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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재정 긴축 드라이브, 재앙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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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재정 긴축 드라이브, 재앙을 부른다"

[해외시각] 스티글리츠 "경제 성장 전략만이 해법"

그리스 의회는 지난달 29일 재정 감축 및 민영화 계획을 담은 긴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2015년 까지 국내총생산의 12% 규모의 지출을 감소하고 500억 유로 규모의 민영화를 시행해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방편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약속한 5차 구제금융을 받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탈출하게 됐지만 당장 실업과 경기침체에 내몰린 국민들은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막대한 재정 적자 문제에 직면한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는 최근 적자 감축안과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 문제를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측은 증세를 내세우는 반면, 공화당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지출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같은 각국의 긴축 움직임을 10일 <알자지라>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지출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는 증세와 같은 추가 재원이 소요되는 사안이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긴축안은 경기 회복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이는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국민들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우파 진영이 이러한 점을 부정하고 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와 긴축 재정만을 고집하는 것은 이미 실패했던 경험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수십년간 성장의 동력으로 믿었던 신자유주의가 사실상 소수의 부만을 불리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고전적인 믿음에 기대어 미국과 유럽이 잘못된 결과를 낳을 경우, 그 여파는 다른 세계 각국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이 글의 주요 내용을 번역해 싣는다. <편집자>

규제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폐해

불과 몇 년 전, 규제가 없는 자유 시장에 대한 믿음은 세계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갔다. 미국식 탈규제 자본주의는 심지어 전성기였던 1980년대초~2007년에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미국)의 가장 부유한 이들에게만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었을 뿐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해마다 소득이 줄어들거나 정체됐다.

게다가 미국에서의 생산량 증가는 경제학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미국의 국민 소득이 정체되면서 성장은 오직 빚더미로 떠받친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

필자는 미국인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평등의 확대, 강력한 규제, 시장과 정부 사이의 더 바람직한 균형에 대한 필요성을 깨우치길 희망하는 이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이데올로기와 특수한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우파 경제학이 부활해 전 세계 경제를 다시 한 번 위협하고 있다. 적어도 미국과 유럽 경제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커져가고 있다.

부활한 우파를 지지하는 이들은 수학과 경제학의 기본 법칙마저 무시하려 한다. 미국에서 우파들은 국가 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위협하고 있다. 만일 미 의회가 세입 보다 많은 지출을 하라고 명령하면 재정 적자가 발생하고, 그 적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메워져야 한다.

우파들은 정부 지출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benefits)과 거기에 돈을 조달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는 비용(costs) 사이의 조심스러운 균형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우파들은 정부 지출을 세금만큼으로 제한하면서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걸 억지로 막으려 한다.

이러한 점은 정부 지출의 우선순위가 과연 무엇이냐는 의문을 낳는다. 만약 정부의 소비가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도 지불하지 못한다면 채무불이행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의해 촉발된 위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재정 지출이 삭감되면 경기 하강만 길어질 수밖에 없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0일 미 정부의 부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관계자 및 미 의회 대표들과 함께 앉아 있다. ⓒ로이터=뉴시스

10년 전 경기 활황기의 한복판에서 미국은 국가 부채를 탕감할만큼 커다란 잉여 자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감당할 수 없는 감세와 전쟁, 심각한 불황, 제약 회사에 약값 책정의 자유를 준 부시 행정부의 약속 등으로 야기된 의료비 증가 등이 원인이 되어 잉여 자금이 엄청났던 상황은 기록적인 적자 상태로 급속히 변했다.

미국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러한 진단으로부터 나온다. 어리석은 전쟁의 종식, 군비 및 약값 통제, 증세(적어도 최고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경제를 부양시킴으로써 미국의 경제가 다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파는 이 중 아무것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기업과 부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감세, 투자 및 사회 보호망에 대한 재정 지출 삭감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것이며 남아 있는 사회 계약마저 산산조각 낼 것이다. 한편 미국의 금융계는 과거 재앙적일 정도로 무책임한 영업 방식으로 돌아가기 위해 규제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로비를 벌여오고 있다.

유럽의 문제도 다를 바 없다. 그리스 등이 위기에 직면한 생황에서, 당장의 처방은 케케묵은 긴축 패키지와 민영화뿐이다. 이는 단지 이 나라들을 더 가난하고 더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이 처방은 동아시아와 중남미 등에서 이미 실패했고 이번에 유럽에서도 실패할 것이다. 사실 아일랜드와 라트비아, 그리스에서는 이미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대안은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지원되는 경제 성장 전략을 쓰는 것이다. 성장은 그리스가 부채를 갚을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더 많은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를 줄 것이다. 성장 자체가 세입을 늘리고 실업 수당과 같은 사회적 지출을 할 필요성을 낮춘다. 그러한 신뢰는 또 다른 성장을 유도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금융시장과 우파 경제학자들은 정확히 반대로 문제를 보고 있다. 그들은 긴축 재정이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성장을 담보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긴축 정책은 성장을 힘들게 하고 정부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적어도 긴축을 주장하는 이들이 약속한 것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낼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신뢰는 약화되고 경기 하강의 소용돌이가 시작될 것이다.

계속해서 실패한 정책에 우리가 또 다시 값비싼 경험을 치를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것들을 참아내야 하는 쪽으로 지금 가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중 하나만 튼튼한 성장 국면으로 가는 게 실패해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둘 다 실패한다면, 설사 주요 신흥국들이 자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한다 해도 재앙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더 지혜로운 생각이 지배하지 않는 한, 세계가 나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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