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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편가르기', 한국에 유리할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美中 협력해야 한반도 안정

한국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날로 강화하고 있고, 중국과는 가장 긴밀한 경제적 유대를 확대하고 있다. 즉 우리의 대외 경제활동과 정치군사 분야 사이에 '불일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세계의 양대 강국(G2)인 미국과 중국은 현재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유사(pseudo)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둘 사이의 관계가 갈등으로 가느냐, 협력으로 가느냐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천안함사태 이후 한국의 주도로 전개된 한미간의 공조외교는 미중관계를 악화시키는 데 일정한 기능을 하였고, 미중간 긴장고조 및 동북아 지정학의 전반적 불안정으로 귀결한 측면이 없지 않다.

나아가 한국의 대북강경책에 미국이 동조함에 따라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식의 격차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이 날로 예리해지고 있으며, 남북관계의 차단과 미국의 대북제재정책은 선 북핵 해결이라는 당초 의도와 무관하게 북한을 중국 품에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국이 초래한 동북아 편가르기는 과연 우리의 국익과 안보에 부합하는 것인가? 경남대학교 이수훈 교수(극동문제연구소장)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남북관계의 악화,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역내 강대국간의 대립구도 심화 등으로 요약하면서 천안함 사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음은 이수훈 교수의 '미중관계와 동북아' 전문으로 이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0호(2010년 11·12월호)에 실렸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로, 이번 10호는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4일에는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동북아 정세, 6자회담 전망, 그리고 한국의 대응방안' 실릴 예정이다. <편집자>

2010년 11월 초순 현재 한국에서는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있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APEC 정상회의도 개최된다. 세계 주요국 정상회의가 이렇게 중첩적으로 동북아지역 내에서 열리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금융위기 극복과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의 원만한 작동을 조정해내기 위한 정상들의 회동이 잇달아 일어나는가 하면 이면에는 자국 국익보호와 확보를 위한 치열한 각축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국가적 대사라고 잔치집 분위기로 일관하기에는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동북아 구도와 한반도 정세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신중한' 자세로 대외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동북아에는 미중간의 범세계적 유사(pseudo)패권경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중일간에는 역내 유사패권경쟁이 중첩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직결되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세심한' 양자관계 발전이 우리의 중장기적 국익과 직결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지금 최악의 동북아 정세와 맞닿아 있을 뿐더러 주변 강대국들간의 치열한 전략적 이해관계 다툼에 깊숙하게 연루되어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라는 최대 강대국들 사이에서 전자와는 군사동맹을 날로 강화하고 있고, 후자와는 가장 긴밀한 경제적 유대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대외적 경제활동과 정치군사 분야사이의 '불일치 딜레마'를 안긴다. 아마도 이 딜레마가 앞으로 두고 두고 한국 대외전략의 가장 중대한 과제로 주어질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미국은 신속하게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였다.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전략 분야까지 포괄하는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설립되어 제1차 대화를 2009년 7월 워싱턴에서 개최하였다. 개막식에서 오바마대통령은 "미중관계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중 하나이며, 미중이 21세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하였다.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미중관계의 전환점", 즉 전략적 경쟁관계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로의 변화라고 하였고, 이제 미중관계는 공식적으로 '전략적 협력관계'로 규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관계는 경제적 측면에서 무역불균형 심화,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압박, 통상분쟁 심화 등을 겪으면서 심각한 불협화음과 분쟁을 겪고 있다. 전략적 측면에서도 에너지, 환경, 기후변화, 국제평화, 반테러, 비확산 등 핵심적 사안들에 대해 미묘한 견해차가 있는가 하면 노골적인 갈등과 대결 양상도 표출되고 있다. 게다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연관된 영토분쟁에 미국이 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어 이 분야에도 미중간에 구조적 갈등이 잠재되어 있다. 동중국해의 '센가꾸'열도 문제에는 미국이 명시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나섬으로써 현재진행형인 이 영토분쟁이 심각한 미중(혹은 중국 대 미일) 대립 구도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될 여지가 있다. 동북아 지정학적 구도가 나쁜 방향으로 짜여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 국면의 미중관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들의 다른 한 범주가 바로 한반도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이런 문제의식을 기초로 삼고 미중관계와 동북아 지정학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천안함외교와 북한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흔히 한반도문제와 동북아 지정학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작동하며, 일반적으로 하나가 잘못되면 악순환이 일어나고 하나가 잘 되면 선순환이 가동된다고 말한다. 천안함사태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문제인데, 즉각 동북아 지역 문제로 변하였고 곧바로 국제적 문제로 전화되었다. 한국 정부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북한 어뢰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격침되었고 46명 수병이 희생된 사건이었다. 한국정부는 이 과정에서 진상조사단을 국제팀으로 꾸리는 한편, 진상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매우 공세적인 '천안함외교'를 펼치기에 이르렀다. 유엔안보리의 결의안 채택 외교노력은 말할 것 없고, 이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을 포함하여 국제적 외교회동이 있는 경우에는 빠짐없이 천안함외교를 펼쳤다.

