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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재앙 보고도 FTA 고집하는가"

[한·EU FTA, 번역 오류만 문제가 아니다·①] "무차별 FTA, 국내 축산업 붕괴는 필연"

쇠고기 수입요건, 국제수역사무국 규정 따르기로 합의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은 광우병 발생이 가장 많았던 유럽산 쇠고기의 수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게 무슨 괴담이냐고? 엉터리 번역으로 세 번씩이나 국제적 망신을 당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들었으면 "공부 좀 하세요!"라며 버럭 화를 낼 소리라고? 그래서 공부 좀 했다.

먼저 국제수역사무국 규정을 보자, 광우병 통제국은 광우병 위험물질과 30개월 이상의 뇌와 척주에서 얻은 기계적 분리육(MSM)을 제외한 모든 연령 및 모든 부위의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다. (육상동물위생규약 11.5.11)

EU 27개국 중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제외한 25개국이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 통제국 또는 광우병 청정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들 25개국은 광우병 통제국인 미국 및 캐나다와 동등한 조건으로 쇠고기 수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한·EU FTA 협정문에서는 나라별 수입요건을 정할 때, 국제수역사무국 지침 및 기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5.8조). 따라서 한·EU FTA가 체결되면 유럽산 쇠고기 수입이 더욱 촉진될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비롯돼

애초에 광우병 쇠고기 문제의 발단은 한·미 FTA 협상개시의 4대 선결조건에서 출발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자 미국과 똑같은 '광우병 통제국' 등급을 받은 캐나다가 쇠고기 수입재개를 요구하며 WTO에 한국정부를 제소했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한·캐나다 FTA 협상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WTO 패널판정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올 상반기 중으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할 예정이다.

광우병 발생국가이면서 광우병 통제국가인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마당에 EU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아일랜드는 2006년 12월, 네덜란드는 2007년 1월 우리 정부에 쇠고기 수출을 위한 수입위험 분석 실시를 공식 요청했다. 참고로 EU국가들은 영국 18만4611건, 아일랜드 1648건, 프랑스 871건, 스페인 773건, 네덜란드 87건 등 전세계적으로 광우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한·EU FTA 협정문에는 위생검역 관련 분쟁 발생 시 WTO 절차를 이용하기로 합의했다(5.11조). 만일 한국정부가 EU산 쇠고기 수입을 거부할 경우, EU는 캐나다 사례를 준용하여 WTO 제소를 통해서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화 확대를 통해 위생검역조치 무력화 시도

한·EU FTA 협정문에서는 유럽과 같은 넓은 지역에서 특정 국가에 대해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의 안전지역 또는 청정지역 등을 결정할 때, 수출국이 내린 결정을 고려해야 하며, 만일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설명하고 협의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5.8조). 또한 협정 발효 후 2년 안에 광우병 청정 혹은 적게 발생하는 나라의 결정 절차에 관한 신뢰구축 활동을 완료하도록 했다(5.8조).

이러한 내용은 한미 FTA에도 없는 조항이며, WTO에서 수출국으로 하여금 안전지역 또는 발생이 적은 지역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도록 한 것을 정반대로 규정한 독소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WTO 위생검역협정 6.3조).

한·미 FTA에서도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최종협상 직전에 육류검사시스템의 동등성과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지역화를 인정하는 '동물건강 및 축산물 위생조치에 관한 양해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렇게 양자간 협상인 FTA를 통해 다자간 협상인 WTO 수준보다 지역화 인정을 더욱 확대하는 것은 수출국의 무역적 이익을 확대하는 반면, 수입국의 위생검역조치를 무력화시켜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

구제역 국가재난 상황, 무차별적 FTA는 국내 축산업 붕괴시킬 것

정부와 한나라당은 구제역으로 국가재난이 선포된 상황에서 농업과 축산업을 궤멸로 몰아갈 한·EU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하여 3월 22일까지 △소 3749농장 15만871마리 △돼지 2113농장 331만7864마리 등 총 348만 마리의 가축이 목숨을 잃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기도의 경우 돼지의 73%, 소 13%가 매몰되었다. 경기도 이천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돼지의 92.5%가 살처분되었고, 돼지 사육농가 중 81%가 피해를 입었다.

