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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당' 80석 가까이 잃어…푸틴 대선 구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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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당' 80석 가까이 잃어…푸틴 대선 구도 차질

1999년 등장 이후 첫 정치적 위기…"정치 장악력 흔들려"

'상처뿐인 승리'

내년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국가두마(하원) 선거에서 받아든 성적표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통합러시아당은 5일 오전 10시(현시시간) 기준 96%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약 49%를 득표해 전체 하원 450석 중 238석을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의석 수의 과반은 차지했지만 지난 2007년 3분의 2가 넘는 315석을 점유했던 것에 비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반면에 19%를 득표해 92석을 확보한 공산당, 13%로 64석을 차지한 중도좌파 성향의 '정의 러시아당'은 "러시아 정치의 새 시대가 열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도 11%를 얻어 56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여당의 광범위한 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이를 지적하는 반정부 성향 언론사와 선거감시기구의 웹사이트가 해킹 공격을 받는 등 야당 진영에서 "역대 최악의 더러운 선거"라는 비난을 받은 와중에 거둔 성적표여서 충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통합러시아당뿐 아니라 내년 3월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푸틴 총리에게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푸틴의 대항마가 없다는 점에서 당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없지만 러시아의 야당 지도자 블라디미르 로즈코프는 5일 <로이터>에 "내년 대선 정국에는 (푸틴에 대한) 실망과 좌절, 그리고 정치적 각성과 반발표에 의해 정치적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선거 결과에 대해 "러시아의 현실을 반영한 긍정적 결과", "이 결과에 기초해 우리는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등의 발언으로 애써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통신은 푸틴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안장도 없이 말에 타거나 전투기를 모는 등 마초적인 쇼맨십을 강조하는 것을 대중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여기면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많은 유권자들은 푸틴이 권위주의 정치를 펼치는 동안 집권당을 중심으로 부패와 빈부 격차가 확산된 점을 지적하면서 푸틴의 재등장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AP=연합뉴스

통신은 무엇보다 이번 선거로 통합러시아당이 유지했던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푸틴의 막강한 정치 장악력이 흔들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의 정치 분석가 드미트리 오레슈킨은 "푸틴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데 익숙한 사람"이라며 "하지만 집권당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푸틴에게 반감을 갖게 했는데 그가 어떻게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펼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합러시아당 선거를 총지휘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도 곤란하게 될 것으로 통신은 전망했다. 푸틴에 대한 거부감은 동시에 푸틴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고 푸틴의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 메드베데프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국내 러시아 전문가 분석 -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 교수

- 통합러시아당이 과반을 확보하고도 '충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푸틴의 지지도가 한때 70%를 넘나든 점을 감안하면 그가 이끄는 통합러시아당도 이에 걸맞은 60~70%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정계와 재계를 주도하는 통합러시아당과 푸틴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이번 결과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마치 전두환 정권 당시 1985년 2.12 총선에서 여당의 일방적인 선거운동 속에서도 김대중과 김영삼의 신민당이 30~40%의 의석을 차지했던 충격과 비슷하다.

더욱 큰 의미는 내년에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푸틴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2번 대통령을 하고 총리로 내려갔다가 헌법을 바꿔 대통령에 다시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유래가 없는 일이지만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기에 비해 국가 기반을 확립했다는 측면에서 그의 재등장은 당연시돼왔다. 하지만 과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이를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은 것이다. 앞으로 러시아가 푸틴식 권위주의 체제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다."

- 과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푸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이유는?

"푸틴이 대통령으로서 이뤄낸 공적은 인정하지만 권위주의 체제로의 회귀는 원하지 않는 것 같다. 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푸틴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했고 자유·인권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강조한 편이었다. 서방과의 대외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했다. 국민들은 메드베데프보다 강성인 푸틴으로 회귀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가치가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생각들이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의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SNS 세대의 집단적인 참여로 집권세력에 대한 네트워크적 저항이 감지되면서 선거 구도를 바꿨던 사건이 러시아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앞으로 러시아의 정치 지형이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줬고 흐름이 더 형성된다면 이 경향은 더 강화될 수 있다. 러시아가 민주주의·탈권위주의로 가느냐, 다시 예전의 권위주의로 가느냐의 기로에 설 수 있다."

- 당장은 내년 푸틴의 당선을 뒤집을 만한 결과는 아니라는 평가다. 내년 러시아 대선을 전망한다면.

"이번 선거의 중요한 점은 여당이 과반을 넘겼지만 푸틴 집권 이후 처음 나타난 민심의 이반이라는 사실이다. 푸틴에 대항할 탈권위적이고 민주적인, 젊은 트렌드를 반영할 구심점이 나타난다면 푸틴의 재집권이 위협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앞으로 러시아라는 거대한 국가가 서구식 개방성을 갖는 모델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적을 탄압하고 주요 언론을 장악한 푸틴에 맞설 구심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 결과는 일종의 정치 혁명이며, 국민들의 커다란 정치적 자각이라는 의미가 있다.

일례가 지난달 푸틴이 격투기장에서 야유를 받은 사건인데, 언론들은 가십성 기사로 봤지만 그렇게만 볼 건 아니다. 푸틴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지금까지 서구적 시각에서 러시아는 외부의 압력으로는 바뀌는 나라가 아니고, 내부적으로 더 개방적인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해 걸릴 것이라고 봐 왔다. 하지만 직접 러시아 사람들을 만나보면 변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번에 표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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