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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라크서 철수한다?

[전망] 세계 최대의 대사관과 미군기지 버려두고?

지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류언론과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은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자이툰부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올해 말경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조사그룹(ISG)의 보고서에서 미군 철수의 묘안이 제시될지도 모른다는 관심도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진보성향 웹사이트 <톰디스패치>(www.tomdispatch.com)는 최근 미국 주류언론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라크 내 거대 미군 기지와 세계 최대 미 대사관 건설 상황 등을 폭로하며, 미국은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이 되는 쓴맛을 보기 전에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해 주목된다.

<톰디스패치>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에는 바그다드 함락 직후부터 미국의 웬만한 도시 규모와 맞먹는 4개의 대규모 미군기지가 건설되고 있으며, 많을 때 100개에 달했던 크고 작은 미군기지가 지금도 55개나 있다. 그 중에서 5~6개는 특별히 대형기지에 속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중동지역의 교두보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는 소위 바그다드의 '그린존'이라는 곳에 들어선 미국의 새 대사관이다. 대사관은 그 크기가 바티칸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톰디스패치>는 "이라크에 들어선 미국 대사관은 주권국 이라크의 미래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제국주의적인 대사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톰디스패치>는 대규모 미군기지와 세계 최대 대사관 건설 등 현재 "이라크 현지에 엄연히 존재하는 영속적인 증거"들로 미뤄볼 때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서 더 큰 비극을 초래하기 전까지는 결코 그냥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톰디스패치> 발행인 톰 엔젤하트가 직접 쓴 '아빠가 보낸 해결사들이 전쟁을 연장시키는 것은 아닐까?(Will Daddy's Boys Extend the War?)'라는 기사 중 주요 내용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국방장관을 럼즈펠드에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CIA 국장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로 바꾸고, 역시 '부시 패밀리'에 속하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이끄는 이라크조사그룹(ISG)이 제출할 이라크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
▲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국방장관을 로버트 게이츠로 바꿔도 이라크에서 진정한 미국의 철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러나 그들이 이라크에서 물러서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그런 방안을 원하기나 할까? 아버지 부시 시대의 관료들이 부시 대통령을 돕기 위해 대거 등장하는 시점에 민주당이 지배하는 새로운 의회와 진정한 이라크 탈출전략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력이 높아가고 있지만, 게이츠가 정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베트남 전쟁 시절을 지낸 사람이라면 최근의 상황을 미국이 이라크에서 '위장된 철수'의 제스처를 보이는 시기로 생각할 것이다. 현재 최대 화두는 차기 상원군사위원장이 유력한 민주당 상원의원 칼 레빈이 주창하고 있는 '재배치'다. 그러나 그의 온건한 철수계획은 4~6개월 안에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철군 시한을 정한 것도 아니다.

레빈은 재배치와 철수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는 하다. 그는 일종의 군사자문그룹 형태(바그다드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미국 대사관과 이라크에 건설한 대규모 미군기지들은 차치하고)로, 미국이 먼 미래에도 이라크에 머무르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SG가 제시할 방안도 매우 낯익은 것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1만~4만 명 더 늘리는 방안에서부터, 장기적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을 5만 명 수준으로 줄이는 시나리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들은 이라크 주변에 건설한 미군기지로 이동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라크 최근 상황, 베트남 '테트 공세' 때와 비슷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의 폭력 사태는 베트남 전쟁의 '분수령'이었던 '테트 공세'(1968년 설날 북베트남의 대대적 공격)에 비유되기도 했다. 물론 사이공에 있는 미국 대사관까지 공격을 받았던 '테트 공세' 때와 비교하는 것이 과장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테트 공세' 이후 7년에 걸친 전쟁이 이어졌으며, 테트 공세 이전보다 그 이후에 미군과 베트남 주민들이 더 많이 사망했다는 의미에서, 최근 이라크 사태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테트 공세'와 유사한 면이 있다.

테트 공세 이후 미국은 레빈 상원의원이 주장하는 방안처럼 베트남에서 지상군을 거의 완전히 철수시켜야 했다. 미군부 내부의 분열과 반전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힘의 공백을 극적으로 메우기 위해 공군을 동원했다.

이라크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사용될 것이다. 미국 정가에 떠도는 거의 모든 방안들과 마찬가지로 실패로 끝날 운명이지만, 또다른 이라크 정책으로는 이라크에 제국주의적인 영구시설을 유지하려는 것이 있다.