▲ ⓒ프레시안

국내 양돈산업의 34%가 무너져버린 구제역 대재앙에 FTA가 더해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는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농업분야 생산 감소의 93%가 축산업에서 발생하며, 그 중 양돈산업이 피해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측에는 구제역 재앙이나 한·미 FTA의 경제적 피해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이를 포함시키면 작년의 예측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EU FTA 농축산업 및 위생검역 효과분석은 구제역 국가재난 및 한·미 FTA, 한·캐나다 FTA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실시해야 한다.

현재 EU는 국내 수입산 냉동삼겹살 시장의 77.4%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냉장삼겹살 시장의 72.7%를 점유하고 있다. FTA 협상은 EU와 미국의 축산업자들에게 한국 시장에서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EU FTA 협정문엔 유럽산 냉동 삼겹살의 관세 25%를 10년에 걸쳐 철폐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냉장 삼겹살 관세 22.5%는 미국과 EU에게 모두 10년 후에 철폐해주기로 약속했다. 또한 2007년 한·미 FTA 협정문엔 미국산 냉동 삼겹살과 기타 부위의 관세 25%를 협정발효와 무관하게 2014년 1월 1일자로 철폐하기로 못 박았다. 이 규정은 작년에 재협상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분야를 대폭 양보하고, 관세철폐를 2016년 1일 1일자로 겨우 2년을 연장했을 뿐이다.

구제역을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간 전국백신을 계속 실시해야 하고, 피해를 입은 농가가 다시 재기하기 위해서도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산 돼지고기가 무관세로 들어올 날은 이제 5년도 채 남지 않았으며, EU산 돼지고기도 10년 내에 관세가 사라질 예정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겨를도 없이 다시 외양간이 불에 타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회 무시하고 국민에 거짓말 한 김종훈 해임시켜야

지금은 무차별적인 FTA를 추진할 때가 아니라 '다방농민' 폄훼발언과 국회의원에게 막말을 한 것도 모자라 국민들을 거짓말로 속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같은 관료들을 해임할 때다. 한·EU 협정문 오역으로 3번씩이나 국제망신을 당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5일 외교통상통일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농민운동가 출신의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에게 "공부 좀 하고 얘기 하십시오"라는 막말을 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지난 해 6월 30일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하여 "기존 협정문에서 점 하나 빼는 것도 개정인데 그런 일(협정문 개정)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을 했으나 12월 추가협상에서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을 수용하여 협정문을 고쳤다. 더군다나 미국 백악관과 무역대표부(USTR)의 고위 관계자들이 한·미 FTA 추가협상 등 한미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종훈 본부장에게 WTO 사무총장 도전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통상관료에게 한국 농업의 미래와 국민의 식탁안전을 맡겨선 안 된다.

한국농업을 자유무역시장에 무방비 상태로 내놓고 미국이나 EU와 경쟁을 시키는 것은 굶주린 사자 우리에 새끼 토끼를 집어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국과 EU는 농업생산규모와 생산성에서 우리와 비교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여전히 수출 농축산물에 대해 막대한 가격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거기에다 엄청난 소득보전 직접 지불 제도까지 시행중이다. 2006년을 기준으로 농업소득 중 각종 명목의 지원금과 보조금의 비중만 보더라도, 미국은 55%, EU는 70%나 되는 반면 한국은 9%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최근 국제 유가와 국제 곡물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식량주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배추파동을 겪으면서 "자동차 팔아서 쌀 사먹으면 된다"는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체험했다. 또한 아일랜드 사태를 지켜보면서 굴뚝산업이라 불리는 제조업의 튼튼한 기반 없이 서비스산업 선진화만을 추구하는 국가가 경제위기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생생하게 보았다. 농업이 궤멸하고 농촌이 붕괴되어 농민이 사라진 사회는 결코 존립할 수 없다. 식품안전을 위해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를 비판하는 일도 축산 농민이 사라져버리면 전혀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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