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테도 목숨이 달린 일이에요!"
13일 오전 서울 마포 홍익대학교 정문 앞이 떠들썩했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사회당 등 야5당 서울시당과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연 기자회견에 한 학부모가 다가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홍대 정문인 홍문관 지하에서는 미술학과 실기시험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11시부터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부모가 "시험에 방해가 된다"며 앰프 볼륨을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
이 학부모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볼륨을 절반으로 낮춘 이후에도 다시 찾아와 앰프를 아예 꺼달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시험만큼 홍대 노동자들의 사정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득했지만 그는 "아무리 그래도 시험 기간엔 조용히 해야 하는 게 상식적인 거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홍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이 앰프 소리가 시험 장소까지 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참가자중 한 명이 시험장까지 내려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확인한 뒤에야 이 학부모는 회견장을 떠났다. 그는 기자들에게 "(노동자 입장만 보도하지 말고) 이런 것도 좀 쓰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결국 앰프 볼륨을 거의 낮춘 채 남은 발언을 진행했다.
ⓒ프레시안(김봉규) |
이들은 회견문에서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들이 많게는 수천억 원의 이월적립금을 통해 대학의 부를 축적하는 이면에는 고액의 등록금 뿐 아니라 경비절감을 이유로 한 학교 내 청소‧경비 용역 노동자들의 문제가 있다"며 "교육기관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청소‧경비 용역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농성 11일째를 맞은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했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당장 생활비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근속연수가 6개월에 미치지 못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이들도 십시일반으로 돕기로 했다. 이날 저녁에는 지난해 11월부터 거리 농성을 벌여온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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