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들이 잇따라 죽음에 이르면서 쌍용차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도 커졌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변 노동위원회 등 43개 인권·법률단체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사태에 대한 '정부와 사측의 강경한 태도'를 비판했다.
▲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인권·법률단체와 몸피켓을 건 쌍용차 노동자들. '징계해고자-의리를 지킨 죄, 무급휴직자-약속을 믿은 죄, 정리해고자-열심히 일한 죄, 비정규직 노동자-정규직 아닌 죄'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1년 내내 몸에서 향내가 떠나지 않는다"며 "언제까지 죽음의 향내를 맡아야 하느냐"고 입을 열었다. 이 실장은 "조합원을 먼저 떠나보내는 노조간부라서 정말 울고 싶다"며 "(국가가) 그렇게 짓밟지 않았다면 해고자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분들이 유가족들에게 4000만 원 넘게 기금을 모아주는데 국가나 지방정부는 10원 한 장 안 낸다"며 "왜 (국가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부모가 죽고 고아가 된) 아이들의 생계를 해결해야 하느냐"고 오열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도 "2009년 77일간의 옥쇄투쟁이 경찰 특공대의 진압으로 끝났을 때, 노동자들은 물도 밥도 의약품도 없던 시간을 버티다가 살아 있음에 만족해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로도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며 "이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넘어 사람답게 죽지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면, 사측은 '손해배상'으로 노동자들과 맞섰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소속 윤애림 씨는 "2009년 6월에 파업할 때 한 조합원이 '파업 때문에 사측이 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재산을 빼앗기느냐'고 물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의 답변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선 파업은 정당하므로 불법 파업이라는 낙인이 찍혀도 사측이 종업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재산을 뺏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 씨는 "파업 이후 역대 최고인 190억 원이 청구된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며 "교과서와 (현실은)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만 있는 '업무방해죄' 때문에 '몸뚱어리'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벌금·손해배상·압류·경매로 주저앉는다"며 "이는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 재능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는 해고자가 '해고자 신분'으로 공장에 드나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을 청구받은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윤 씨는 "정부도 공공부문에서 엄정한 법질서를 집행한다는 이유로 (파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앞장선다"며 "헌법에는 파업권이 있지만 한국은 노동자의 파업을 허용하는 국가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법 파업'이라는 딱지는 재취업의 길도 막았다. 이창근 실장은 "언론은 정부의 강경 진압이 아니라 노동자의 강경 대응이 문제인 듯 보도한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강성노조'라고 알려져서 재취업 길도 막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들이 쌍용차 출신 노동자를 안 받으니 우리는 두 번, 세 번 죽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노동자들에게 파업의 대가는 혹독한 반면에 쌍용차 자본의 '약속 불이행'은 문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문대 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노조법상 사측은 단체협약을 지켜야 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면서도 "쌍용차는 노사합의를 이행하고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킨다는) 단체협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그 합의를 믿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민변은) 사측이 약속을 안 지키면 법적인 손해배상과 형사고발 등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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