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27일(현지시간) 겨울을 앞둔 유럽에서 노동자들이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거리시위에 나설 뿐 아니라 중산층들도 현금 부족에 시달리면서 다양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을 황폐하게 만든 재정 위기로 정부는 복지 프로그램을 포함한 재정 긴축과 증세에 나섰고, 상승하는 실업률 속에서 많은 유럽인들은 암울한 장래 계획을 짜고 있다.
루마니아 브라드시(市)의 플로린 카자쿠 시장은 지난주 중앙 정부의 난방 보조금 감축에 항의해 6일간의 단식 투쟁을 벌였다. 보조금이 줄어들면 시민 1만 명의 주택과 공공기관, 병원이 필요한 난방 연료를 제대로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자쿠 시장은 "내 단식 투쟁은 극단적인 방법"이라며 "공동체에 대한 도움을 바라는 시장의 호소"라고 말했다. 그는 루마니아 정부가 뒤늦게 30만4000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뒤 27일 단식을 중단했지만 그 보조금으로는 영하 3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서 15~20일 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카자쿠 시장은 현재 브라드시가 겨울 난방에 필요한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약 91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며 "우리가 필요한 건 중앙 정부가 난방용으로 비축한 연료 2500톤을 할당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가난한 루마니아는 한달 평균 임금이 400유로(약 61만4480원)에 불과하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임금을 감축하고 세금을 인상하는 긴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최근 구제금융안을 놓고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던 그리스에서도 에너지 관련 세금을 인상하면서 한때 빈곤의 상징이었던 나무 난로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코스타스 미트시오니스라는 한 난로 판매상은 "요새 사업이 2배로 성장했다"며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비슷하게 난로를 사러 온다" 말했다. 통신은 그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미소를 짓는 극히 드문 사람 중 하나라고 전했다.
▲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한 목재 상점. 그리스 정부가 에너지 관련 세금을 인상하면서 나무 난로 소비가 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
유럽에서 사정이 가장 나은 독일에서도 무료급식이 필요한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 무료급식 관련 복지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울리히 슈나이더는 "현재 전국 700개의 무료급식소가 있는데 이는 10년 전 독일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매일 100만 명의 사람들이 무료급식소를 찾는다"라고 말했다.
위기를 느끼는 이들은 빈곤층만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현금이 부족한 중산층들이 늘어나면서 전당포가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한 영국 시민상담소의 모이라 헤인스 대변인은 "소득이 동결되거나 노동시간이 줄어든 이들, 또는 직업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상담소에 찾아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애완동물을 이웃보다 사랑한다는 영국에서는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가디언>은 26일 많은 영국민들이 그들의 애완동물에 들었던 보험료를 타기 위해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러한 와중에 '슈퍼 부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부를 얻으면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유럽인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상위 100대 기업 임원들의 소득이 지난해 49%나 증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30일로 예정된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나설 영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불가리아에서는 이미 철도 노동자들이 2000명 구조조정안에 반발해 파업을 일으켰으며 포르투갈에서도 23일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대중교통과 공장이 마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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