이 방안은 미국의 주류언론들이 보도를 꺼리고 있는 두 가지 사업과 관계가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바그다드가 함락한 직후인 2003년 4월 19일 <뉴욕타임스>의 톰 섕커와 에릭 슈미트 기자가 1면 기사로 폭로한 것처럼, 미 국방부는 이라크에 4개의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럼즈펠드에 따르면 100개에 달했던 이라크의 미군기지는 현재 55개다. 그 중 5~6개는 엄청나게 크다. 바그다드 북동부의 발라드 공군기지, 안바르 지방 서부의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은 웬만한 미국의 도시 규모다.

미군기지 현황에 대한 보도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가운데, 지난 10월 중순 터키의 한 신문 보도를 발견했는데, 미국이 쿠르디스탄(쿠르드족 거주지역)에 '군용 공항'을 건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뒤 <워싱턴 타임스>는 <UPI> 통신을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 아르빌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것은, 미군이 이라크에 앞으로 수년간 주둔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쿠르디스탄은 이라크에서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미군의 배후지로 늘 지목되어 온 곳이다.

'조지 W 왕궁'으로 불리는 미국 대사관

미국이 이라크에서 계속 머무를 것임을 상징하는 또 다른 것이 있는데, 최근 몇개월 동안 미국의 언론들도 예전보다는 관심을 보이는 사항이기도 하다. 바그다드에 요새처럼 위치한 그린 존 내부에 미국 대사관이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그바드 주민들이 '조지 W 왕궁'이라고 부르는 이 미국 대사관은 바티칸 시티와 거의 비슷한 크기로, 수천 명으로 불어난 직원들을 수용하기 위해 6개의 아파트 건물이 들어섰으며, 전기, 상수도, 하수처리 시설 등이 다 구비돼 있다. 수영장, 체육시설, 상점, 음식점, 술집 등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모든 시설들은 바그다드의 공공시설과는 완전히 독립돼 있다. 게다가 자체 미사일 방어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주권국 이라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제국주의적인 대사관이 될 것이다.

물론, 베트남에서 배웠듯, 가장 영속적인 시설이나 방어망을 가장 잘 갖춘 제국주의적 대사관도 철수계획을 위한
장소에 불과하게 될 수 있다. ISG가 이러한 지상에 존재하는 사실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면. 부시 행정부와 새로운 의회 사이에 어떤한 타협안이 나오더라도 이라크 사태는 심각한 상황에서 확실하게 악화되는 것으로 바뀔 뿐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포함) 사태에 대한 보도에 또 하나의 미스테리가 있는데, 미국의 주요한 전쟁 수행 방식- 공군-이 완전히 보도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지난 2005년 12월 <뉴요커>의 세이무어 허시가 "미국의 철수 계획의 핵심 요소는 미 지상군 철수는 미 공군력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그런데 미 공군은 자체 웹사이트에 활동사항을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있다. 기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 웹사이트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군 일일 출격 사항을 살펴볼 수 있다.
▲ 지난 19일 50 명의 사망자를 낸 바그다드 자살폭탄 테러에 부상을 입은 한 여인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로이터=뉴시스

예를 들어 11월15일자 미 공군 웹사이트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기록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국 해병대 F/A-18a 전투기는 라마디 인근 이라크 반군에 대해 공습을 실시했다. F/A-18는 적 목표물에 유닛-31 유도탄들을 투하했다. 공군 F-16 전투기 팰콘들은 맥헨리와 바쿠바 인근 반군들과 교전하고 있는 지상군을 근접 지원했다. 공군 F-15E 이글들은 바그다드 인근 반군들과 교전하는 지상군에 근접 지원을 제공했다."

이러한 공습 임무는 최근 몇개월 동안 아주 일상적인 수준이다. 11월 14일에는 34차례나 출격하고, 13일에는 32회, 12일에는 35회 출격했다. 이러한 공습들은 주요도시 인근에서 이뤄졌다.

"미군 철수, 공군 동원한 대량 학살 초래할 것"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미 지상군 규모는 베트남에서와 마찬가지로 공군력을 더 많이 활용하지 않고는 천천히 줄여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혼란과 분쟁은 격화되는 반면 미국의 여론은 점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군은 하나의 해답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공습이 특히 도시 안팎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무고한 주민들의 대학살이 초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안은 '재배치'를 요구하는 어떠한 새로운 전략에서도 핵심이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이라크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로버트 게이츠는 18개월 전 한 세미나에서 '단계적 철수'와 관련,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때때로 시간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도 독일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한국에는 50년 넘게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영국은 40년 동안 사이프러스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역사를 바꾸길 원한다면, 필요한 만큼 머무를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비극과 더 많은 비극이 거의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1600억 달러나 되는 예산을 의회에 추가로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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