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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산업경쟁력 높인다"

[복지국가SOCIETY]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해마다 이맘때면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논쟁이 불거져 나온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본래 임금과 같은 근로조건은 노동자와 사용자간에 자주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개별노동자와 사용자 간에는 그 힘의 차이로 인하여 대등한 교섭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 임금수준의 최저기준을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그리고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최저 임금안을 6월 29일까지 심의‧의결하면 이 안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8월 5일까지 결정·고시하게 된다. 이 고시는 다음연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그런데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은 매년 되풀이 되어 숙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최저임금 결정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즉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주장하는 노동자 대표와 기업의 부담을 들어 이에 반대하는 사용자 대표의 의견 상충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마감시한을 넘기도록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다가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만들어 내면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 논쟁은 올해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를 비롯해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최저임금연대는 올해 결정될 2012년 법정 최저임금(시간급 기준)으로 현재의 4,320원에서 25.2% 인상된 5,410원으로 제안했다. 이렇게 해야 OECD에서 권장하는 전체 노동자 평균인금(한국의 경우 2,264,500원)의 50% 수준인 월 1,132,250원(근로기준법에 따른 하루 8시간 근무, 주 40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높게 정하면 임금상승을 감당할 수 없는 사업자들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게 된다."는 오래된 논리를 내세워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결국 이번에도 마감 시한을 넘겨 공익위원의 중재안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위촉을 받아 대통령이 선임하는데, 대부분 정부 산하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공익위원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익위원들의 의견이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즉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위장된 교섭의 틀에서 노사대표는 허수아비 노릇을 할 뿐, 최저임금은 정부의 정책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사회적 합의와는 무관하게 결정된 최저임금이 실제 고용관계에서는 상당한 규범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최저임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나라 고용현실의 문제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이 사회갈등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최저임금제도가 실질적인 효력을 갖게 된 상황, 즉 저임금 노동자가 대량 발생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부터이다. 1988년 처음으로 시급 487.5원으로 시작한 최저임금제도는 출범 당시 너무나 낮은 임금수준으로 인해 노동현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차피 최저임금을 한참 상회하는 월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규범으로서의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최저임금제도는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저임금 노동자가 양산되자 점차 실효적인 근로조건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산업간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고용유연성이 고도화되면서,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이른바 '근로 빈곤층(working poor)'이 대거 출현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큰 의미가 없었던 최저임금 제도가 점점 비정규직 노동자, 청소 노동자, 청소년 알바와 같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생활임금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으며, 영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매해 고시되는 최저임금액이 일반사업장의 임단협에 준하는 효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진정한 의미는 말 그대로 최저수준의 임금이라는 데 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2항은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최저임금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즉 최저임금은 개별 사업장에서의 임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최저기준으로 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그 자체를 생활임금으로 지급하도록 제도화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임금 고용구조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의 인상분 퍼센트(%)만을 밀고 당기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에 대한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최저임금연대에서 제안하는 5,410원이 2012년 법정 최저임금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지 않는 한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현재의 고용문제에 대한 정리된 해법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의 중요한 해법은 최저임금 그 자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규범'으로서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제도도 문제이지만, 동시에 무한정 인상하는 것도 능사가 아님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제도는 최소한 이 정도의 임금을 주지 못하는 사업자라면 아예 영업을 포기해야 하고, 관련 산업은 퇴출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즉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자본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생산성과 주기적으로 퇴출되어야 할 낡은 산업의 기준에 관해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그 만큼 사양산업의 퇴출 속도를 높이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합리적인 산업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등의 경우 국민소득 5만 불을 넘은 선진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던 동력 중의 하나가, 렌-마이드너 모델로 일컬어지는 연대임금정책(solidaristic wage policy)과 산업합리화를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었다. 이것은 연대임금(산업별 평균 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위한 노동운동 전체의 일치된 노력을 덜 효율적인 기업과 산업을 퇴출시키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이었다. 이것은 동시에 생산성이 높은 분야의 효율적인 기업과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도 작용했다. 생산성 증가가 실질적인 임금상승과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전체적으로 복지국가의 발전에 복무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갈 경우, 저임금 노동력 착취구조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생산성 낮은 업종에서 대량 폐업 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이들 근로자들의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한다는 재계의 주장도 상당부분은 사실이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막대한 실업급여(또는 실업수당) 지급 요인이 발생하고, 이와 더불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위한 정부 재정의 투입과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의 실시와 같은 정부의 여러 정책들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저임금 노동력에 기초하여 경제를 운용할 수는 없다. 요소 투입형 경제가 아니라, 지식 기반형 경제로의 합리적인 전환, 제조업의 경우에도 저임금 노동력에 근거한 산업이 아니라 기술 혁신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의 선진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면 이러한 과정은 불가피하다. 재계에서 요구하는 합리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실제로 가능하도록 노동 유연성을 일정하게 보장하되, 대신 이로 인해 생기는 실업 등의 문제를 국가의 지원과 개입으로 해결하면서 전체적으로 임금수준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개편해 나가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직업능력개발 사업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 복지로서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최저임금 논쟁에서 간과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정책 하에서 사업주에 대한 직업능력개발 사업 지원은 기업의 규모와 근로자의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가 오히려 직업능력개발 기회의 부족을 더 많이 겪고 있고, 교육과 훈련에 있어서 더욱 더 열악한 상황에 몰리는 경우도 많다.

근로자들의 능력개발과 기술혁신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업이나 근로자가 아닌, 국가가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지출하도록 하고,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 보다 교육을 제대로 받은 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기업에 더 이득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비정규직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따라서 직업안정기관과 직업훈련기관 같은 고용보험 전달체계를 대도시 등의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분포시키고, 또한 수급자가 이에 쉽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도로 숫자를 늘리는 등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물론, 우선적으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살인적인 저임금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최저임금의 인상만으로 우리 사회가 가진 노동과 산업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요컨대 근로빈곤층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의 상승 폭에만 논쟁을 집중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할 수 있도록 보편주의 복지국가 차원의 노동정책으로 관심과 논의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최저임금연대가 주장하고 있는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25%) 방안을 적극 지지한다. 최저임금 상승을 통해 비정규직을 비롯한 취약계층 노동자의 실질 임금 보장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낡은 산업의 퇴출 촉진과 임금소득자 간의 전반적인 소득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1차 분배의 정의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동안 인건비 따먹기에 안주해온 자본의 낮은 생산성을 압박하는 경제사회 발전 전략을 진지하게 연구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물론, 이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무엇보다도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책임 있고 강한 민주정부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톱니바퀴처럼 동시에 맞물려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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