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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가 쓰고 벤 폴즈가 부르다…가을을 여는 따뜻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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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가 쓰고 벤 폴즈가 부르다…가을을 여는 따뜻한 노래

[화제의 음반] 벤 폴즈와 닉 혼비, 사운드가든, 에릭 클랩튼 신보

'피아노 록'을 대중화시킨 벤 폴즈와 <하이 피델리티> <피버 피치> <어바웃 어 보이> 등을 써낸 인기 작가 닉 혼비가 만나 앨범 [론니 애비뉴(Lonely Avenue)]를 발표했다.

'벤 폴즈가 닉 혼비의 가사에 음악을 더하다'는 부제가 붙은 이 앨범은 설명 그대로 닉 혼비가 가사를 이메일로 보내면 벤 폴즈가 이를 받아 음악으로 완성시키는 작업을 거쳐 탄생했다. 닉 혼비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영국 최고의 인기작가인 그는 열광적인 팝 음악 팬이다. <하이 피델리티>에 소개된 엄청난 분량의 음악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벤 폴즈 또한 닉 혼비의 글에 관심을 가졌다. 덕분에 둘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벤 폴즈와 닉 혼비 [론니 애비뉴] ⓒ워너뮤직 제공
음악평론가 성문영 씨의 손길이 더해진 가사번역집을 보면 닉 혼비 특유의 유머 가득한 문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리바이 존스턴의 블루스(Levi Johnston's Blues)>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전 알래스카 주지사 사라 페일린과 관계 깊은 곡이다.

대선 당시 그의 딸 브리스틀 페일린이 십대에 임신했단 소식은 큰 화제가 됐는데, 이 곡에 소개된 리바이 존스턴이 바로 당시 브리스틀의 남자친구다.

곡은 리바이가 한 때의 실수로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후, 졸지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상황을 사실감 넘치는 가사에 실어 전달한다. 벤 폴즈는 어른들의 정치 폭풍에 휘말려버린 남자 아이의 입장에 서서 미국 보수층을 조롱한다.

레이 찰스의 히트곡이자 앨범 타이틀인 <Lonely avenue>를 쓴 1950년대 인기 작사가 독 포머스의 쓸쓸한 삶을 서술한 <독 포머스(Doc Pomus)>에서도 닉 혼비의 번득이는 감각이 빛을 발한다. 스타들의 화려한 이면에 드리워지는 그늘을 그는 사실이었을 법한 내용으로 듣는 이에게 전달한다. 벤 폴즈의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는 역설적으로 내용을 부각시킨다.

(닉 혼비의 이름이 붙어 더욱 그러하겠지만) 쓸쓸한 도시인의 삶을 위로하는 게 앨범의 콘셉트인 듯 여겨진다. <프럼 어보브(From Above)>의 쓸쓸한 가사는 사랑에 상처받은 이는 물론, 사랑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도 힘을 준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팝송 열두 곡이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수작이다.

▲벤 폴즈와 닉 혼비는 올해 나온 앨범 중 가장 멋진 콤비를 보여줬다. ⓒ워너뮤직 제공

사운드가든 [텔레판타즘]

▲사운드가든 [텔레판타즘] ⓒ유니버설뮤직 제공
결국 사운드가든마저 돌아왔다. [텔레판타즘(Telephantasm]은 1997년 해체 당시 멤버들이 다시 모인 사운드가든이 세계 투어를 앞두고 내놓은 베스트앨범이다. 재결성에 따라 맷 카메론(드럼)은 해체 이후 가입했던 펄잼과 사운드가든 두 곳에서 동시에 활동하게 됐다.

니르바나로 인해 사운드가든을 비롯한 시애틀 록 뮤지션들의 음악이 그런지 록(혹은 얼터너티브 록)으로 뭉뚱그러졌지만, 이들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의 거리는 매우 멀었다. 니르바나는 인디 팝에 펑크와 노이즈를 섞은 반면, 펄잼은 옛 주류 미국 록을 부활시키고 그에 저항정신을 녹여넣었다. 앨리스 인 체인스는 라이트 메탈 밴드에서 사이키델릭과 헤비메탈을 혼합한 뮤지션으로 변신했다.

