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점거를 시작으로 닷새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일 물리적 폭력이 이어지고 19일에는 파업을 주도한 비정규직 노동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등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대법원 판결에 맞는 평화적인 해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손해배상을 추가로 신청하고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는 현대차 측이 대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파업 나흘째인 18일에도 1공장에서는 사측관리자와 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충돌했다. 이날 오후 김호성 공장장이 농성 조합원들에게 퇴거 요청서를 전달하겠다며 진입을 시도했고, 계단을 막고 있던 정규직 노조 대의원들이 막아섰다. 몸싸움 와중에 한 대의원은 실신했고, 다른 대의원은 갈비뼈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측의 강경한 태도를 본 3공장 대의원은 항의의 뜻으로 3공장 라인을 한때 멈추기도 했다.
울산에 이어 파업에 돌입한 전주·아산공장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지난 17일 부분파업을 벌이다 지회장이 골절상을 입기도 했던 아산지회는 18일에도 대체인력을 투입하려는 사측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10여 명이 팔이 꺾이거나 이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었다. 오후 2시간 잔업을 거부하고 라인을 멈춘 전주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연대해 관리직들을 막아내고 트럭2공장 라인을 멈춰 세웠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 불법파견 정규직화 싸움은 '다음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잔업거부나 기습파업 등 '게릴라 전술'로 나오고 이에 사측이 물리력을 동원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충돌이 반복되면서 시민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파업과정에 벌어진 노조 탄압에 대한 조사를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 학생단체 등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공동행동'을 구성해 다음 주 전국 각지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동차 공장 내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 파견이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이에 따라 제조업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대차의 태도는 단호하다. 사측은 18일에도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28명에 대해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추가로 신청했다. 강호돈 현대차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날 담화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조업단축과 휴업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폭력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도 18일 노조 신문에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사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사측과 비정규직지회는 현장에서 폭력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이성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대화'를 할지에 대해 실질적인 교섭을 중재할 정규직 노조와 교섭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조의 입장이 조금씩 엇갈리는 점이 대화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정규직 노조는 19일 지부 신문에서 "문제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조건이 투쟁의 시발점인 동성기업 문제를 떠나 대법원‧고등법원 판결에 따른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시트 사태'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업의 시발점인 시트사업부의 고용 승계로 일단락 짓자는 말이다. 이에 따라 농성장 엄호와 물품 전달 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의원들이 순환 농성에 나서달라는 요청은 일단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이상수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은 19일 금속노조 홈페이지에 게시한 호소문에서 "우리들은 하청업체에서 해고돼 다른 하청업체로 고용되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요구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차가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규직화 요구는 양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지회장은 이어 "현대차지부과 교섭과 투쟁을 함께 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규직 동지들이 불법적인 대체인력 투입과 물리력 투입을 함께 막아내 준다면 불법 파견 정규직화 싸움은 꼭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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