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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단, 투수 바꾸듯 감독 바꾸면 '1등'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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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단, 투수 바꾸듯 감독 바꾸면 '1등' 할까?

[프레시안 스포츠] '젊은 사자'의 우승을 꿈꿨던 선동렬의 아쉬운 하차

'1등 주의'를 내세우는 삼성은 유독 프로야구에서 2등에 만족해야 했던 적이 많다. 숱하게 정상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삼성은 2002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다. 삼성의 꿈을 실현한 '우승 청부사' 김응룡 감독은 2년 뒤 구단 사장에 취임했다. 삼성의 지휘봉은 그의 애제자인 '국보투수' 선동렬이 물려 받았다. 당시 김재하 삼성 단장은 "삼성의 목표는 한국의 요미우리, 뉴욕 양키즈가 되는 것"이라고 삼성다운 포부를 밝혔다.

계산적인 '지키는 야구'와 결별 선언한 삼성

그의 말처럼 삼성의 성적은 고공행진했다. 튼튼한 불펜과 수비력을 강조하는 선동렬 감독의 '지키는 야구'는 2005년과 2006년 삼성을 연속으로 정상에 올려 놓았다. 위기상황에서도 '포커 페이스'로 묵직한 돌직구를 던지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선 감독 야구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우승 샴페인의 거품이 빠질 무렵 삼성은 팀 재건을 시작한다. 세대교체를 위해서였다. 그 첫 결실을 맺은 건 2010년. 당초 예상을 깨고 삼성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진짜 삼성 야구는 1~2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선 감독의 말을 생각하면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내리 4연패했지만 우승만큼 의미 있는 준우승이었다. 삼성에서는 이례적으로 극약처방 없이 팀 재건에 성공한, 사실상 유일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이 성과에는 감독의 실험이 틀을 갖출 때까지 참고 기다려 준 구단의 공도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응룡 사장에 이어 계약기간이 아직 4년 남은 선동렬 감독도 하차했다. 그룹 전체의 개혁과 발맞춰 변화를 택한 삼성은 은근히 '근성과 감동의 야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임 김인 사장의 "야구팬으로서 삼성은 지는 경기에서도 박수 받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부분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는 말이 그 단서 중 하나다.

▲ 5일 경산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감독 이임식에서 나란히 앉은 선동렬 전 감독과 류중일 신임 감독 ⓒ뉴시스

선 감독 하차를 보는 부정적 시각

선 감독의 야구는 너무 계산적이라 5회까지만 보면 승패를 알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해 정규시즌 경기에서 5회까지 리드를 잡으면 96%를 상회하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은 이길 경기는 확실하게 잡았지만 반대로 초반에 상대에게 리드 당한 경기는 상황에 따라 과감히 버렸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삼성과 '감동의 야구'를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거나 단순히 감독 교체를 위한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삼성 라이온즈가 걸어온 길과 다른 방향이라서다. 선동렬 감독의 낙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 시각 중에는 1등하기 위해 모셔 온 지도자를 결국 그가 대구 지역 스타도 아니고, 야구 스타일도 달라 토사구팽 시켰다는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인사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김재하 전 단장 등 '이학수 라인'의 퇴장을 의미했다. 대신 '친 이재용(이건희 삼성전자 사장의 아들) 인사'인 김인 사장이 취임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룹의 역학관계가 야구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매년 우승해야 직성이 풀리는 요미우리의 탐욕

일본 최고 명문 구단 요미우리의 유별난 팀 운영 방식은 '가이고로시'라는 말로 압축될 수 있다. 상대 팀의 뛰어난 선수를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거액을 들여 데려와 벤치에 앉혀 둔다는 뜻이다. 덧붙이면 그 선수들의 요미우리에서 활약 여부와 별개로 다른 팀에서 뛰는 걸 막는 것 자체가 요미우리에 이익이 된다는 얘기다.

