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런데도 체육학계에서는 기이할 정도로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문 당선자의 표절 사태가 체육학계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계기가 된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국민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가 문 당선자의 학위 논문이 '심각한 표절'이라고 발표한 2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대강의실에서 학술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체육학계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체육인 출신 정치인을 만들려던 체육계의 야심이 무너졌고, 나아가 체육학계에 이런 문제를 앞장서서 지적할 만한 인물이 적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문 당선자의 학위 논문이 단순히 표절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대신 써준 심각한 수준의 비리라고 주장하고, 대필자로 동아대 김태일 교수를 지목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학술단체협의회는 체육학계에서도 토론자가 나와주길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가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 본부관에서 새누리당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관련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위원장 이채성 교수가 발표 및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문 당선자는 오후 새누리당을 탈당 했다. ⓒ뉴시스 |
최 평론가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듯 4년 전에도 동아대 내에 표절 비리가 여러 건 적발됐다"며 "이 정도로 표절과 비리가 체육학계 내에 뿌리 깊게 진행된 것 아니냐"고 체육학자들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또 "대필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로 문제가 커졌음에도 자신 있게 나서서 체육학계 내부 문제를 지적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학계 내부에 자정능력이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체육학계가 침묵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왜 이토록 엄중한 사안에 한 마디 언급도 나오지 않는지 (국민들이) 궁금할 따름"이라며 "'조금 하자가 있더라도 경기인 출신 문대성을 (스포츠계) 지도자로 키우는 게 체육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잘못된 집단 이기주의가 작용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스포츠분야를 취재해 온 최 평론가는 체육계가 침묵하는 주요한 이유로 국가체육예산 인상 노력을 들기도 했다. 체육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힘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해 낼 인물로 체육계가 뭉쳐 문 당선자를 정치인으로 키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 평론가는 "체육계는 그간 국가 체육예산을 국가재정의 1%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오랜 숙원을 갖고 있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경기인 출신 정치인을 배출해야 한다는 암묵적 컨센서스가 이뤄졌었다"며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대중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은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에게 교수임용 기회를 주고 학위를 만들어 준 것 아니냐"고 사실상 문 당선자 논문 표절 사태에 체육계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평론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검증 없이 단순 포장되고 만들어진 스타가 얼마나 경쟁력이 없는가를 체육학계도 알게 됐다"며 "진정 체육발전을 위해 애쓰는 인재를 양성하려면 학문에 매진해 능력으로 인정받는 지도자가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윤리적 학자가 학생들에게 뭐 가르치겠나
▲문 당선자가 20일 새누리당을 탈당키로 했으나 표절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적잖은 학계 관계자들은 문 당선자 논문이 단순히 표절이 아니라 '대필'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 |
배 위원장은 사실상 논문 표절 사태를 "구조적인 관행"이라고 규정하고 "이처럼 비윤리적으로 성장한 학자가 학생들에게 뭘 가르치겠느냐. 학문적 윤리도, 교육자 윤리도 없는 사람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배 위원장은 단순히 체육학계만 비판할 상황도 아니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대학이 무너지면서 윤리의식이 희박해졌다"고 진단하고 그 근거로 "특히 사립대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립대가 교육의 공공성 대신 이윤추구 원칙을 갖게 되면서 교육에 대한 인식마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곳으로 대학이 전락하면서, 구성원(교수)도 똑같은 사람들이 됐다"고 우리나라 학계의 현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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