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장하성 펀드, 증시에 '자산주 거품' 일으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장하성 펀드, 증시에 '자산주 거품' 일으켜

라자드와 손잡고 SRI?…여전히 불투명한 정체

증권가의 이목이 '장하성 펀드'에 집중되고 있다. 대한화섬의 지분 5.15%를 확보했으며 대한화섬 측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는 '장하성 펀드' 측의 발표는 재벌개혁론자라는 장하준 고려대 교수의 명성을 등에 업고 삽시간에 관련 업계와 증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장하성 펀드' 자체에 대한 스스로의 설명은 부족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장하성 펀드'를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장하성 펀드'가 새로운 투자의 전형을 창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수포로 돌아가게 할지를 놓고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시켜 돈 벌겠다"…매입지분 5%로 뭘 할 수 있을까?
  
  '장하성 펀드'는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일반 펀드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장하성 펀드'의 정식 명칭이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펀드는 수익 창출의 방법으로 기업지배구조에 손을 댄다는 점이 지금껏 봐 오던 투자펀드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한화섬, 나아가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를 '장하성 펀드'가 어떤 방식으로 바꿀지가 일차적인 관심사다. 현재 '장하성 펀드' 측은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장하성 펀드'를 주도하고 있는 장 교수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편지 등을 통해 '경영참여'를 요구했다"고만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장하성 펀드'가 첫 투자처로 대한화섬을 고른 것은 실수라는 분석이 많다. 대주주 지분이 70%가 넘는 대한화섬에서 고작 5% 지분을 가지고 뭘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기업지배구조 개선 활동에 정평이 난 장하성 교수라도 이번에는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장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70%를 대주주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대한화섬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70%든 5%든 주주로서 법적으로 보장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운을 뗀 뒤 "경영진 교체 빼고 다 할 수 있다"며 대한화섬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하성 펀드는 한국판 소버린?
  
  한편 '장하성 펀드'는 스스로를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sibility Invest) 펀드라고 말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투명성'을 불러오기 때문에 공익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것이 '장하성 펀드'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장하성 펀드'를 SRI 펀드로 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 증권가의 일반적 시각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추구한다는 것만으로는 '장하성 펀드'를 SRI 펀드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 SK를 공격해 많은 수익을 얻고 한국을 떠난 소버린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소버린도 SK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SRI가 활성화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SRI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깔려 있다. 일단 미국 등의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SRI 펀드들은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가치 모두를 기본적으로 고려한다. SRI의 이런 여러 가지 고려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단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장하성 펀드'를 두고 '한국판 소버린 펀드'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라자드', 믿을 수 있는 곳인가?
  
  한편 '장하성 펀드'의 운용사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장하성 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는 '라자드자산운용'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라자드'의 자회사다. 그런데 '라자드'는 과거 SK와 소버린 간 경영권 분쟁 당시 소버린 편에 섰던 전력을 갖고 있다. 이런 점도 '장하성 펀드'에 대한 껄끄러운 시각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하성 교수는 '라자드'를 보기보다 '존 리'를 보라고 강조한다. 존 리(한국이름 이정복)는 '라자드 자산운용'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사) 직을 갖고 있고 '장하성 펀드'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 교수는 "소액주주 운동을 10여 년 간 하면서 수 백 명의 펀드매니저를 만나봤지만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펀드 매니저는 3명뿐이었다. 그 중 한 명이 존 리다. 존 리가 떠나면 펀드도 옮긴다"라고 말해, 존 리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즉 '라자드 자산운용'에 '장하성 펀드'를 맡긴 이유가 '라자드' 때문이 아니라 '존 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하성 교수의 이같은 설명이 '라자드'를 둘러싼 의혹을 말끔히 해소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주식시장에서는 '장하성 펀드' 효과 톡톡
  
  한편 '장하성 펀드'가 대한화섬의 주식을 보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3일 이후 대한화섬과 태광그룹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또한 대한화섬과 비슷한 자산주로 평가를 받는 다른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는 등 '장하성 펀드' 효과가 주식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하성 펀드의 지분매입 발표 후 대한화섬의 주가는 100.3%나 올랐다.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도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 89.4% 치솟았다. '장하성 펀드'의 효과로 태광 측이 거둔 평가차익은 대한화섬 624억 원, 태광산업 991억 원, 흥국쌍용화재는 74억 원 등 모두 1600억여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대한화섬처럼 자산주로 인식된 대한제당이나 대한방직도 29일 증시에서 상한가를 기록했고, 대한제분도 전날 대비 6.56% 급등했다.
  
  '장하성 펀드'의 정체가 아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는 '장하성 펀드'에 대한 기대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어쩌면 '장하성 펀드'의 붙투명성 자체가 증시에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