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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發 '대포 리스크', 정부만 겁이 없다"

[우석훈 칼럼] "작정한 거품 경제, '지옥행 급행열차' 타려나"

12월 10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송희영 칼럼은 눈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새해 '거품경제' 작정했나"라는 제목의 이 글은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요즘 경제 전문계의 호사가들끼리는 4%, 4.5%, 5%, 이렇게 0.5% 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설왕설래가 오고 가고 있다. 보수적 경제학자와 진보적 경제학자 사이에는 전혀 교류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렇게 딱 금을 그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계의 경제인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한 견해들을 직접 만나거나 아니면 글을 통해서 서로 교류한다. 조선일보 칼럼은 이렇게 내부에서 오고가는 얘기들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은 해마다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데, 그 중에는 일반균형연산 모델(CGE: Computational General Equilibrium) 같은 전문적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서 하기도 하고, 조금 더 경험적으로 하기도 한다. 물론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얼마나 경제 운용을 방어적으로 볼 것인가, 보수적으로 볼 것인가, 그런 연구소 입장들이 이 과정에서 등장하게 된다. LG 경제연구원이 약간 높게 잡아서 4%를 제시하였고,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 가장 낮게 잡아 3% 내외를 제시하였다. 간단히 요약하면, 민간 연구소들은 내년도 성장률의 최고치를 4%라고 본 셈이다. 정부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대변하지 않는 이런 연구소들이 2011년 한국 경제에 대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기관 중에서는 통화당국으로서 원래는 물가안정이라는 보수적인 -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는 '선제적 금리인하'를 감행하면서 상당히 공격적이 된 -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4.5%의 경제성장률 예측을 내어놓았다. 한은은 설립 목표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막아서 물가 안정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경제주체가 성장과 팽창 기조를 채택할 때에도 최종심의 물가당국으로서 "그러나 물가는?", 이렇게 질문하는 것이 원래 그들의 설립 목적이다. 그러나 노무현 때에도, 그리고 이번 정부에도 역시, 좀 더 공격적으로 경제 팽창에 가까운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한은이 4.5%라는 예측치를 제시한 것은, 마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 '선제적 금리 인하'를 감행하던 당시의 저돌적인 모습으로 물가 관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시장은 받아들이게 된다. 만약 한은이 LG 경제연구원보다 낮은 3% 내외의 수치를 시장에 제시하였다면, 이건 2011년에 최소한 통화당국은 물가안정을 올해보다는 높은 정책 기조로 끌고 갈 것인다, 이렇게 해석할 것이다. 한은이 제시한 4.5%가 의미하는 바는, 아마도 급격한 금리인상은 최소한 정책적으로는 없을 것이고, 화폐 발권 즉 돈을 풀어서라도 확대 경제의 기조를 만드는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부가 제시한 수치가 있다. 정부라고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의견이다. 다른 부처와 일하는 정부출연연구소에서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예측을 하지만, 경제당국으로서 기획재정부의 의견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공식적으로 제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민간 연구소의 최대치보다 1% 그리고 한은보다 0.5% 높은 5%이고, 이건 2011년도 한국경제를 예측하는 그 어떤 기관보다 높다.

상식적으로는,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정부에서 좀 돈을 풀라는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높게 잡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상황은 오히려 보수적이어야 할 정부가 가장 높은 예측치를 제시한 셈이다. 물론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예측치는 일종의 '목표 성장률' 같은 개념으로 시장은 받아들인다. 이건 정말로 그렇게 될 것이다는 예측이라기 보다는, 여기에 맞추겠다, 그런 의미를 더 가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2만불 경제'가 한국 거시경제 운용의 장기 계획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아무도 이 수치를 예측 수치로 보지 않고, '한국형 뉴딜' 등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총동원해서 맞추겠다는 목표 수치로 이해했다. 어느덧 한국 경제는 정부가 예상 수치를 제시하면, 최소한 공공부문에서는 이 수치를 맞추기 위하여 토목경제 등 각종 팽창 경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그런 정책적 목표치가 된다. 이 수치는 각종 경제성평가와 수요 조사 등의 근거 수치가 된다. 가깝게는 도로 수요에서 멀게는 택지개발 수요까지, 이런 수치들이 근거가 되어서 현실 자체가 거기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런 정부와는 상관없는 민간 회사들까지, 주로 건설회사를 시작으로 정부가 팽창기조인가, 축소기조인가, 거기에 맞춰서 자신들의 투자 계획과 사업계획을 수정한다.

원칙적으로 따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한국 거시경제를 움직이는 이런 시스템은 청와대에서 직접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수립해서 직접 목표를 챙기는 유신 경제보다는 완화되었지만, 정부가 목표 수치를 제시하면서 다른 경제주체의 반응을 유도하는 드골 시대의 계획 경제 즉 '시그널 경제'에 아주 가깝다. 두 가지 유형 모두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한 자본주의라고 분류한다. 여기에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거나 크고 작은 회의를 주도하면서 직접 통제 장치도 사용하니까, 사실 이명박 정부는 최소한 거시경제 운용에 있어서는 자신들이 말하던 시장 경제와는 좀 거리가 먼 사회주의적 통제가 굉장히 강력한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는 셈이다.

