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은 극히 제한된 부분에서만 진행된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2007년도 분석이 여전히 유효합니다."(문서번호: 외교통상부 한미 FTA 이행팀-20110104)
그 재협상은 무엇이었나? 한국산 자동차(3000CC 이하) 관세 즉시 철폐는 한미 FTA 협상의 모든 것이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에 의하면 그것 없이는 한미 FTA를 타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198쪽) 바로 그것이 재협상에서 사라져버렸다.
미국은 한국에게 5년(미국 발표 기준)을 기다리면 없애준다고 하나, 하지만 앞으로 5년 후를 알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미국은 재협상을 이용하여,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늘어 미국 자동차 회사가 피해를 볼 경우에는 긴급수입제한 관세('세이프가드')를 매기는 제도를 새로 만들었다. 한국이 5년을 기다리더라도, 다시 자동차 긴급수입제한관세라는 새로운 벽을 만나게 되었다. 이래놓고도 이명박 대통령은 "앞 정권이 합의하고 사인한 것을 그거 잘했다고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올 신년 좌담회에서 말한다.
유럽의 한국 자동차 장벽
유럽연합(EU)과의 FTA는 어떠한가? 관료들이 자동차의 5년간 유럽 수출이 약 10억 달러 늘 것이라고 홍보하는 동안, 유럽 연합은 한국산 자동차의 유럽 진입 증가를 막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착착 마련하고 있다.
조금 어려운 대목일 수 있지만, 한국과는 달리 한-유럽연합 FTA 협정문은 유럽연합에서는 법률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 자체는 법이 아니다. 그 어떠한 권리나 의무도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유럽연합이 만들고 있는 '한 유럽연합 FTA이행법'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유럽연합은 한국산 자동차를 겨냥하여 애초 합의에 없는 자동차 장벽을 새로 만들고 있다.
올 1월에 유럽 의회 통상위원회를 통과한 긴급수입제한조치 법안을 보자.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외국 자동차 부품을 사용한 경우에 받는 관세 환급조차도 일방적으로 손을 댔다. 애당초 유럽연합과의 FTA에서 관세환급을 대폭 억제하는 장치를 허락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관세환급제도는 현재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허용하는 적법한 제도이다. 한국의 수출 회사들이 1년간 환급받는 관세액은 1년에 3조2000억 원이 넘는다.(2009년 기준)
그런데도 유럽은 한국과의 FTA에서는, 한국산 자동차를 겨냥하여,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부품 관세 환급을 받지 못하게 하는 독소 조항을 만들었다.
유럽 연합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서 상대국의 관세환급 제도를 손댄 것은 한국과의 FTA가 처음이다.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증가하는 일정 경우에 한국 자동차 회사는 부품 관세 환급액을 약 38%정도 삭감당하도록 했다. 한 유럽연합 FTA에는 이를 '긴급 사건'으로 규정해서 세 사람의 중재인이 결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유럽 의회는 애초 합의에 없는 조건을 일방적으로 정했다. 제3국, 예컨대 중국산 라디오의 한국 수입 증가율이 그것을 부품으로 사용한 한국산 자동차의 유럽 수출 증가율보다 10%이상 클 경우엔 관세 환급을 깎도록 만들었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다른 나라 라디오보다 중국산 라디오를 평균보다 과잉 사용하고, 관세 환급을 받아 이를 기회로 유럽에 자동차 수출을 늘렸으니 관세 환급을 막겠다는 일방적 논리이다.
심지어 유럽연합은 애초 합의에서는 FTA 발효로부터 5년이 지나야 이와 같은 관세 환급 제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의 법안에서는 FTA 발효일로부터 바로 한국 자동차를 '민감 품목'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그래서 한국 자동차가 관세 환급 혜택으로 유럽으로 수출이 증가하는지를 모니터하도록 했다. 긴급수입제한조치를 하기 위해서다.
특히 감시 조치를 일방적으로 법안에서는 도입했다. 유럽 자동차 협회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신청할 경우 한국자동차에 대한 감시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다.
이처럼 한미 FTA이건, 한 유럽연합 FTA 건 간에, 공통적으로, 한국의 본질적 이익이라고 자찬하였던 핵심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병박 정부는 이를 시민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그의 관료들은 한미 FTA를 하면 한국자동차 미국 수출이 5년 동안 8억 달러가 늘 것이라는 낡은 2007년도 계산서를 아직도 시민들에게 돌리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수출을 하려면 FTA를 해야 한다고. 그러나 수출보다 민주주의가 더 중요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FTA는 관세 폐지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아이들이 장차마실 물, 먹을 식품, 살아야 할 집, 그리고 받아야 할 의료 혜택이 다 그 안에 들어 있다.
그러므로 시민은 FTA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건강한 여론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의 핵심적 요소이다.
▲ 지난 1일 방송된 이명박 대통령 신년 좌담회를 지켜보는 시민들. 이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진행된 한미FTA 재협상에서 도입된 자동차 세이프가드에 대해 "앞 정권이 합의하고 사인한 것을 그거 잘했다고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
필자의 부족과 한계로, 이 연재의 내용이 항상 반드시 정확한 것을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연재를 결심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전쟁의 공포가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자라게 할 기성세대로서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다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이다. 북측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고 서정우, 문광욱, 김치백, 배복철 님의 명복을 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말로 고인들의 억울한 희생에 조금이라도 대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