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강만수의 덫에 걸린 이한구…오류와 맹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강만수의 덫에 걸린 이한구…오류와 맹신"

[홍헌호 칼럼]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전반기 결산③

-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전반기 결산

MB, 747 공약 달성?…상반기 고성장의 허구성
논리 싸움에서 진 정운찬, 그리고 셰익스피어 비극론

한나라당 의원이면서도 소속 정당보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정치인이 몇 명 있다. 홍준표, 이한구 등이 그들이다. 간혹 이들에 대한 진보진영의 관심이 지나친 게 아닌가 염려될 정도다.

특히 홍준표 의원에 대한 진보진영의 관심은 지나친 감이 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반값 아파트'의 경우, 사실 그것은 어이없는 오해의 산물이었다. 부동산 등기부에 실린 아파트 토지지분을 보고, 등기부 기재사항대로라면 엄청나게 싼 주택도 가능하다며 성급하게 내놓은 것이 바로 '반값 아파트'다. 그러나 나중에 그도 아파트 택지비가 토지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오류를 은폐하기 위해 용적율 1000%에 달하는 기괴한 주택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용적률은 150~250% 정도다.

최근에도 그의 설익은 언행은 계속되고 있다. 관치도 괜찮다는 둥, 우파 포퓰리즘도 괜찮다는 둥, 무상급식이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둥, 4대강사업은 필요하다는 둥,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언들이 여과없이 흘러나온다. 관치와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생산적인 공공성'을 확보하며,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마당에 이 무슨 설익은 발언들이란 말인가.

홍 의원에 비하면 이한구 의원은 전문가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낭비적인 4대강 사업과 부유층 감세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점, 그리고 제도는 그대로 둔 채 소리만 요란한 '이른바 친서민정책'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점은 그가 사이비 경제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또한 정운찬 전 총리와 유사한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전문가들은 스스로 손발을 동원하여 연구하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제자나 후배들이 내놓은 보고서를 의심없이 믿는 경향이 있다. 법인세 감세에 동조하는 이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글은 필자가 연재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전반기 결산' 중 세번 째 글이다. 이 글에서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해서 만들어 놓은 부유층 감세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주로 다룬다. 아울러 정부 주장을 구체적으로 검토도 하지 않고 "법인세 감세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이한구 의원의 오류에 대해서도 해부해 보기로 한다.

소비확대효과, 3500억 원 vs 1조 원

강만수 전 장관은 2008년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며 이들에 대한 감세가 소비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감세의 소비확대효과를 검증해 보기 위하여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표는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이라는 지표다. 한계소비성향은 소비의 증가분을 소득의 증가분으로 나누어서 산출하는데, 이는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소비에 쓰는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낸다.

* 한계소비성향 = 소비의 증가분/ 소득의 증가분

▲ ⓒ홍헌호

필자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최근 6년간 우리나라 한계소비성향을 산출해 본 결과 상위 10% 계층이 0.354, 하위 10% 계층은 1.309인 것으로 나타난다. 상위 10% 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이 0.354라는 것은 이들에게 1만 원의 소득이 늘어날 경우, 이 중 3540원을 소비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하위 10% 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이 1보다 크다는 것은 1만 원의 소득이 늘어날 경우, 소비는 그 이상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를 근거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조세재정정책 대안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해 보면 어떻게 될까. 보수진영은 최고소득층에게 1조 원의 감세혜택을 주자 하고, 진보진영은 최저소득층에게 1조 원의 복지혜택을 주자고 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대안들은 전체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6년간의 한계소비성향에 따르면, 정부가 보수진영 주장대로 최고소득층에게 1조 원의 감세혜택을 줄 경우 3500억 원 정도의 소비가 늘고, 진보진영 주장대로 최저소득층에게 1조 원의 복지혜택을 줄 경우 1조 원 대부분이 소비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내수를 살리고자 하는 정부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자를 포기하고 후자에 재원이 배분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강 전 장관은 후자의 효과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전자 효과가 0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경제학 개론서 50쪽이라도 제대로 읽고 이해했다면 그런 주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국의 재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항상 최적의 선택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효과가 마이너스가 아니라면 무슨 정책이나 괜찮다며 비효율적인 정책들을 남발할 경우 성장률은 떨어지고, 일자리는 사라지며, 종국에는 과거 중남미처럼 장기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소비·투자 확대효과, 1000억 원 vs 1조 원

강 전 장관은 또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며 이들에 대한 감세가 투자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또한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에 대한 감세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한계투자성향'(marginal propensity to invest)이라는 지표를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다.

* 한계투자성향 = 투자의 증가분/ 소득의 증가분

다만 이 글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서 투자를 기업의 설비투자로 한정시키고, 소득은 비금융법인의 소득으로 한정시키기로 한다.
▲ ⓒ홍헌호

필자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 자료를 토대로 1976년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을 산출해 본 결과, 1970년대 후반에는 2.490, 1980년대 후반에는 1.441, 1990년대 전반에는 0.932로 나타났다. 1970년대 한계투자성향이 2.490이라는 것은 기업소득이 1만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가 2만4900원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투자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고도성장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초기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십수 년간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1990년대 후반 그것은 0.281로 급락했고, 2000년대 후반에는 0.108로 급락했다. 한계투자성향이 0.108이라는 것은 기업소득이 1만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가 1080원 늘어났다는 뜻이다. 충격적인 수치다.

