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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식 '원교근공'은 틀렸다"

[9.11 기획 강좌]<5·끝>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9.11 이후 10년,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연속 강연을 마련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5회에 걸쳐 열린 강연은 17일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의 'G2 시대의 세계질서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강연에서 이남주 교수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추락과 중국의 부상으로 동북아 안보 상황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강연의 주요 내용을 요약·재구성했다. <편집자>


▲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G2 시대를 논하기에 앞서 과거 중국의 위상에서부터 출발해보자. 근대화 이전 시기 세계 차원에서 힘의 분포를 보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구의 규모와 경제력이었다. 인구 규모를 보면 중국이 압도적 1위였다. 당시 경제력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경제사가들이 합의한 바로는 전 세계 경제의 약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유럽이 산업화를 하면서 1952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5.8% 수준으로 하락했고 중국의 쇠퇴와 맞물려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됐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함에 따라 미국은 단일 패권의 시대를 맞았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군사력이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의 군사력 우위가 강해졌다. 미국이 전 세계 군비의 45%(2008년 기준)를 지출했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약 1700억 달러의 전비를 들여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했는데 이 전쟁이 'G2'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중국의 위상이 확대되고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한 중요한 사건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이 성장하면서 미국을 추격하고 있지만 한동안 미국을 앞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구적 차원에서 G2를 얘기하려면 빨라도 앞으로 15~2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G2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AP=연합뉴스

중국이 대외적 팽장을 할 수 없는 까닭

중국의 성장을 보여주는 몇 가지 지표를 보자. 달러로 환산한 GDP로 보면 2010년에 일본을 추월했다. 미국과 비교해도 중국의 성장률은 높은 수준이다.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경제가 61% 성장하는 사이 중국은 536% 성장했다. 골드만삭스는 2000년대 초반 브릭스(신흥 경제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을 2041년경 추월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2000년대 후반기가 되자 2027년으로 시기를 앞당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군비 증강률을 봐도 미국은 9.11 테러 이전 GDP 대비 3% 선까지 떨어졌던 군비 지출을 테러 이후 2009년에는 5%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반면 중국은 군비 증강률에 급격한 변화가 없다. GDP가 성장하면서 정부의 조세 수입이 느는데 따른 자연적인 증가만 있을 뿐 자원 배분상의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중국이 이러한 기조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미국을 경제력에서 추월할 2025~2030년이 되면 중국의 군비는 미국의 5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격차만 줄어들 뿐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하드 파워나 외교적 역량까지 능가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내부 문제다. 중국은 경제성장의 과도기에 있어서 시스템을 안정되게 관리하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과도기 현상 중 하나가 소득 불균형이다. 소득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가 2007년 기준 0.47~0.48인데 아시아에서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도 이 정도는 아니다. 농촌과 도시 사이의 소득 격차도 심해서 최근에는 약 1:3.3 수준까지 벌어졌다. 사회적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성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선 1980년대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해 중국의 고령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또 서방국이 과거 공업화 시기에 자원의 제약을 덜 받은 반면 중국은 자원 수요에 따라 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는 구조에 놓여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제약으로 인해 중국은 성장하고 있는 힘을 대외에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을 고려할 때 중요하게 여길 변수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도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갈 조건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상황이 이런데 G2라는 개념이 퍼진 이유는 이 용어를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쟁과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국이 혼자 국제 질서의 변화를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중국이 국제사회에 참여해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담론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로 G2를 들고 나왔다.

중국 입장에서도 싫어할 일은 아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뛰어들 필요는 없다. 앞으로도 미중관계는 예전 미소관계처럼 전면적인 대치로 가진 않겠지만 세계 질서를 공동 관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현실적인 중국의 대외전략은 내부적 불균형과 미국과의 격차를 조정하는 시간벌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심각한 갈등 유발을 피하면서 핵심 이익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국제질서의 안정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힘을 사용하거나 재편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질서 유지를 위해 개입하면, 중국은 이에 편승해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이다. 쫓는 사람의 이점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는 방식은 그렇게 능력을 점진적으로 증진시키는 것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푸는 게 중요하다.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중관계

하지만 앞서 말했듯 동북아 지역은 조금 다르다. 미중의 경쟁이 가장 먼저 시작될 지역이 동북아이기 때문이다. 일단 힘의 관계를 보면 동북아에서는 빠르게 두 나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힘을 전 세계 곳곳에 다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이 당장 전략적 집중을 하고 있는 곳이 동북아다.

