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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에게 묻는다…외환은행,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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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권주자에게 묻는다…외환은행, 어쩔 건가?"

[우석훈 칼럼] "이제는 '금융 민주화'다" <1>

현 정권은 자신들을 선진화 세력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경제의 발전의 단물만 쏙 빼 먹은 집단이고, 특권 세력일 뿐이고, 반칙 전문들이다. 그들이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실제로 별 저항 없이 성공한 유일한 정책은, 슬프게도 '대졸 초임 삭감' 뿐이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는 대신, 그나마 대기업에 취업한 20대들의 실질 소득만 반토막을 냈다. 방송, 문화, 예술, 이런 것만 80년대로 되돌아간 게 아니라 20대들의 평균 임금도 결국 8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다.

결국 폭넓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혀, 지금의 정권은 식물정권으로 가고 있다. 대통령을 둘러싼 이 세력들은 '선진 세력'이라기 보다는 '반칙 세력'들이고, 그들이 주로 특혜를 받는 건 토건과 금융, 두 가지 장치이다. 토건을 통해서는 지대 소득을 통한 투기를 하고, 금융을 통해서는 환율 조작을 통한 대기업 지원과 검은 돈거래, 두 가지를 한다. 토건과 금융, 두 가지를 결합시킨 것이 바로 지금의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한 소위 PF 문제이다. 가장 악질적인 정책이 저축은행 사태이고, 결국 스스로 선진화 세력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들이 덫에 빠지게 된 것이 지금의 저축은행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선 캠프에서 경제 분야 책사로 불렸던 사람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알고 있는데, 환경경제학을 전공하던 그가 한반도 대운하를 기획하던 것까지는 '배 바꿔 탄 것' 정도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도대체 뭘 안다고 산업은행 민영화에까지 끼어들고, 급기야 저축은행 스캔들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었는지, 같은 학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건 바로 현 정권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부자 아버지를 둔 덕에 재산이 100억원이 넘는다는 그가,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이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었는지, 정말로 '부패 세력'이라고 하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가 않는다. 나는 아직도 그가 돈을 받을 정도로 부패했을 것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 그는 나와 입장이 다를 수는 있어도, 한 때 소신있던 소장파 경제학자였었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한 번 던져보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의 흐름은, 대통령을 반대하는 흐름이 사회적으로 깊어지는 중이다. 누가 될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대통령 반대 진영에서 집권을 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최소한 IMF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몇 개월 전,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정권 교체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선거를 24시간도 남기지 않았던 순간까지도 정몽준과의 단일화가 깨어지면서 정권의 형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대선을 561일 남겨놓은 지금, 김대중, 노무현의 집권 분위기 보다는 지금이 더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이제 와서 노무현 돌풍이라고 얘기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언제나 흔들리는 후보였을 뿐이다.

차분하게 김영삼 시절,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민주화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 시절에 대통령을 만들어내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이나 그렇게 했는데, 전혀 바뀌지 않은 분야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토건 세력은 그 후에 더 강해져서, 자기들의 대표를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릴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세력이 바로 금융을 잡고 있는, 금융특권 세력들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때에도, 노무현 때에도, 우리는 금융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했고, 금융은 한국에서 견제 받지 않은 거의 유일한 세력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왔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 10여년간 로펌이라는 게 생겨나서, 관료와 금융가가 더욱 끈끈하게 결탁하게 된 점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곪은 곳이 한국에 또 있을까 싶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

금융가에는 관치 금융이 문제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말을 하는 사람은 100%, 보수 쪽 인사라고 보면 된다. 관치 금융이 한국 금융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 중의 하나인 건 맞지만, 그 말을 지금 하는 건 세 가지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 외환은행, 론스타 돈 갚고, 그냥 하나은행에게 넘겨 버려라

외환은행 독자생존이든, 산업은행과의 통합이든, 정부의 지분이 일정 정도 들어가서 국민 기업처럼 바꾸는 것이, 아마도 금융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걸 하지 말고, 론스타 돈 갚으라는 게, "관치금융이 문제"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 중의 하나이다. 한 마디로 정부는 빠지고, 조중동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이다.
▲ ⓒ투기자본감시센터

