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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요즘 왜 이리 고장이 잦은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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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요즘 왜 이리 고장이 잦은가 하면"

[우석훈 칼럼] "비정규직 증가, 결국 경제에 부메랑 된다"

지난 주말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현재 내가 고정적으로 쓰는 칼럼은 <한겨레>와 <프레시안>, 두 군데인데, <프레시안>에는 매주 쓴다. <한겨레>에는 사회와 관련된 내용에, <프레시안>은 경제와 관련된 내용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다. 귀찮기는 하지만, 기왕에 하기로 약속한 거라서 나름대로는 사명감을 가지고 쓰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 주에는 원래도 파견노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쓸 생각이었는데, 그 와중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 간단한 문제 하나도 우리가 해결할 수 없나,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참 착잡하고 우울한 토요일 오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 우리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노동방식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자. 평범하게 부모를 모시고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느 비정규직 사나이의 분신, 이건 조만간 우리나라 국민 절반에 해당될 얘기이다. 그리고 직계 식구를 포함하면, 자신의 부모와 자식들 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포함되지 않을 사람들은 국민의 1% 내외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이건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노동 체계는 일본의 종신고용자를 받아들이면서 입사연수에 따른 승진체계로 구성되었다. 물론 더 나중에 들어온 후배가 자신을 치고 승진하는 일이 가끔 벌어지기는 하지만, 크게 사고치지 않으면 정년까지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게 보장되는 체계다. 일본이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지나는 동안에 이 종신고용 체계가 무너졌다. 우리는 IMF 경제위기를 넘긴다고 하면서 시나브로 일본을 따라 우리도 종신고용 체계를 부분적으로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스웨덴에서는 같은 기간에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동일임금 동일노동'이라는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아건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일본과 한국 양 국가 다 '불완전 고용'으로 분류되는 비정규직의 급격한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중이다. 두 나라 다 이게 문제라고 사회적으로나 정치권에서나 인식은 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강력반발로 별다른 제도 개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그래도 두 나라에는 약간 차이가 있다.

일단 제도상으로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방어선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파견노동이 전면적으로 풀렸는데, 아직 한국은 파견노동까지 완전히 뚫리지는 않았다. 이번에 현대자동차에서 문제가 된 게 바로 이 파견노동의 문제이다. 고용된 곳은 다른 회사이지만, 실제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은 일반 노동자와 같다. 회사입장에서 보면 임금은 훨씬 줄일 수 있고, 또 노동자와 복잡하게 이것저것 얘기할 필요가 없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 그냥 파견회사에 통보만 하면 되니까, 노동유연성으로 본다면 극단적으로 회사한테 손쉬운 기회가 된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 파견노동은 불법이다. 일본에서는 이건 이미 뚫린 제도라서 합법이다. 제도상으로는 그만큼의 차이가 있다.

물론 이건 법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이다.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많은 제조업 공장에서는 그것이 비록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노동당국이 엄격하게 감독을 하지 않을 것을 너무 뻔하게 알고 있으므로 점차적으로 이런 파견노동을 늘려왔다. 당연히 법원은 이것이 불법이라고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결을 내렸고, 얼마 전에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법대로 하면 현대자동차 내에서는 아무런 집회나 파업이 필요 없는 사안이고, 현대자동차는 법원 판결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마 필시 조금만 더 버티면 일본처럼 한국도 파견노동을 전면 허용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 20일 울산 현대자동차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영남권 결의대회 도중 4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황 모 씨가 분신한 직후 쓰러져 있다. ⓒ레프트21(임수현)

자, 제도의 문제는 이렇고, 현실의 문제는 어떨까? 일본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 두 가지 특기할 사건이 있다. 한 가지는 슬픈 일이고, 한 가지는 애석한 일이다. 슬프거나 애석하거나, 마찬가지인가? 어쨌든 의미가 조금 다른 사건이 두 가지가 있다.

파견노동이 일반화되면, 노동자들의 궁핍화가 급진전되고, '가난한 국민' 즉 '신빈곤 현상'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간다. 물론 비정규직 문제가 전면화되는 것은 전세계 어디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아직 고용 문제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 작업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 벌어진 슬픈 일은, 파견노동이 전면화되면서 노동자들은 한없이 몰락함에도 불구하고 인력송출업체 즉 파견을 시키는 바로 그 회사가 이제 대기업이 되면서 스스로 주식회사가 되어 거대 자본의 반열에 들어가는 일이 벌어지는 점이다.

