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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수출 선제적 중단 검토"…유럽 제재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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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수출 선제적 중단 검토"…유럽 제재에 맞불

IMF "이란 원유 수출 줄어들면 유가 30% 오를 것"

이란이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항해 선제적으로 원유 수출을 중단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금수 조치가 전 세계 유가에 미칠 영향을 놓고 우려와 낙관이 교차하는 가운데 금수조치 동참 압력에 시달리는 한국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하산 카포리파드 이란 의원은 25일(현지시간) 국회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EU가 금수 조치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이란 정부가 유럽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하는 법안을 오는 29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는 지난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 계약을 오는 7월 1일까지만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내 이란 중앙은행의 자산도 동결되며 귀금속 거래도 중단된다.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도 5월부터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란은 이에 대해 유럽 국가들은 이란산 원유 수출량의 18%만을 사들일 뿐이라며 금수조치가 이란보다는 유럽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카포리파드 의원이 제기한 선제적 원유 수출 중단 조치까지 현실화된다면 유가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맞서 이란이 봉쇄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AP=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원유 금수 조치가 시행되면 이란이 하루 1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다른 산유국들이 부족분을 대체하지 못할 경우 국제 유가가 최고 3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루 160만 배럴을 생산하던 리비아가 지난해 내전 발발 후 수출이 중단되면서 유가가 한 때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경우를 봤을 때, 비슷한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3분기 유럽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전 분기보다 하루 70만 배럴이 늘었다는 EU 통계청의 발표까지 나오면서 금수 조치가 유럽의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이란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이란의 하루 석유 생산량인 350만 배럴을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은 중동 산유국들이 증산 조치에 들어가면 중동 원유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IMF는 호르무즈 봉쇄 사태가 실제로 벌어지면 유가에 미치는 파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으로부터 금수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받은 한국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를 명기한 미 국방수권법의 예외 적용을 받기 위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어느 정도 줄여야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감축량이 한국 경제에 줄 충격을 감안하면 쉽게 판단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원유 수입의 약 10%를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는 다른 원유에 비해 가격이 싸서 다른 원유로 대체한다고 해도 원유 수입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서방 국가와 이란이 실제 '행동'에 들어가 국제 유가가 폭등할 경우 국내 물가와 경기도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의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26일 "전 세계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가 확산되면 원유공급이 줄고 유가가 올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과 성장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티그룹은 두바이유 가격이 10% 오르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포인트 늘고 경제성장률은 0.1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추가 제재가 부를 후폭풍에 재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 실사지수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전망치가 기준치 100에 못미치는 91을 기록했다.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경련은 그 원인으로 유럽발 재정위기와 함께 이란발 유가상승 압력으로 인한 기업 수출환경 악화 가능성을 들었다.

이란에 한해 72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금수조치로 인해 이란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은 지난 4~5일 수도 테헤란 시(市)에서 삼성과 LG의 옥외광고물 중 일부를 철거해 금수조치에 동참하면 보복이 따를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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