천안함외교전에서 미국은 한국정부에 '올인'을 하였고,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및 냉정하고 적절한 처리에 따른 사태 확산의 예방이라는 원론적인 자세로 일관하였다.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외교전에서도 미국은 한국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나섰고, 중국은 평화와 안정 논리로 입장을 유지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은 정상회담을 비롯해 매우 빈번하고도 긴밀한 고위급 접촉과 대화가 이루어진 정황을 엿볼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금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을 앞두고 한국측 조사 결과와 대북제재 결정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의 협조를 요청할 정도로 강수를 두었다.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이에 대해 중국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이후 한국과 미국은 7월에 한미 2+2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북한에게 천안함사건 책임을 촉구하는 한편 향후 수개월에 걸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다는 데 합의하고 7월 25일부터 4일간 동해상에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군부는 이 훈련을 반대하면서 강도높게 비난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 인민해방군도 9월초 샨둥성 칭타오 인근 해역에서 최첨단 해군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실탄훈련을 실시하였다. 북한의 김정일위원장이 8월말 중국의 동북지역을 전격 방문하고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로 뒤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일위원장은 비핵화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천안함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중국은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평양을 포함한 본격적인 중재외교에 나선 바가 있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한국정부와 함께 '선천안함 후6자회담'이라는 틀을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의 행정명령 형식으로 대북 추가제재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9월초부터 미루어오던 서해상의 대잠연합훈련을 9월27일부터 5일간 실시하였다. 대북억지력의 점검 및 과시의 명분이 있었지만 중국은 자신의 앞바다나 다름없는 수역에서 한미연합훈련이 펼쳐진다는 것을 대결적 태세로 평가하였음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10월 중순에는 한국이 주도하는 PSI(확산방지구상)훈련이 부산인근의 수역에서 실시되었다. 동북아 지역에서 PSI훈련은 그 첫 대상이 북한이어서 북한이 강도높게 비난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지만, 중국은 중국대로 이 훈련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미중간의 본질적 관계가 불신관계인 점에서 비롯된다.

이같이 천안함사태와 이후 펼쳐진 한미간의 공조외교는 미중관계를 악화시키는 데 일정한 기능을 하였고, 미중간 군사적 긴장고조 및 동북아 지정학의 전반적 불안정으로 귀결된 측면이 없지 않다. PSI훈련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한미군사동맹의 강화는 부득불 중국으로부터의 반작용을 야기할 수밖에 없으며, 한국이 주도하는 이같은 일련의 사태전개는 역내 미중패권경합의 조기화를 촉진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에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4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간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 대해서도 중국이 결단코 반대하고 있는 MD에 한국이 가담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리사회 내부의 논란이 있는 정도로 이명박정부의 한미동맹강화일변도 외교기조는 예사로이 넘길 수 없는 후과(後果)를 염려해야 할 수준에 와 있다.

다음으로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식의 격차에서 미국과 중국이 날로 대립각이 예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정부는 대북인식이나 정책, 제반 상황에 대한 대응에서 미국과 철저한 공조로 일관해왔다. 이명박정부의 '선비핵화'를 요체로 하는 대북강경정책은 미국 오바마대통령과 워싱턴행정부의 '당근과 채찍' 접근법도 무력화시킨 결과 지금 미국은 대북적대시와 제재정책으로 방향을 잡은 지 오래다. 지금으로서는 요지부동으로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비핵화도 6자회담도 실종되고 외교 리스트에서 빠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양국의 군부는 보수층을 등에 업고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두고 계획도 세우고 작전도 짜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 지난 8월 방한한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왼쪽)가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내세우고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해왔다. 중국은 또한 북한의 급변사태를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예방해야 한다는 기조가 분명하다.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의 상호방문이 잦고, 대규모 경제협력 및 지원을 합의하였다. 남북관계의 차단과 미국의 대북제재정책은 의도와 무관하게 북한을 중국의 품으로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문제를 두고 상호충돌하고 있으며, 천안함외교에서 그 일면이 생생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미중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개연성은 높지 않다. 동북아 지정학에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대재앙으로 이어질 구도로까지 악화일로를 걷을 것으로 전망하기 어렵다. 협력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과 북한이며, 한반도에 관해서다. 지금은 한국과 북한이 나서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그것이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으로 직결되고, 결국에 역내 강대국사이의 관계를 대립구도를 만들 뿐만 아니라 어느 한 편에 가담하는 것, 이것이 현재 남북한 외교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 외교노선이 대외전략상 중장기적으로 우리 국익과 안보에 부합되는지 검토할 과제라고 본다.

* 원제 : 미중관계와 동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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