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광장에서 13만 명(경찰추산 5만 명)이 모인 가운데 노조법 전면 재개정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온 노조법의 전면적 개정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전임자를 줄이고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만든 이 악법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며 복수노조 관련법의 재개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노조법 개악을 통해 정권과 자본이 획책하는 목표는 조직화된 노동조합 무력화"라며 "노동조합이라는 거대한 둑이 무너지고 나면 다음은 전체 노동자 차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개정 요구는) 현 정권에 보내는 최후통첩"이라며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양대 노총은 정부와 모든 대화를 중단하고 강력한 공동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비정규직 관련법 및 근로기준법 개악 시도 중단 △타임오프 무력화·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분쇄 △반노동자 정권 심판 투쟁 등을 결의했다.
▲ 1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한국노총이 연 노동절 집회가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집회에는 2만 명(경찰추산 8000명)이 모여 최저임금 현실화와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나란히 요구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극단적 친재벌·반노동 이명박 정권에서 반칙과 특권은 일상화됐고 진실과 정의는 실종됐다"며 "지난 3년간 재벌들의 영업이익은 53조 원으로 73%나 급증했지만 같은 시기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은 3년 연속 하락했고 비정규직은 85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박재완 장관이 양대 노총의 시국선언을 두고 기득권층의 이기적 투쟁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이 정권이 진정으로 90%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다면 우리가 오늘 요구하고 있는 최저임금 현실화와 노조 결성의 자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하는 노조법 전면개정안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회사에 이어 무대에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발언과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인 김경순 씨는 "노조를 결성한 후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것으로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며 "이 가난하고 팍팍한 삶을 다른 세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잘못된 법을 개정하고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현실화 △노조법 전면 재개정 △이명박 정권 국정기조 전환 등의 요구를 담은 결의안 낭독도 장기투쟁 중인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유명자 지부장, 황인석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맡았다.
이날 민주노총의 집회에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노동권 보호와 노동자 권익 향상은 사회발전의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라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회가 아니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앞선 한국노총 집회에도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같은 발언을 했다.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한 정당은 민주당이 유일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의 발언은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집중됐다. 이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 당이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갈라져 노동자들의 처지를 살피고 해결하는데 힘을 받지 못한데 죄송하다"며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더 폭넓게 연대하고 야권이 다수를 차지하면 가장 먼저 바꿀 의안은 노조법과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명박 정권을 넘어선다고 해서 고단한 삶을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근원적으로 개선되는 건 아니다"라며 "노동의 기본권을 보장받고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삶의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위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연 노동절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프레시안(김봉규) |
민주노총은 오후 5시경 집회를 마치고 소공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노동절 집회에 앞서 민주노총 집회에 행진을 불허했던 경찰은 여의도와 시청 주변에 106개 중대 8000여 명을 배치하고 거듭 경고방송을 내보냈지만 물리적 제지는 하지 않았다. 행진을 가로막기 보다는 채증을 통해 행진 참가자를 사후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6시 현재 명동 롯데백화점 맞은편 3개 차로를 점유해 정리집회를 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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