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대 금융비리…부산저축銀 76명 기소

단일사건 최대 규모…3천300명 조사·117건 기소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가 9조원대에 달하는 금융비리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부산저축은행그룹 전·현직 임원과 정관계 인사 42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총 76명을 기소했다.

또 1조원대 책임·은닉재산을 찾아내 예금보험공사에 환수하도록 통보했다.

수사과정에서 3천387명을 조사하고 기소자가 연인원 117명에 달하는 등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금융비리로 기록됐다.

최재경 중수부장은 2일 이같은 내용의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부분은 철저하게 조사해 드러난 비리는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부동산 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 주식을 불법 보유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로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 직전 부인 명의로 보유한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4%, 시가 4억원)를 규정대로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지 않고 명의신탁 형태로 보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아시아신탁이 지난해 6월 자금난을 겪던 부산저축은행에 90억원을 출자한 것과 관련, 김 전 원장이 은행 측과 유착되거나 구명 로비에 연루됐는지도 조사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의 1천억원대 유상증자를 주선하면서 투자자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한 혐의(사기적 부정거래)로 장인환(52) KTB자산운용 대표, 캄보디아 부동산개발사업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시행사 대표 2명, 인허가 청탁과 3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서모(49) 변호사 등 4명을 기소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융비리는 불법대출 6조315억원(자기대출 4조5천942억원, 부당대출 1조2천282억원, 사기적 부정거래 2천91억원), 분식회계 3조353원, 위법배당 112억원 등 총 9조780억원에 달한다.

중수부는 지난 3월부터 8개월 동안 133명의 수사인력을 투입,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계열은행(부산·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저축은행)이 저지른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비리를 파헤쳤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1조395억원의 책임·은닉재산을 찾아내 보전·환수 절차에 들어갔다. 책임재산은 은행 임직원과 관련업체 보유 부동산 등 9천741억원, 은닉재산은 차명으로 숨겨둔 금융자산 등 654억원이다.

금융비리에 직접 가담한 혐의로 사법처리된 부산저축은행그룹 전·현직 임원은 박연호(61) 회장과 김양(58) 부회장 등 20명으로 이중 10명을 구속기소했다.

이와 함께 김두우(54) 전 청와대 홍보수석,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53)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김광수(54)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차관보급),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 서갑원(49) 전 민주당 국회의원 등 구명로비 등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기소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청와대와 금감원 고위층에 줄을 대기 위해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71.구속기소)씨를 비롯한 8명의 브로커를 기용해 광범위하게 금품을 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은행들에 대한 검사·감독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를 눈감아준 전·현직 금감원 직원 8명, 국세청 공무원 7명,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공인회계사 4명도 적발됐다.

반면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영업정지 직전 고위층 등의 대규모 특혜인출이 있었다는 의혹은 재조사 결과 은행 임직원이 고액예금자에게 예금을 찾아가게 한 일부사례 외에 다른 부정인출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외형상 작년말 기준 총자산 9조9천억원의 국내 자산규모 1위 저축은행이다.

하지만 수사결과 실상은 수조원대 고객예금을 불법대출해 직접 운영하는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에 쏟아부어 아파트 건설, 휴양지 개발, 납골당 건설, 선박 투자 등 투기적 사업을 하며 전국 최대 규모의 시행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한 예금 및 후순위채 피해자는 2만여명에 이른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 등 남은 수사는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이관해 계속할 방침이다.

한편 동시다발로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벌인 일선 검찰청도 이날 일제히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삼화저축은행이 3천200억원대 비리를 저지르고 금감원 고위간부 등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인 사실을 적발해 신삼길(53) 회장 등 25명을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검은 6천억원대 불법대출과 관련해 오문철(59) 보해저축은행장과 대주주인 임건우(64) 보해양조 전 회장 등 38명을, 춘천지검은 도민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채규철(61) 회장을 비롯한 5명을 각각 기소했다.

전주지검은 전일저축은행 비리로 15명을, 제주지검은 제주으뜸저축은행 비리로 12명을 각각 기소했다. 전국적으로 저축은행 비리로 인한 전체 기소자는 17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