한국의 국가별 무역 비중만 봐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이 차지하는 부분이 20년 동안 10배로 늘어 22.7%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미국의 비중을 합친 것보다 많다. 구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미국이 필요 없다는 말도 아니다. 중국 무역의 순환 고리가 결국 미국과의 교역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큰 안보 우려는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해상 교통로(sea lane) 문제다.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은 아직까지 무력을 사용한 통일을 전면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대만 독립파들의 세력이 강화되면서 양안관계가 약화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됐다. 여기에 미국이 개입하면 중국의 민족주의적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남중국해 문제도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예전에 석유를 자급했지만 지금은 50%를 수입한다. 수입 석유 중 70%가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남중국해를 통해 들어온다. 이 때문에 남아시아 국가 및 미국과 이익 충돌이 나타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 전환점을 보여준 때가 지난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로 진입하려고 해 힘겨루기 국면이 조성됐고, 조어도, 남중국해, 남사군도 문제까지 연속해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미중관계가 동북아에서 협력으로만 가지 않으며 갈등도 발생할 거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고 이게 동북아 국가들에게 딜레마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헤징 전략'과 다자안보협력 체제

미중관계가 경쟁 관계로 바뀌었을 때 동북아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극단적인 것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어떤 정체성을 갖는 국가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나라다. 예컨대 중국에서 민주화 과정이 진행된다면 대외정책이 평화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없다. 과거의 민주화 사태를 봤을 때 중국 지도부가 다양하게 표출될 요구와 갈등을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민족주의적 요구가 강화되면서 대외적 쟁점에 대해 공세적 태도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변화를 위협으로 느끼고 있어서 미국의 개입을 환영한다고 했다. 또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중국이 들으면 열 받을 얘기다.

한미동맹이 외교적인 자산일 수 있지만 레토릭(수사)을 그렇게 하면 중국 입장에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의 레토릭 중 하나가 한미동맹 강화로 중국과의 관계를 잘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적으로 미국도 중국도 전적으로 믿을 만한 국가가 아니고 활용할 수 있는 지점도 양쪽에 다 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걸 말로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이 작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도 그런 레토릭이 제기됐는데 지금 그렇게 됐나?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5월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을 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낡은 유산"이라는 레토릭으로 반격하지 않았나. 그래서 지금까지 중국과 경제 문제에서는 잘 되는 편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잘 풀리지 않았다.

두 번째 선택지는 일종의 원교근공(遠交近攻)론이다. 미국을 가까이하고 중국을 친다는 건데, 문제는 '공(攻)'에 있다. 원교근공은 가까이 있는 적을 소멸하기 위한 전략이고 격파 순위를 정하는 문제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중국을 격파하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성장을 막는 게 바람직한가를 논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먼 곳의 물로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한다(遠水不救近火)는 한비자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중국과 친해져도 부담이 있고, 미국과의 관계만 강화하는 것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동북아 국가의 딜레마이고 외교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도전이다.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인데, 특히 힘의 균형 차원에 한반도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더욱 그렇다.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적 대응과 중장기적 대응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단기적 전략은 일종의 위험분산, 즉 헤징(hedging) 전략이다.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그 관계가 중국의 이익을 위협하지 않다고 (중국에) 설명해야한다. 중국은 그런 논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다. 중국도 단기적으로 미국과 경쟁이 전면화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시간이 있는 셈이다.

한미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길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인데 MD가 만들어지는 건 한미동맹이 중국을 봉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묶는 군사동맹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미국이 바라는 대로 비용을 전가시키면서 군사적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 역시 중국에 대한 제스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당분간은 위험분산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위험분산 전략이 장기적인 동북아 질서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접근 방식은 동북아에서 다자안보협력 체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역 안보는 지역의 소속 국가들이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일종의 집단안보체제인데, 지금까지는 이상적인 체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각 나라별로 핵심 이익이 달라서 위협이 발생해도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결국 강대국의 협력이 없으면 다자안보협력 체제도 만들어지기 어려운데 패권국들은 이에 나서는데 소극적이다. 자기 의도대로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자협력 체제를 통한 관리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한 게 상하이협력기구(SCO)다.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만든 SCO를 통해 중국은 국경 지역의 병력 축소에서 시작해 지금은 경제협력 논의로까지 발전시켰다.

미국 역시 장기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힘의 약화를 인정할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럴 때 우리가 다자협력 체제를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끼리의 논의만이 아니다. 이미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를 갖추기로 6자 당사국들이 합의한 바 있다. 6자회담이라는 출발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 셈이다. 이런 방식의 접근을 위해서는 동북아의 개별 국가들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협력해서 풀려는 주체적 입장을 가져야 한다.

● 9.11 기획 강좌 전편 보기

<1강> 김민웅 "테러와의 전쟁, 미국 헤게모니 지키기의 마지막 안간힘"
<2강> 김재명 "테러와의 전쟁 뒤에는 석유와 군산복합체 있다"
<3강> 이태호 "위키리크스, 미국 정부 '막가파식' 전쟁몰이의 부메랑"
<4강> 안병진 "9.11의 시대, 월스트리트에서 종언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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