이 경우에도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조세재정정책 대안이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보수진영은 대기업들에게 1조 원의 감세혜택을 주고자 하고, 진보진영은 최저소득층에게 1조 원의 복지혜택을 주고자 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대안들은 전체 소비와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의 한계소비성향과 한계투자성향에 따르면, 정부가 보수진영 주장대로 대기업에게 1조 원의 감세혜택을 줄 경우 1000억 원 정도의 투자가 늘고, 진보진영 주장대로 최저소득층에게 1조 원의 복지혜택을 줄 경우 1조 원 대부분이 소비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진정으로 내수를 살리고자 하는 정부라면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포기하고, 서민들에 대한 복지지출을 늘려야 할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1조 원의 감세가 1000억 원의 투자를 늘리는데 그치는 반면, 최저소득층에 대한 1조 원의 복지지출은 1조 원 가까운 소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경제분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소비는 낭비적인 것이요 투자는 생산적이라는 주장을 하며 필자에게 반론을 제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매우 위험한 이분법적 주장이다. 소비와 투자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예를 들어 같은 승용차라도 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비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한다. 국민계정상 신축아파트를 구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한다. 양자 간에 큰 차이가 있을까. 비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투자와 소비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전문기관들이 투입-산출 분석을 할 때 소비,투자,수출의 단위당 효과가 같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일부 진보진영에서도 '진짜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듣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잘못된 자료를 맹신해 감세 효과를 옹호했다. ⓒ연합뉴스

조세연구원의 치명적인 오류와 이한구의 맹신

그런데 지난해 가을 국회예산정책처가 <2010년도 예산안 분석>이라는 책자에서 필자와는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자신들이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를 살펴 본 결과 "조세 부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비효율성이 법인세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은 "법인세 인하의 단기 투자 증진 및 성장효과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에는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필자는 이들이 인용한 조세연구원 보고서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인용한 조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근로소득세보다 더 작게 나타나고, 2000년대에는 근로소득세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의 분석대로라면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더 우선적으로 늘려야 하고, 200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더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계투자성향이 2.49에 달했던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더 우선적으로 늘려야 하고, 그것이 0.11에 불과한 2000년대에는 오히려 그것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세연구원이 이런 황당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그들이 CGE 모형(연산가능 일반균형모형 :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토대로 분석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CGE 모형은 수많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신범철 경기대 교수는 2008년 보고서를 통해 CGE 모형이 "예측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증명된 비현실적인 모형"이라고 단언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이런 대형 모형들의 세계경제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기 시작했고, 두 개의 방정식에 불과한 미국 연방은행 세인트 루이스지점의 시계열 예측모형보다 오히려 예측오차가 더 크게 발생하면서 이러한 거대모형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CGE 모형의 문제점과 비현실성](경기대 신범철 교수, 2008년 보고서 요약)

1. 지극히 비현실적인 가정이 낳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모형

- 상품과 생산요소 시장에서 완정경쟁시장과 완전정보를 가정
- 생산에 있어서의 규모의 불변을 가정(내생적 성장론은 발붙일 여지가 없음)
- 모든 시장에서 균형에 도달한다는 시장청산 조건 가정
- 언제나 시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에 따른 경기변동이
존재하기 어렵고, 노동시장에서 실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
- 생산요소의 완전이동 가정
- 실업의 사회적 비용, 자본이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 무시
- 모든 소비자의 선호상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
- 모든 생산자간의 생상기술상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로우(Arrow)가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가능성 정리를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CGE 모형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한다고 가정
- 수없이 많은 가정을 전제로 한 모형으로 계산 가능한 것만을 다룬 가상의 세계일 뿐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경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형

2. 예측능력이 없는 것으로 증명된 비현실적인 모형

- 실제로 1970년대와 1980년대 이런 대형 모형들의 세계경제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기 시작하였고, 두 개의 방정식에 불과한 미국 연방은행 세인트 루이스지점의 시계열 예 측모형보다 오히려 예측오차가 크게 발생하면서 이러한 거대모형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현재 학자들의 흥미도 크게 떨어진 상태


유감스럽게도 한나라당 경제통으로 통하는 이한구 의원은 아직도 조세연구원의 이 엉터리 보고서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내의 실증연구들은 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립대의 임주영 교수와 한양대의 고종권 교수는 2004년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에게 파격적인 감세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투자유발 효과에 대한 실증연구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 제도의 투자유발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는 경우 설비투자액의 7~15%에 달하는 액수를 법인세에서 경감시켜 주는 매우 파격적인 제도다. 그러나 기업들에게 장기간 이런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확대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도 최근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일몰(=한시법의 종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투자유발효과가 없는 제도를 굳이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학계와 정부의 일치된 생각이다.(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