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는 "한·미 FTA는 환자에게 생명 포기 각서나 다름없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허를 가진 초국적 제약회사가 한국에 약 공급을 거부한다면 환자들은 죽음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FTA 협정문에 따라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실시되면 재판에서 특허가 아니라고 판명나기 전까지 환자들은 복제약마저 구입할 수 없게 된다.
"73%가 무효인 특허 위해 국민 생명 담보?"
의료 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3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가 발효돼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실시되면 특허기간이 연장된 거대 제약회사는 엄청난 이득을 보지만, 그 손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진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미국 연방무역위원회의 조사(2002년)에 따르면 의약품 특허 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한 비율은 73%다. 그 중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56%,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이 46%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기존 약의 제형을 바꾸거나 구조를 약간 변경해 부실한 특허를 등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권 활동가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특허 남발로) 복제약 출시가 지연된 만큼 건강보험 재정은 손해를 입고 환자들의 생명은 위험해지지만 제약회사는 여기에 대해서는 배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미 FTA가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정한 약값을 번복시킬 '독립적 검토 기구 설치'를 명문화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범국본은 "독립적 검토기구에 한국 정부는 참여하지 못한다"며 "국내 약값을 결정하는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은 무력화되고, 약값은 대폭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ISD 대상,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될 수도"
한국 정부의 정책이 미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게 한 투자자-정부 제소제(ISD)의 대상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범국본은 "미국의 센추리온이라는 영리병원 기업이 캐나다의 무상 의료 제도를 상대로 제소한 적이 있다"면서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가장 기초가 되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가 제3국에서 변호사 3명의 단 한 번의 결정에 따라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현재 60%밖에 안 되는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파는 보험회사들은 이를 문제삼아 ISD 제소를 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보험회사들의 제소 협박에 시달려야 하고 실제로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범국본은 "한마디로 정부는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제물로 99% 국민들의 생명 포기각서를 국회에 제출한 셈"이라며 "한·미 FTA 비준에 찬성하거나 이를 막지 않으려는 국회의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총선에서 그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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