지난 국회 날치기는 5%라고 자신들이 예측한 그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2011년 1월 1일부터 바로 '요이 땅' 하기 위하여 했던 무리수라고 볼 수 있다. 이유야 우리가 모두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우리들의 삶을 분기하는 운명의 한 해가 될 것이고, 그래서 2011년의 경제성적표가 그 선거들을 가르는 최종 수치가 된다. 이건 과거 경험으로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얘기이다. 2007년, 지난 대선이 있던 그 해에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했던 참여정부의 경제가 상당히 좋았던 해이고, 그해에 5% 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선거가 다 끝나서 이미 정권이 교체된 다음에야 나왔다. 지금 와서 사람들이 사실 노무현 정부가 거시경제 성과라는 눈으로 본다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새삼 생각을 하겠지만, 이미 그건 지나간 일이다. 그러니 정권 차원에서 2011년을 경제적 승부가 갈리는 한 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고, 4대강 사업을 2011년 내에 종료하겠다고 속도전을 펼치는 것도 복합적인 포석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2011년 예산을 날치기 하면서 그들이 명확하게 보여준 것은, 2011년, '어게인 토목'이고, 그들은 '서민 경제'라고 불렀고, 상식을 가진 일반인들은 '복지'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 1년, 가열찬 삽질을 위해서 예산은 이미 확보하였고, 이제 제도의 문제, 즉 그린벨트를 비롯해서 풀 수 있는 땅은 모두 풀어서 아파트 택지로 사용하겠고, 남는 돈은 전부 도로건설과 같은 토목 인프라로 보내겠다는 게 지난 예산안의 철학적 정신 아닌가? '형님 예산'의 실체 역시 토건 예산이다.

<조선일보>의 우려는, 버블로 5%를 맞추다가는 정말 터진다, 감당할 수 있느냐? 그런 얘기를 한 것이다. 예산으로 보면 토건이냐 복지냐, 이게 하나의 기준이다. 경제당국은 이미 복지를 버리고 토건을 선택했다. 통화의 눈으로 보면, 물가 안정이냐, 아니냐, 이게 또 하나의 기준이다. 말로는 물가 안정이라고 하지만, 'MB 물가지수'에서 이미 우리가 보았듯이, 어디 생필품을 비롯한 상품들의 가격이 청와대가 전화하면 겁 먹고 내려가는 그런 존재이던가? 시장 압력 때문에 부분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겠지만, 내려갈 때와는 반대로 최대한 지연 상승을 할 것이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고로, 내년도에 그들이 서민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은 복지 예산 삭감과 물가상승률 문제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한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말고난의 행군에도 볼구하고 결국에는 높아진 경제성장률로, 나중에 "아랫목도 뜨뜻해진다"는, 그런 성장 효과로 나타날 것인가? '버블'이 무서운 것은 오히려 이 고난이 '지옥행 급행열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격훈련을 앞둔 연평도. 해병들이 순찰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리스크 하나가 추가된다. 미국 경제, 유럽발 통화위기 등 이미 2011년도에 세계 경제에 잠재된 리스크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수치를 넘었다. 호사가들의 표현에 따라, 10개든, 11개든, 12개든, 그런 리스크가 질펀한 공간이 우리가 내년에 넘어가는 경제 국면이다. 그러나 여기에 우리는 하나가 더 붙는다. '대포 리스크'라고 부르는, 북한발 위기 국면이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어지간한 회사들은 이미 내년도 사업계획과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자금 운용계획 등 실무 계획들을 정비하고, 환 헤징과 같은 리스크 관리 계획을 짜고 있을 시간이다. 그러나 굵직한 사업들을 과연 내년에 새로 벌려도 좋은지, 공장 완공을 내년에 해도 좋은지, 언제 구체화될지 모르는 대포 리스크 때문에 사업계획도 제대로 못 잡은 회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리스크라는 건 미리 알면 돈 벌이가 된다.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기간만으로도 알면 환율 손실 등 막대한 손해를 피해나갈 수는 있다. 자, 지금의 대포 리스크가 상반기까지 갈 것인가, 아니면 하반기까지 갈 것인가, 우리는 그것도 미리 알고 있지 못하다. 대체적으로 정권 끝날 때까지는 "이 꼬라지일 것" 정도가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대포 리스크의 기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내년도에 어떻게 사업을 하란 말이냐, 이런 게 경제계 일부에서 터져나오는 볼멘 소리이다.

"리스크는 산적한데, 정부는 용감하고, 삽질은 눈 앞에 있고, 서민은 먼 곳에 있다."

4%, 4.5%, 5%라는 세 개의 수치를 해석하면, 이런 문장이 하나 나온다. 토건과 대포, 2011년 한국 거시경제는 일관된 정부의 두 개의 기조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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