2) 우리은행, 그냥 강만수에게 넘겨라

IMF 경제위기로 죽어가는 은행을 국민들의 돈으로 살렸다. 우리 은행이 그런 경우이다. 민영화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으로 이걸 넘기라는 말은, 강만수의 오래 된 꿈, 메가뱅크인 투자은행을 만들자는 얘기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바로 이 IB 정책에 대해서 방향을 못 잡아서 금융 민주화에 실패했다는 것이 내가 가진 이해이다. 물론 그 시절에는 IB가 지금처럼 문제가 되고, 결국 세계경제를 휘청하게 할 것이라는 실증이 없었다. '금융 선진화', '금융강국', '금융 허브' 등 두 번의 민주당 정권을 지내면서 금융 관료들이 내건 구호는 다양했지만, 결국 IB를 크게 만들면 우리 모두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깨어졌고,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결국에는 미국의 리만 브라더스 파산까지, 지난 정권에서 금융관료들이 모델로 했던 'IB 입국론'은 실패라는 게 입증이 되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나마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버텼던 것은, 강만수 장관의 소망과는 반대로 우리가 메가 뱅크를 아직 못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3) 한국은행, 민영화해라

이건 좀 극단적인 주장이기는 한데, 실제로 한국은행을 미국처럼 정부가 직접 설립하는 게 아니라 지분을 민간으로 넘기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재작년에 출간된 책 <달러>와 같이, 미국 연방은행의 지배구조 문제를 다룬 책들이 금융 음모론의 한 줄기를 형성한다. 한국은 미국이 오히려 와야 하는 금융 모델이지, 우리가 미국을 따라갈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 중립성'은 좌파도 주장하고, 우파도 주장한다. 특히 물가인상과 같은, 한국은행 설립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말은, 강만수 같은 집권층과 결탁한 금융관료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치는 주장이다. 그 말이 그 말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는 진짜로 한국은행을 민영화하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섞여 있다. 누구 좋으라고? 바로 강만수 같은 사람들 좋으라고 민영화하라는 얘기 아닌가? 지금처럼 청와대가 지나치게 한국은행 쥐고 흔드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증권가 마음대로 통화정책을 폈다가는 진짜 1년만에 나라 폭삭한다.

자, 무엇이 금융 민주화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야권 후보 선두를 달리는 손학규나 유시민 혹은 정동영이나 정세균, 그들은 내놓은 그림이 아직 없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나, 후보 시절에 금융과 관련한 고민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현 상태로 집권하면 흔히 모피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금융계와 관료계가 결탁한 바로 그 세력에 바로 잡아먹혀 버린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태인 금융경제비서관이 나름대로 금융개혁에 대한 밑그림이라도 그려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오래가지 않아서 두 사람 다 청와대에서 쫓겨났다. 금융계 밑바닥을 형성하는 바닥은, 정말 치밀하고도 촘촘하다.

'절차적 민주화'만 이루어지면 나머지 분야들 특히 경제 분야 같은 데서도 저절로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두 번에 걸친 민주당 집권에서,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우리가 보지 않았는가?

'돈의 언어'는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복잡한 영어 약자들 같은 것을 쓰면서 일반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자기 보호장치들이 있다. 지금 대학등록금 문제로 다시 촛불집회가 시작되었다. 은행 몇 개만 제대로 관리하고, 환율에 쏟아부은 돈 약간만 대학 문제로 돌려도 몇 번은 해결되고도 남았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일반 대중들에게, 시민들에게, 금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다고 될 일도 아닐 듯 싶다.

박정희 정권 이후로, 사실 한국의 금융계는 한 번도 개혁 구호를 걸었던 적이 없다. IMF 경제위기 때, 그냥 은행원 짜르는 게 구조조정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사회적 혼란만 생기고, 전직 관료들은 로스쿨에서 수억원씩 그냥 연봉 받으면서 권토중래, 결국 다 제자리로 복귀하지 않았는가? 실패하지 않을 정권을 원한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금융 민주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선 캠프에서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고? 이 땅의 민중들 혹은 이 땅의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지 않는다면, 지난 정권에 이정우 정책실장이 그랬던 것처럼, 고립되어 쫓겨나거나 부패하거나, 두 가지 길 중의 하나를 걷게 될 것이다.

집권하면 외환은행 처리 어떻게 할 것인가, 대선후보들, 이 문제부터 국민들과 논의를 시작하는 게 순서다. 대법원이 불법이라고 이미 판결한 외환은행, 이 문제부터 생각을 밝히시길 바란다. 그게 금융 민주화의 첫 번째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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