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자리 '통폐합 위한 카드'?
▲김재철 MBC 사장 ⓒ뉴시스 |
김 사장은 시범 사례로 진주·창원MBC 통합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9월 20일 방통위에 진주, 창원 MBC 법인 합병에 따른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역 시청자 의견 미청취' 등의 이유를 들어 한 차례 심사를 연기했고, 지난 20일에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진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등의 이유로 다음 회의로 미뤘다.
당시 방통위 회의에서는 "광역화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해야 한다"는 홍성규 부위원장의 의견과 "미디어렙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양문석 상임위원 등의 의견이 맞섰고 최시중 위원장은 "조금 늦어도 대세에 지장 없으니 다음 회의로 미루겠다"고 결정했다.
김재철 사장의 사표는 이러한 보류 결정 이후에 나온 것. 이 때문에 김재철 사장이 계속 연기를 거듭하는 방통위에 모종의 압박을 가하기 위한 '액션'으로 사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MBC 노조 관계자는 "만일 방통위를 압박할 목적으로 사표를 냈다면, 실제 사퇴할 의사는 없다는 것"이라며 "MBC 사장 자리가 계열사 강제 통폐합을 위한 카드로 활용될 수준이냐. 그렇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른 측면도 있다. 최근 김재철 사장은 '소셜테이너 출연 규제'에 대해 무효 소송 원고인단이 꾸려지고, 법원에서 이우환, 한학수 PD에 대한 인사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나오는 등 수세에 몰려있다. 김 사장의 돌발적인 사표 제출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오래 전부터 정치에 뜻"
그러나 김 사장이 '내년 총선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 사장이 오래 전부터 MBC 사장을 거쳐 총선에 출마하리라는 관측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MBC 총파업 당시 김 사장의 행보다. 총파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9일, 김 사장은 돌연 고향인 경남 사천을 찾았다. 지역구 관리를 위해 내려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사장은 다음날(10일)도 사천에서 초등학교 동창들과의 모임을 잡았으나, MBC 구성원들의 반발로 약속을 취소했다.
MBC 구성원들과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김 사장은 MBC 구성원들로부터 '5도2촌(5일은 서울에서, 주말은 고향에서 보낸다)'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고향 관리에 오래 전부터 신경을 썼다. MBC 노조는 지난해 특보에서 "(김 사장이) 2007년 10월 경상남도 사천시 용현면의 한 아파트로 주소지까지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역 정치권에는 2012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MBC가 지난달 24일 방영예고를 했던 <MBC 스페셜>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을 돌연 방송취소한 이유도 김 사장의 총선 출마와 연관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 방송에는 김 사장의 고향인 사천이 지역구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부인 박영옥 씨가 출연했다.
강기갑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총선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며 "올해 초 사장에 연임되면서 '작년보다 뜸하다'는 얘기가 지역에서 나왔는데, 앞으로 자주 내려올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사표 환영"
만일 김 사장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할 경우, 경남 사천은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도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바로 강 의원에게 지난 총선에서 패한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비롯해 이상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모두 사천을 노리는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곧바로 성명을 내 김 사장의 사표 제출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국민의 이름으로 MBC 김 사장의 사표를 수리한다"며 "김종국, 전영배, 윤길용 등 측근과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 사전검열 등 MBC에 남긴 패악유산을 모조리 거둬가라"고 밝혔다.
또 "김 사장이 떠난 MBC가 다시금 공영방송으로 복원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이사회는 김 사장의 돌연한 사표 제출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여당측 인물인 남찬순 이사는 "이사회에서 전혀 보고받지 못한 사항"이라며 "다음주 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의 사표를 수리할지, 반려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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