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관철하고자 한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던 '무역구제 분과의 6가지 요구사항'이 미국 측의 수용불가 입장 표명으로 인해 결국 물건너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요구사항들 중 미국 무역구제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안만을 놓고서라도 계속 한미 FTA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는 28일 오전 "미국 행정부가 27일 오전(현시시간) 한미 FTA 협상 무역구제 관련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고, 그 내용을 우리 정부에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우리 측의 무역구제 관련 요구사항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한국 측 요구에는 미국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있는 사항이 포함돼 있다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하는 한 한국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우리 측의 모든 요구사항에 대해 계속 협상할 것이며 그 내용을 의회와 협의하겠다는 등의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 담겨 있다.
이에 앞서 27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측의 반(反) 덤핑법 개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USTR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반덤핑법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미 FTA 현안을 설명한 후 "한미 FTA 협상의 최종 타결안에 반덤핑과 관련된 한국 측의 요구사항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이 우리 측 제안사항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표시하지 않은 점은 실망스러우나 계속적인 협상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무역구제 관련 관심사항이 (한미 FTA 협상 내용에) 반영되도록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한시적으로 위임한 통상협상 권한, 즉 무역촉진권한(TPA)의 조건에 따르면 미국 측 협상단은 무역구제 관련법의 제정이나 개정을 요구하는 통상협상 사안에 대해서는 협정 체결 180일 전까지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TPA가 내년 6월 말에 시한이 만료된 뒤 추가 연장되기 어렵다는 일반적 관측을 감안하면, 한미 FTA 무역구제 분과에서 미국 측 관련 법의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관한 협상의 마감시한은 사실상 올해 말이다.
우리 측 협상단은 지난 3차 시애틀협상 때 '제로잉 금지' 등 10개의 요구사항을 미국 측에 제시했고, 이어 4차 제주협상 때 '상호합의에 의한 반덤핑 조사 중지' 등 5개의 요구사항을 추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 측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미국 측이 '(미국 측 정부 협상단에) 협상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 측은 지난 5차 빅스카이 협상에서 이 15가지 요구사항들 가운데 6가지만 골라 미국 측에 들이밀고 '다 수용하든지 협상을 관두든지(Take them all, or leave)' 하라고 요구하며 나름대로 강수를 뒀다.
이 6가지 요구사항에는 △양국 간 무역구제협력위원회 설치 (미국 법령 제·개정 불필요) △상호합의에 의한 반덤핑 조사 중지(Suspension agreement) (법령 제·개정 일부 필요) △조사 개시 전 사전통보 및 사전협의 (법령 제·개정 일부 필요) △조사당국의 추정자료 사용 제한 (법령 제·개정 일부 필요) △산업피해의 비(非)누적(Non-cumulation) 평가 (법령 제·개정 필요)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 시 상호간 적용 배제 (법령 제·개정 필요)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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