사운드가든은 이들 모두와 달랐으면서, 비슷한 거리에 있었다. 블랙 사바스로 대표되는 70년대 헤비메탈의 힘과 사이키델리아를 추구하면서, 메탈리카에 뒤지지 않는 변박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곡마다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극단적으로 강조되는 크리스 코넬의 마초적 이미지는 이들의 남성성을 부각시켜 90년대 최고의 헤비메탈 밴드 자리를 이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앨범에 수록된 신곡 <블랙 레인(black Rain)>은 이들 초기의 음악처럼 중후한 느낌이 일품이다. 실망스러웠던 솔로 앨범을 내 과거의 사자후를 잃어버린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았던 크리스 코넬의 목소리는 여전히 쩌렁쩌렁 울리고, 특유의 엇박도 그대로 살아 있다. 맷 카메론과 벤 셰퍼드(베이스) 리듬콤비의 탄력있는 곡 진행 역시 옛것 그대로다.

11곡이 수록된 시디 한 장 버전과 5개의 미발표 트랙을 추가하고 DVD를 담은 2CD+1DVD 버전, 3장의 LP로 구성된 LP버전, 이들을 몽땅 담은 슈퍼 디럭스 버전 등 네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출시됐다.

유일한 불만은, 이들의 베스트앨범이 두 번째라는 점이다. 해체할 때 내놓은 [에이-사이즈(A-Sides)] 이후 첫 앨범이 바로 새 베스트앨범이다.

에릭 클랩튼 [클랩튼]

▲에릭 클랩튼 [클랩튼] ⓒ워너뮤직 제공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된 에릭 클랩튼이 신보 [클랩튼(Clapton)]을 발매했다.

나이 들어가며 그는 점차 자신의 뿌리, 곧 블루스로 회귀하고 있다. 비비킹(B.B.King)에 대한 존경을 담은 협연 앨범 [라이딩 위드 더 킹(Riding With The King)], 블루스 뮤지션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인 30년대 델타 블루스 뮤지션 로버트 존슨에 대한 헌사 [미 앤드 미스터 존슨(Me And Mr. Johnson)], 블루스 커버 앨범 [프럼 더 크래들(From The Cradle)] 등 그의 후반기 작품 대부분이 옛 블루스를 담았다. 이는 블루스와 록을 결합해 묵직한 충격을 안겼던 그의 청년기 앨범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자신의 얼굴을 소박하게 담아내고, 성을 타이틀로 내건 앨범은 이미 겉에서부터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블루스 고전과 옛 팝을 두 개의 신곡과 버무린 앨범은 에릭 클랩튼의 뿌리가 어디인가를 충실히 전달한다. 아울러 이 곡들은 현존하는 모든 팝 음악의 뿌리이기도 하다. 노년의 뮤지션이 편안한 목소리와 연주로 전달하는 앨범임에도 자신감이 넘치듯 느껴지는 이유다.

에릭 클랩튼이 자신의 영웅들에 헌사를 바쳤듯, 신곡 <다이아몬즈 메이드 프럼 레인(Diamonds Made From Rain)>에는 에릭 클랩튼을 영웅으로 떠받든 셰릴 크로가 백 보컬로 참여했다. 중반기 에릭 클랩튼의 작품에서 맛볼 수 있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스탠다드 팝송이다.

얼핏 들으면 누구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운 앨범이다. 그가 나이 든 옛사람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앨범에서 그의 기타는 여전히 듣는 이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든다. 수록된 또 다른 신곡 <런 백 투 유어 사이드(Run Back To Your Side)>에서 넘실대는 피킹은 왜 그가 기타의 신전에 올랐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커버곡들도 돋보인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가 얹혀 국내에도 유명한 샹송 <Les Feuilles Mortes(고엽)>의 영어 버전 <오텀 리브즈(Autumn Leaves)>는 원곡의 느낌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심지어 섹시하기까지한) 기타솔로를 얹어 멋지게 다시 뽑혀 나왔다. 외로움에 지친 이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고양시킬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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