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가 7%를 넘어서며 유로존 안전채권의 기준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이가 5%를 넘은 상황을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진단했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이제 이탈리아는 유로존에 머무는 한 그리스 등 다른 유로존 주변국들이라면 구제금융을 받을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 유럽연합 집행위원을 역임한 마리오 몬티가 이탈리아의 새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유능한 경제전문가로 총리를 바꿔도, 이탈리아의 부채위기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럅다는 지적이 나왔다. ⓒAP=연합 |
하지만 이탈리아는 부채 규모가 유로존 주변국 3개국(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유로존 4위 경제국 스페인의 부채를 합한 것과 맞먹는 1조9000억 유로(약 3000조 원)나 돼 구제금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탈리아는 유로존에 머물 수 없다는 것.
그리스 등 유로존 주변국의 부도위기는 구제금융으로 틀어막아 유로존에 함께 있을 수도 있지만, 이탈리아는 결코 구제금융으로 유로존에 머물 수 있도록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유로존 붕괴'는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각) 루비니 교수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이탈리아가 유로존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이유(Why Italy's Days in the Eurozone May Be Numbered)'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진단하면서, 이탈리아가 유로존에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유로존이 함께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특단의 정책을 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루비니 교수는 이른바 '유로존의 공동보증채권'인 유로본드는 물론, 유로존의 공동 구제금융기금이라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 방안이 얼마나 '사기극'인지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실현불가능 또는 사기극인 방안들 뿐
루비니 교수는 유로본드는 독일이 정치적으로 찬성하지도 않지만, 몇 년이 걸리는 조약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방안이며, 유로존이 지난달 말 극적으로 합의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고 선전한 EFSF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부채담보부증권(CDO) 같은 '폰지게임식 사기채권'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EFSF 확충 방안은 4400억 유로를 '레버리지 기법'을 통해 4배 가까이 늘린 2조 유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4400억 유로 중 절반은 이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과 이들 나라의 은행 구제에 투입됐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구제용으로는 2000억 유로만 남아있다"면서 "2000억 유로를 뻥튀기해서 2조 유로를 만들겠다는 것은 '사기 채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원금이라고 할 EFSF 자체가 '트리플 A'의 신용도 못가진 나라들이 상호 보증으로 '트리플 A'의 신용이 있는 것처럼 꾸민 거대한 CDO이며, 이것을 또다시 4배로 늘리겠다는 것은 현실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쓰레기'라는 것이다.
이런 방안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자 그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 EFSF를 기반으로 특수목적기구(SPV)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중앙은행들이 국부펀드와 브릭스 국가들의 자금을 '트리플 A'급 자산에 밀어넣어 중앙은행의 자산을 '깡통채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심지어 루비니 교수는 "서브프라임 채권을 묶은 CDO 사기극처럼 들리지 않느냐"면서 "바로 그렇다. 그래서 독일의 중앙은행 이 방안을 거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금리 차이가 5%를 넘은 배경에 대해 "레버리지 EFSF와 EFSF SPV도 효과가 없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을 구제할 만큼 IMF의 기금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이탈리아의 국채의 스프레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함께 갈 특단의 대책 가능할까
나아가 그는 "이탈리아가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해 훌륭한 경제 전문가 출신의 총리가 이끌게 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GDP의 5%에 달하는 재정 흑자를 매년 기록해도 GDP의 120%나 되는 이탈리아의 부채가 줄이기는커녕,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유로존에 머무는 한 이런 재정흑자를 기록할 성장을 해낼 수 없다. 오히려 긴축정책으로 경기침체가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이탈리아가 살아나려면 유로존을 탈퇴할 수밖에 없다. 루비니 교수는 "이것은 유로존 붕괴를 의미하지만, 불행히도 이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무한히 자금을 공급하고, 금리를 제로로 낮춰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독일 등 유로존 중심국의 경기부양책과 주변국의 긴축정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ECB의 무한 자금 공급에 가장 부담이 큰 독일이 정치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실상 이런 방안 자체가 ECB의 구제금융을 금지하는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루비니 교수의 진단이 맞다면, 유로존 붕괴를 막을 대안도 사실상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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