선수 스카우트에서 요미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는 쇼와 시대의 괴물투수 에가와 스스무의 요미우리 입단. 에가와는 1977년 크라운라이터에 의해 지명된 선수지만 이를 거부하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는 이미 요미우리와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8년 드래프트 회의 전날 요미우리는 편법을 통해 에가와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지명한 구단이 선수와 입단 교섭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다음 해 드래프트 회의 전전일까지로 한다'는 야구협약 조항을 악용한 셈이다. 리그는 요미우리에 반발해 에가와의 선수등록을 거부했지만 인기구단 요미우리가 "리그에서 탈퇴하겠다"는 초강수를 쓰자 결국 백기를 들어야 했다.

요미우리의 독재와 전횡은 반(反)요미우리 정서에 불을 붙였다. 특히 일본의 초고속 경제성장 시대를 상징하던 요미우리의 9연패(1965-73)신화가 그저 일본인들의 추억거리로 전락할 때쯤 이런 의식은 더 강해졌다. 여전히 요미우리는 일본 프로야구의 주연배우로 많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그 권위주의와 '탐욕' 때문에 점차 짜릿한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변수가 될 류중일 감독 체제의 유효기간

삼성의 류중일 신임감독은 3년 계약을 했다. 그의 야구 스타일을 만드는 데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 그가 꿈꾸는 공격적 야구 스타일이 연착륙하면 이만수의 헐크포에 열광했던 대구 지역 올드 팬들도 신이 날 것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 팀인 삼성의 젊은 유망주들도 여기에 잘 적응한다면 공격적인 야구와 삼성의 '1등주의'를 동시에 완성시킬만한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류중일 체제가 어려움을 겪는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다시 삼성 구단이 '1등 강박증'에 빠질 수 있어서다. 코칭 스태프에게 팀 재건을 위한 시간을 주는 대신 감독 교체나 무리한 선수 영입 카드를 또 쓴다는 뜻이다.

삼성의 '1등주의' 자체는 팀 스포츠 경기에서 필요한 덕목이지만 강박증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삼성 구단의 이미지를 자주 훼손했던 것도 이 강박증이다. 선수를 키우는 게 아니라 '돈'으로 사오고, 감독은 부진할 때마다 투수교체 하듯이 바꿨다는 팬들의 인식도 두터워 졌다.

그래서 삼성이 류중일 감독에게 얼마나 시간적 여유를 줄 지가 관심거리다. 류 감독이 '공격 야구'를 지향했지만 만약 성적부진으로 도중 하차하면 삼성이 선 감독을 '재미없는 수비 야구'를 해서 교체했다는 말도 정당성을 잃는다.

"돈은 내지만 입은 내지 않는다"

장훈과 백인천이 뛰었던 도에이 플라이어스의 구단주이자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화의 초석을 다진 도에이 영화사의 대표, 오카와 히로시는 명언을 남겼다. "돈은 내지만 입은 내지 않는다." 구단주로 팀을 위해 재정적 뒷받침은 충분히 하겠지만 팀 운영에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구단이 감동적인 야구를 연출하는 데 왕도는 없다. 그런데 피해야 할 것은 하나 있다. 승부세계에서 코너에 몰렸을 때 너무 안달하면 안 된다. 때로는 그 위기가 새 자양분이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구단은 오카와의 말처럼 입이 무겁고 인내심이 있는 편이 좋다. 대부분의 팬들도 그 팀의 재건과 성공을 지켜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한 팀의 진정한 팬이 될 수 있어서다.

5일 선동렬 전 감독은 류중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주는 자리에서 "(내가 키운)젊은 선수들로 우승해보고 그만뒀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갑작스런 감독교체로 지난 시즌 선동렬 감독이 이끌던 삼성의 한국시리즈 4연패가 홈런을 치기 위한 워밍업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삼진의 서곡이었는지 알기 힘들게 됐다. 이런 궁금증이 류중일 감독에게도 대물림 되면 삼성 야구에서 희망과 감동을 찾으려는 팬들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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