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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정부, 발리에서 보이지 않았다"

[발리는 지금] 폐막 앞두고 암울한 '기후변화협약 총회'

지난 12월 3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192개국에서 정부 대표자, 과학자, 국제기구 관계자, NGO활동가, 기업인 등 약 1만 명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는 2013년부터 기후 변화를 막고자 전 세계가 어떤 대응을 할지를 놓고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은 환경재단과 공동으로 회의 기간 동안 발리 현지 기고를 통해 생생한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생태지평의 명호 연구원은 폐막을 앞둔 현지 분위기를 전해 왔다. 특히 명호 연구원은 "이번 총회에서 한국 정부는 눈치 보기로 일관하며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고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비판했다. <편집자>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인류 문명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상황은 암울하다. 기후 변화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와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지구적 차원의 대응 방안을 둘러 싼 선진국과 선진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쟁과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제1차 의무 감축 기간이 종료되는 2012년 이후의 감축 방식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의무 감축' 주장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율 감축' 주장이 계속 충돌하고 있다. 미국의 주장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 인도, 일본, 캐나다 등이 함께 가세하고 있다.
▲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이 기후 변화 대응에 반하는 각국 대표에게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연료상'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 집중되고 있다. ⓒ명호

이런 상황에서 애초 감축 의무를 지고 있던 선진국의 추가 감축 의무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20년까지 1990년과 비교했을 때 25~40% 수준은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나, EU를 제외하고는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는 없는 형편이다.

사실 이번 총회의 시작은 희망적이었다. 그동안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했던 오스트레일리아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했기 때문이다. 올해 발표한 IPCC의 기후변화보고서가 준 충격도 세계 각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폐막을 하루 앞둔 현재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논의는 공전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총회 현장에서 '기후행동네트워크(CAN·Climate Action Network)'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에코(ECO)>는 '발리 로드맵 성사 또는 무산?(Bali : Road map or road-kill?)'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각국의 치열한 이해관계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 공동의 대응 방안 모색이 실패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눈치만 보는 한국 정부

사실 이번 회의장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 아니, 한국 정부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 12일 이규용 환경부 장관은 대표 연설을 통해 "세계적인 기후 변화 저감 대응과 관련해 한국 정부 역시 다양한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및 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2005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59억1100만 톤(t)으로 1990년과 비교했을 때 98.7% 증가했다. 에너지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억4800만 톤으로 세계 10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배출량 6위, 배출량 증가율 1위, 1인당 배출량 14위, 1인당 배출량 증가율 2위 국가이다. 누적 배출량은 세계 23위 국가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이며, '포스트 2012' 체제에서 의무 감축 국가로 포함돼야 하는 나라이다. 이곳 현장에서 만나는 대다수 NGO는 OECD에 가입되어 있는 GDP 세계 11위, 교역량 세계 12위 규모의 경제 대국인 한국이 2012년 이후 의무 감축 국가로 포함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상황이며 너무도 당연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런 외부의 시각과는 달라 보인다. 한국 정부의 대표 연설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외교적 수사만 나열돼 있다. "적극적 노력에 대한 의지 표명"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려고 해도 한국의 책무에 비해 너무나 빈약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 한국 정부는 이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존재감이 없다. 대표 연설하는 이규용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

한국이 기후 변화를 막아내기 위해서 선진국의 기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문제점 지적과 무한 책임을 주장하고, 반대로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공동의 노력에 동참이 필요하며 향후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역할을 강조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역설이라 할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며 경제 성과를 독점해온 선진국은 과거의 책임에 대한 행동을 해야 한다. 또, 앞으로 성장하는 경제 규모에 따라 현재, 미래에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는 개발도상국 역시 대책을 수립하고 동참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하여 한국은 과거의 책임과 미래의 책임을 모두 져야 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남 탓을 하기에 앞서 한국 정부가 먼저 구체적인 감축안을 제시하고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이번 총회 자체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 기업의 소리 없는 전쟁터로 전락하고 있다지만, 그것이 한국 정부가 행동을 주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한국 이젠 책임 있는 행동 나서야

"나라는 여럿이나 바다는 하나다"라며, 각국 정부의 공동 대응을 강력히 주장했던 한 도서 국가 대표의 연설을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인 한국은 국가적 차원의 감축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해 국내외에 공유하고 집행하는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계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역할이다.

지난 12월 11일은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진 지 딱 10년 되는 날이다. 기후 변화로 위험에 처한 지구를 위한 공동 대응이 시작된 날로 축하를 받아 마땅한 날이다. 그러나 모두 기후 변화의 위험을 이야기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되고 있다.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한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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