시사교양국, 라디오본부는 그간 MBC 노조의 파업 전선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MBC 노조는 이번 개편의 핵심이 바로 대표적 비판 프로그램 '<PD수첩> 죽이기'라고 강조했다.

<PD수첩>이 방송 구조상 특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편성본부의 직접 통제를 받게 된 데다, 팩트체크팀이라는 새로운 게이트키핑 과정까지 생겨났기 때문이다. 특히 MBC 노조에 따르면 <PD수첩> 등의 제작을 총괄할 시사제작국장에 승진임명된 김현종 시사교양3부장은 그간 시사교양국 해체를 강하게 주장해 온 인물이며, 특히 <PD수첩>에 대해 '노동편향적', '정치편향적'이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단 상자기사 참고)

또 다른 문제는 PD가 만드는 <PD수첩>, <100분 토론>과 달리 기자들이 제작하는 <시사매거진 2580>까지 한 팀으로 섞이게 돼, 인사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그간 MBC 기자들은 보도국과 보도제작국으로 나뉘어 뉴스 취재를 진행해 왔는데, 이번 개편에 따라 보도제작국 기자들은 아예 소속 본부가 달라지게 됐다.

MBC 노조는 총파업특보에서 "보도제작국의 해체는 보도국과 보도제작국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던 기자들을 아예 본부를 건너뛰어 격리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보도부문을 약화시키고 순치시키겠다는 김재철 (사장)의 보복성 꼼수"라고 밝혔다.

24일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 시사교양국 평PD 협의회, 라디오 평PD 협의회는 MBC 로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직개편이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 MBC의 대표적인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각 소속 국에서 분리시켜 힘을 빼고 라디오본부를 축소시켜, 자신의 직할통치가 가능한 편성제작본부로 보내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궁극적으로 권력의 눈엣 가시였던 <PD수첩> 등을 폐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승호 MBC 노조 조합원은 "지난 수년 간 경영진은 <PD수첩>에 대해 사사건건 핑계를 대거나 노골적인 제작중단 지시를 내려왔다"며 "이번 개편은 <PD수첩> 탄압이 본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MBC에서 시사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시사매거진 2580> 데스크를 담당했던 연보흠 조합원은 "보도본부에서 일하려고 MBC에 취직한 기자들은 편성본부로 가야 한다는 소식에 패닉상태"라며 "앞으로 보도국장은 눈에 가시 같은 사람을 편성본부로 보낼 것이고, 결국 (경영진에) 기거나 편성본부로 갈 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21일 법인카드 부정사용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뉴시스

'왜곡 방송', 대선까지?

이번 조직개편은 앞으로 본격화할 대선 보도 체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송뉴스가 가진 특유의 막강한 영상 영향력이 친 여당 보도로 왜곡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MBC 노조는 이미 지난 4.11 총선의 MBC 보도태도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 교묘하게 여당 후보의 사진을 키우거나, 여당 후보의 노출시간을 늘리는 식의 편집은 시청자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양동암 MBC 영상기자회장은 영상편집부가 뉴스편집부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면서, 오는 대선 체제에서 MBC의 왜곡보도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상편집부는 MBC 뉴스가 시청자에게 나가기 전 최종 편집을 담당하는 부서다. 그간 보도본부에서 독립됐던 이 편집권한이 이제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의 영향력 하에 놓인 것이다.

양 기자회장은 "대선을 앞두고 최대한 불공정 보도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이번 조직개편의 의미를 설명하고 "하다못해 종편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 어느 방송사에서도 볼 수 없는 시도"라고 말했다.

위상이 '국'으로 떨어진 라디오본부에서는 소속 조합원 전원이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경영진의 보복성 조치의 희생양이 됐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특히 라디오본부는 김재철 사장 체제에 들어 이른바 '소셜테이너 금지법' 논란이 최초로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에 항의해 라디오본부 조합원들은 공개 질의서를 경영진에 보낸 상태다.

MBC 노조는 "라디오본부 축소는 TV방송과 다른 라디오의 업무 특수성마저 무시한 채 이번 파업 투쟁에 적극 나선 부문들을 싸잡아 욕보이려는 치졸한 보복 조치"라며 "김재철 (사장)은 수십 년 동안 압도적 경쟁력으로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던 MBC 라디오를 제 손으로 무너뜨린 것도 모자라, 조직까지 격하시키는 화풀이 칼질에 몰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역 MBC에도 '친 김재철' 낙하산

이번 조직개편과 더불어 MBC는 24일 보직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친 김재철 사장 성향의 인물들이 대거 승진했다는 분석이다.

24일 MBC의 인사를 보면, 보도부문의 경우 황헌 보도국장이 유임됐고 문호철 정치부 차장은 <뉴스데스크>를 총책임지는 편집1부장으로 승진했다. 또 MBC 기자회가 성명을 낼 당시 기자회와의 마찰 당사자였던 김장겸 정치부장이 유임됐고 최기화 편집1부장과 박용찬 사회2부장은 각각 부국장 승진, 기획취재부장으로 보직이동했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100분 토론>을 통제하며 조직개편 논란의 핵심으로 자리한 시사제작국장에는 김현종 시사교양3부장이 승진 임명됐다. 사측의 숱한 <PD수첩> 통제 논란 당시 <PD수첩>을 담당했던 김철진 부장은 교양제작국장에 승진 임명됐고, 새로운 <PD수첩> 담당 부장인 시사제작3부장에는 배연규 시사교양국 팩트 체커 팀장이 임명됐다.

<PD수첩>에 대한 통제가 부쩍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관계회사 임원과 MBC 본사 주요 본부장 인사에서는 '친 김재철 사장' 인사가 본격 단행됐다. 이진숙 홍보국장이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승진해 '최초의 MBC 본사 여성 임원'이 됐다.

보도본부장 당시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던 전영배 특임이사는 MBC 자회사인 MBC C&I 사장에 임명됐고 대구MBC 사장에는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 MBC 경남 사장에는 정경수 글로벌사업본부장, 원주MBC 사장에는 고민철 경영지원본부장, 제주MBC 사장에 최진용 보도제작국장이 임명됐다. 이번에 임명된 6개 지역 MBC와 자회사 3곳의 신임 사장은 모두 친 김재철 사장 인물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 반발해 대구MBC 국부장협의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직 간부 전원이 사퇴했으며, 이에 따라 23일 낮 12시부터 대구MBC의 TV와 라디오 제작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3일 현재 국·부장급 사원 23명은 보직사퇴 후 노조에 재가입했다.

자사출신 박영석 사장의 임기가 남았음에도 일방적으로 사장이 교체된 데 따른 여파로, 새 정부 출범 후 MBC 본사에서 낙하산 논란이 일어난 양태와 상황이 같다. 박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24일 성명을 내 "사실상 'MB방송 체제'를 완성했다"며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는 요원해졌다. 김재철 퇴진 이외에 조합이 취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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