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투자의 목적으로 표방한 '장하성 펀드'가 지난 6월 이후 최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대한화섬의 지분 5.05%를 확보했다고 23일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지난 4월 출범한 장하성 펀드가 이날 처음으로 투자 사실을 공개함에 따라 증권가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하성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라자드 에셋매니지먼트'는 이날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회사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식 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혀 대한화섬에 대한 경영참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보고서에서 라자드는 대한화섬의 경영과 관련해 △회사의 운영, 지분투자, 재무조건과 관련된 중요 정보에 대한 투명성 강화를 포함한 소액주주 권리의 개선 △보다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 △모든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회사자산 운영 등을 제시했다.
'장하성 펀드'의 투자고문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이날 펀드의 현황과 관련해 "현재 자본금 1200억 원 이상을 확보한 상태"라며 "추가로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장 학장은 "대한화섬은 태광그룹과의 전체적인 관계를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업"이라며 "태광그룹 전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장하성 펀드'의 경영참가 요구가 계열사인 대한화섬을 넘어 태광그룹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대한화섬이 '장하성 펀드'의 첫 번째 투자처로 지목된 이유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이 기업이 본업과는 무관하게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인 유가증권 투자를 벌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화섬은 지난해 말부터 반년동안 유가증권 매입에만 450억 여 원을 썼다. 이는 이 기업의 23일 현재 상장주식 시가총액 998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장하성 교수는 "대한화섬의 현 주가는 순자산가치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매우 저평가된 상태"라며 "대한화섬측이 향후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업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화섬 측은 "기업홍보를 소홀히 했다고 해서 태광산업이나 대한화섬의 지배구조가 좋지 않다고 본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며 장하성 교수의 경영참가 요구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장하성 펀드'가 대한화섬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기업인 태광산업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한편 장하성 펀드는 기업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그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식 명칭이 '한국기업 지배구조개선 펀드(KCGF, 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인 이 펀드에는 미국 버지니아대학 재단과 조지타운대학 재단 등 국내외 10여 개 기관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의 자산 운영은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라자드'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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