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산별노조총연맹이(AFL-CIO)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는 정치조직을 구축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정부지출 감축 합의 등이 노동자의 부담을 더할 수 있다는 불만이 미국 노동계에도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경제 위기 탈출의 해법이 재정 적자 감축이 아닌 증세와 재정지출을 통한 성장에 있다고 보는 이들은 올해 미국 노동절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UC버클리대 교수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칼럼에서 올해 노동절은 소풍이나 퍼레이드가 아닌 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져야할 날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시 교수는 정부 통계를 인용해 미국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이 떨어지고 있는 사이 경제 위기에 상대적으로 더 책임이 있는 기업 CEO들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거액의 보수를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재정적자 감축 주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은 노조 비난에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는 정부의 대책만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 노동절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게 라이시 교수의 조언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 공유일인 미국 노동절을 축하하는 포스터(구글 화면 캡처). |
올해 노동절엔 퍼레이드보다 시위가 필요하다
노동절은 전통적으로 소풍과 퍼레이드(가두 행진)를 가는 날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 노동자들에게 소풍은 없다. 그리고 퍼레이드보단 시위를 벌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25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가 없거나 불완전 고용 상태인데도 기업들은 [고용한 이들의] 임금을 깎고 복지 수준을 낮춘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미국 노동자들의 중위 소득은 아직도 하락하고 있다.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실업자가 많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직원들과의 교섭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낸다.
미국 노동자들에게 최근 10년은 지난 1세기를 통틀어 최악의 시절이다. 미 상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민간 부문의 임금 소득은 대공황기(1929년~1939년) 임금 소득의 실질 상승률 5%보다 낮은 4%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자국 내에서보다 밖에서 더 많은 이윤을 올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미국 대법원의 뒤틀린 논리처럼 기업을 사람으로 친다면 미국에 본사를 둔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빠르게 그들의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급여는 치솟았다. 350위 안에 드는 미국 기업 CEO의 연봉과 보너스, 인센티브의 중위값은 지난해 11% 오른 930만 달러로 급등했다. 보너스 상승률만 19.7%였다.
이러한 수치는 심지어 2008년과 2009년 주식 가격이 바닥을 쳤을 때 CEO들에게 지급된 스톡옵션[기업이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수 있게 하는 제도]을 포함하지도 않은 것이다. 최근 하락하긴 했지만 당시의 폭락 이후 주가는 크게 뛰었다. 예를 들어 2009년 3월 포드의 애런 멀럴리 CEO는 1600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과 제한부 주식(restricted share)을 받았다. 이후 포드는 많은 이윤을 창출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포드 신규 직원들의 임금을 현직에 있는 직원들의 절반 수준으로 깎는 것을 허용한 데 기인한다. 포드의 회복으로 주식 가격도 상승해 멀럴리가 당시 받은 주식 가치는 현재 2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기업 이윤이 임금으로 지불되는 비율은 대공황 직전부터 지금까지 걸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사이 미국 경제는 거의 성장을 멈췄다. 경제가 정체된 대부분의 원인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는 민간 소비, 또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이 공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들을 구하려고 했다면 그나마 미 노동절을 축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워싱턴은 여전히 무능력하고, 대통령은 노동자를 맹비난하는 공화당 의원에 맞설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인디애나나 오하이오, 메인, 위스콘신 주 등에서 몇몇 공화당 주지사들은 노조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니 올해 노동절엔 소풍이나 퍼레이드 같은 건 접어두자. 미국 노동자들은 시위를 벌여야 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절이 처음 제정된 이후 최악의 대우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경제는 고통 받고 있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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