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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날'에 농민 '사망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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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날'에 농민 '사망 선고'

한미 FTA 반대 집회…"이미 독소조항 많은데 무엇을 더 양보하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8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한미 FTA 폐기 비상시국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한국과 미국 통상 장관은 한미 FTA 체결을 두고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범국본은 이날 회견에서 "밀실에서 치러진 한미 FTA 협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면서도 "굴욕적인 추가 양보를 중단하고 한미 FTA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인권연대, 사회진보연대, 참여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각종 시민단체 회원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글로벌 대세인 '세계 금융 규제' 거스르나

진보연대 박석운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을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FTA는 이러한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FTA가 발효되면 국제적 투기자본을 규제할 방도가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면서 아직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아 안도했다"며 "지금이라도 추가 재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허영구 대표는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을 개혁하면 투기자본 문제를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으리라 싶었다. 하지만 이제 금융 개혁은커녕 금융투기자본이 한국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FTA 체결 이후에 금융 투기자본에게 최혜국 대우를 해주게 된다"며 "신금융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파생상품이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 경제는 사실상 미국 월가의 지배하에 들어간다"며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보듯 투기자본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문제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업인의 날에 FTA 체결, "농민보고 죽으라는 말"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은 "가을 타작이 끝나고 농민이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신음한다"며 "농약, 비료를 비롯해 모든 생산비가 100% 이상 오른 현실"을 지적했다. 이 의장은 "20년 전 쌀값으로 내년 한 해를 살아가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가진 자 10%만을 위한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 FTA 협의를 마무리하기로 한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이 의장은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민에게 안겨줄 선물로 생산비 보장 등 농민을 위하는 정책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미 FTA 협의를 한다면 이제 농민들이 갈 곳은 지옥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 모든 나라가 한국을 농업 후진국이라고 규정한다"며 "농업후진국인 한국이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농민보고 죽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독소조항 많은데 무엇을 더 양보하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G20의 화려한 장막 뒤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둬갈 최대 성과는 FTA 재협상"이라며 이번 협상을 "내주기 위한 협상, 밀실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전에 치른 협상에도 투자자-국가 제소제(ISD)와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서비스 개방 등 받아들일 수 없는 독소조항이 많았는데, 그것도 모자라 정부는 밀실에서 추가 협상을 하면서까지 미국에 더 양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투자자-국자제소제란 투자자가 국가정책 등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해당 국가에 직접 소송을 걸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투자자는 국가를 제소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투자자는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아도 "미래 재산가치가 감소할 가능성"만으로도 해당 정부의 공공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판정은 투자자·국가·중재자 삼자가 비밀리에 하나, 중재자가 투자자 편인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투자자 측에 유리한 합의가 나온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자유수입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품목 리스트를 말한다. 내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경우, 수입 개방으로 타격을 받는 품목이 생겨도 '예외 적용'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재협상 반대"

민주노총 강승철 사무총장은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국민에게 떳떳하게 말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의 희생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강 사무총장은 "이미 진행된 협상도 잘못됐지만 더 잘못된 쪽으로 가는 재협상을 용납할 수 없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FTA가 폐지되는 날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다.

범국본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협정은 헌법 119조 2항인 경제민주화 조항을 무력화하는 위헌적인 협정"이라며 "전 세계적 경제위기를 불러낸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을 한국에 이식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범국본은 같은 자리에서 곧장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나가는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이며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이번 농성과 기자회견은 11일까지 미국 대사관, 청와대, 서울역 등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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