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장하성펀드와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

유선방송 지주회사 설립, 사외이사 선임 등 약속

태광그룹은 유선방송사업 계열사들을 통합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에 장하성펀드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1명씩을 두기로 장하성펀드 측과 합의했다.
  
  또한 대한화섬은 유휴자산 활용계획 등을 수립해 내년에 주주들에게 발표하기로 했다.
  
  흔히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경영진이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합의했다며 14일 이같이 밝혔다.
  
  장하성펀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티브로드 천안방송 지분(67%)을 자사로 귀속시키기 위해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보유한 티브로드 중부방송 지분 17.64%를 취득하고, 중부방송과 천안방송을 합병해 태광산업의 천안방송 지분을 늘리기로 했다.
  
  대한화섬은 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유휴자산의 활용계획 및 전반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중 주주들에게 경영진이 생각하고 있는 영업 및 자산 효율성 개선을 위한 최종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태광산업은 오는 2009년 상반기까지 유선방송사업자로서 소유구조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경영, 투자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태광그룹 계열의 유선방송사업 계열사들을 모두 통합하는 지주회사를 신설하고, 태광산업이 이 지주회사의 지분을 최소한 50%+1주만큼 보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신설되는 유선방송사업 지주회사는 태광산업의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장 등의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각각 장하성펀드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1인을 선임하기로 했으며, 태광산업은 사외이사 2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되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과거 5년 간 자사 및 계열사 임직원을 지낸 사람은 사외이사에 선임될 수 없도록 정관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태광산업은 감사의 독립성 강화 및 실질적인 기능 강화를 위해 증권거래법 상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주주중시 경영 및 윤리경영을 위해 회사별로 투자홍보(IR)팀을 신설하고 주가 관리 및 배당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펀드의 고문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기업가치가 지배구조 문제를 핵심으로 한 은둔의 기업이라는 인식 탓에 저평가돼 왔다"며 "이번에 대주주와 경영진이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인식해 개선계획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로 약속한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같은 변화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지배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시장의 신뢰 회복으로 기업가치 증가와 회사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펀드는 지난 8월 대한화섬 지분 5.15%를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데 이어 9월부터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지배구조 개선 유도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이 펀드는 태광산업에 대해 이호진 회장과 아들 현준 씨가 전주방송을 이용해 태광산업 소유였던 티브로드 천안방송 지분 67%를 편취했다며 이사회에 개입권 행사를 요청한 데 이어 대한화섬에 대해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고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경영진과 펀드 간 기업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급진전됨에 따라 대한화섬 측은 실질주주명부를 제공했고, 펀드 측은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