너무너무 가난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또 갈라먹는 인력송출업체가 도대체 사회에 무슨 생산성 확대에 기여를 할 것인가? 하는 일도 별로 없으면서도 노동자의 임금을 갈라먹는 이런 대형화된 인력 송출회사가 아직은 한국에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불법파견'을 '합법파견'으로, 현대자동차가 원하는 대로 법률을 바꾸면 이게 우리에게 올 미래이다.

정말 가난한 노동자들을 소개하면서 너무 큰 회사가 된 서글픈 일본 비정규직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소개된 <덤벼라 빈곤>의 저자이자, 일본 반빈곤 운동의 상징이 된 유아사 마코토가 우리에게 알려준 현실이다. 착취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파견직 노동자들은 이중의 착취를 당하는 셈이다.

자, 두 번째 사건, 이건 애석한 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토요타가 위기에 빠졌고, 이 때 해고된 파견노동자 사건이 일본 열도를 뒤집은 적이 있다. 결국 그 사건이 한국 국민만큼 무덤덤하게 비정규직 확대를 바라보던 일본 국민의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고, 50년이 넘었던 자민당 정권의 일당 통치를 무너뜨리게 되었다. 토요타가 파견직을 무자비하게 늘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결국 품질력에 문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지적을 하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09년에 토요타는 품질관리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리콜 사건으로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미국의 보호주의로 애꿎은 토요타를 제물로 삼았다고 하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파견노동자 확대가 결국 품질관리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현대자동차와 대기업으로 돌아오자. 법원에서 불법이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죽어라고 파견노동을 고집하는 이 회사에서 인건비 비중을 살펴보았다. 2008년 회계기준으로 인건비는 총매출액의 3% 정도이다. 이 비중을 1% 정도 늘리는 것으로 불법파견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데, 이 비중만큼은 정규직들에게서 발생하는 공정혁신률 증가와 불량률 감소라는 품질경영 등의 생산성 증가로 충분히 다시 돌아오는 돈이 될 것이다. 말로는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국내 품질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적지 않다. 별 거 아니라고 무시했던 불량률의 미미한 증가가 토요타 자동차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 우리 모두 보지 않았는가?

현대자동차에서 틈만 나면 주장하는 품질경영이라는 말을 나도 믿지 않는다. 내가 타는 차도 현대자동차인데, 사고 보름만에 안전벨트에 문제가 생겨서 서비스를 받았고, 그 다음에는 순정품 배터리가 너무 저용량으로 들어갔다고 더 용량이 높은 새 것으로 바꾸게 되었다. 사소한 거지만, 한달만에 오디오가 맛이 갔다. 안전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은 아니지만, 매번 현대차를 살 때마다 6개월 내에 소소하게 손이 들어가고는 한다. 새 차라면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이 1년 정도에는 벌어지지 않는 게 내가 알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상식인데, 아직 현대차는 최소한 국내 생산분에 대해서는 그 수준에 가 있지 못하다고 내가 알고 있다.

자, 이제 새로운 분신 사건이 생겼다. 자본과 노동의 문제는 언제나 어렵고, 해결책이 깔끔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의 분신 사건은, 현대차나 불법파견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이 있는 경우이다.

요즘 일본 경제가 여러 가지로 어렵고, 한국 기업들이 잘 한다고 많은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물론 나도 한국 기업들이 계속 잘 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일본 기업들의 구조적 위기를 만든 그 요소를 답습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이 상황이라면 조만간 일본 기업의 위기를 따라가게 될 것 같다. 그건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좋은 해법이 아닐 것 같다.

가난한 노동자가 가난한 국민을 만든다. 국민들이 가난하고 불안한데, 그 위에서 대기업 혼자 잘 나가고, 국가가 강력해지는 그런 일은 아무리 자본주의 국가라도 벌어지지 않는 일이다. 불법파견의 합법화와 일반화, 그 길은 우리가 가면 안되는 일이다. 불법 파견노동자, 이건 사실상 국민 모두의 일이다.

분신한 노동자가 병상에서 일어날 때, 그가 행복할 수 있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지 않은가? 그것은 어느 한 노동자의 미래를 위한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건강한 한국을 위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이제 이 문제의 해법을 찾자. 우리의 다음 세대의 미래가 파견직이 되어서는 우리 경제가 더 갈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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