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이폰5 판매 금지 소송 착수…특허전쟁 한국 상륙

IT시장, '특허 전쟁' 이어 각자도생 나서나

애플과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애플이 다음달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폰 '아이폰5'의 판매금지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다수의 IT 외신은 한국의 영자지 <코리아타임스>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아이폰5의 한국 내 판매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자사의 무선통신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20일 소송 준비사실을 인정했다. 삼성은 애플이 유럽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것처럼 통신 특허를 바탕으로 똑같은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의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과 삼성의 대결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애플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잇따라 삼성이 자사 디자인을 베꼈다는 등의 이유로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달 초 독일 법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갤럭시S2와 갤럭시탭 10.1의 자국 내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다량의 특허를 확보하고 애플도 60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한 노텔을 인수하는 등 IT 업계에서 특허 확보 바람이 불면서 소송전도 열기를 더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도 무선기기에 쓰이는 표준 기술 등 10만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특허 분쟁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한국의 네티즌들은 삼성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의견, 애플이 삼성에 먼저 소송을 걸었으니 삼성의 대응은 정당하다며 특허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다양하게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이폰5를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다.

▲ 미국 IT기기 케이스 전문업체 '케이스메이트'가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삭제한 아이폰 케이스 사진. 음소거 버튼이 없는 아이폰을 두고 새로 나올 아이폰5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케이스메이트

한편, 특허 전쟁을 먼저 시작한 애플이 핵심부품 공급업체인 삼성과의 '결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애플은 지난 18일 모바일 기기의 주요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CPU와 같은 개념)와 관련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를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또 일본의 전자기업 샤프의 디스플레이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이러한 움직임은 디스플레이와 AP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삼성 부품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미국의 IT 전문매체 <시넷>은 19일 기사에서 TSMC가 아이폰5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AP인 'A5' 칩을 개발할 만한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며 애플로서는 "선택지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애플이 당분간은 삼성을 다른 공급업체로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시넷>은 전했다.

반면에 장기적으로 애플이 삼성 의존도를 줄여나간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올해만 8조7000억 원 어치의 부품을 구매한 최대 고객 중 하나를 잃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