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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 왜곡 프로젝트 중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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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제교육 왜곡 프로젝트 중단돼야

[경제교과서 논란(6,끝)] 전경련 교과서의 문제점

뉴라이트 진영은 어떤 경제교과서를 원하는가?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동안 뉴라이트 진영은 현재의 경제교과서와 경제교육이 반시장적, 반기업적으로 꾸려지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을 여러 경로를 통해 해 왔다. 따라서 뉴라이트 진영이 원하는 경제교과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친시장적, 친기업적인 방향과 내용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것을 번역, 수정한 전경련의 교과서
  
  뉴라이트 진영이 원하는 이와 같은 경제교과서가 2006년 3월 1일 마침내 첫선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교학사를 통해 중학교 경제교과서 인정도서로 발간한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와 <교사용 지도서>가 그것이다.
  
  이것은 그러나 전경련의 순수한 저작물이 아니라 미국 경제교육협의회(NCEE, National Council on Economics Education)의 중학교 경제교과서 <Middle School Economics>와 경제교육 지침서 <Focus: Middle School Economics>를 번역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이로써 전경련이 발간한 중학교 경제교과서는 외국도서를 번역, 수정해 국가기관(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첫 번째 인정도서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한 이 책의 발간은 제8차 경제과목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절묘한 시기에 이루어진 기가 막힌 포석이었다.
  
  전경련이 발간한 이 중학교 경제교과서는 뉴라이트 진영이 원하는 경제교과서의 실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전경련의 교과서, 어떤 내용인가?
  
  현행 제7차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경제교육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9학년(중3)의 <사회>에 통합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의 총 7단원 가운데 2단원이 경제에 할애되고 있고, 그 2단원은 경제교육의 도입부분으로 경제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민주시민의 경제적 역할, 시장경제 작동의 기본원리 등을 다루고 있다.
  
  이와 달리 전경련의 경제교과서는 학생들이 장차 사회에서 수행하게 될 여섯 가지 역할을 중심으로 총 6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여섯 가지 역할이란 의사결정자, 소비자, 근로자, 시민, 저축자, 세계경제 참여자를 말한다.
  
  그리고 이 교과서에는 미국의 21개 표준 경제개념 가운데 5개(경쟁과 시장구조, 소득분배, 실업, 재정정책, 교환비율)을 제외한 16개 경제개념(희소성, 기회비용과 맞교환관계, 생산성, 경제체제, 경제제도와 유인체계, 교환·화폐·상호의존성, 시장과 가격, 수요와 공급, 시장실패, 정부의 역할,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절대우위·비교우위·무역장벽, 표, 그림과 그래프, 비율과 백분율)으로 짜여 있다. 따라서 현행 중학교 3학년 사회교과서와 달리 전경련의 경제교과서는 하나의 완성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현행 중학교 3학년 사회교과서는 경제이론을 학습한 후에 그것을 토대로 경제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심리적인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는 반면, 전경련의 경제교과서는 즐겁게 여섯 가지 역할별로 역할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16개의 경제개념을 익히고 경제적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짜여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전경련의 경제교과서는 기본적으로 기업 및 시장 제일주의적, 신자유주의적, 친미 개방주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여섯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은 '기업가=근로자=생산자'로 간주되며, 특히 '개인'이 '소비자'가 아닌 '기업가'라는 데 강조점이 두어진다는 점이 기존의 경제교과서와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전경련의 경제교과서는 책 저변에 '정부(국민국가) 및 노동 무력화'론이 깔려 있으며, 책 자체가 세계 최대이자 최강의 무역국가인 미국의 입장을 잘 반영한 번역서라고 할 수 있다.
  
  전경련의 교과서는 무엇이 특히 문제인가?
  
  첫째, 우리나라 현행 법률인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하면 '기업가=사용자=생산자=공급자'라는 등식은 성립하지만 전경련의 경제교과서에서 상정하는 '기업가=근로자'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전경련의 경제교과서가 시사하는 바와 달리 기업은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인 이상 결코 이윤만을 추구하는 '냉혈한'인 존재가 아니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정부도 '정책 무력성' 명제를 앞세워 현실경제의 불안정성을 방치하는 '수수방관자'가 될 수 없으며, 노동자는 기업경영의 원동력이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크리넥스'가 아니다.
  
  셋째, 전경련의 경제교과서가 지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경제의 참여자'로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자 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가 외환시장의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의 경제교과서에는 외환시장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는 자국 화폐인 달러화가 대내외적으로 지불수단으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갖고 있는 미국의 경제교과서를 번역한 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경련의 경제교과서가 스스로 단순한 번역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편, 수정한 것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외환시장에 관한 언급이 누락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넷째, 전경련이 권유하는 바와 같이 1년 동안 창의적 재량학습 시간을 활용하거나 1년이든 1학기든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해 '체험식' 경제교육을 할 경우 일단 시수 면에서는 이 책이 경제교과서로 이용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선 교육현장에는 그런 교육을 이끌어갈 만한 유능한 경제 전담교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교육여건이 경제 전담교사를 둘 형편도 아니다. 따라서 전경련이 제시하는 이른바 '체험식' 경제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섯째, 전경련의 경제교과서가 시사하는 바와 달리 기업 및 시장 제일주의는 영속성을 갖는 역사발전의 철칙이 아니고, 신자유주의는 하나의 복음이 아니라 자본가와 노동자를 분화, 분해시키는 정치경제적 아젠다(agenda)이며, 시장개방 및 무역자유화가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에게 널리 골고루 이득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경제교과서를 새로이 만들어야
  
  전경련과 뉴라이트 진영은 그동안 "기존의 경제교과서 및 경제교육이 지나치게 기업윤리를 강조하여 청소년들은 물론 일반국민들까지 반시장적, 반기업적 의식과 정서를 갖게 되었고 이미 그런 의식과 정서가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교육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제8차 경제과목 교육과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에 들어서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국민들이 반시장적, 반기업적인 의식과 정서를 갖게 된 주된 요인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기업윤리를 강조한 경제교과서와 경제교육을 통해 형성된 기업윤리관 때문이 아니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보여준 다양한 형태의 비리와 온갖 불법, 탈법 행위 때문이다.
  
  교육부가 실행하고 있는 경제교육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집단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경제교과서를 구상할 수 있도록 '열린 자리'를 적극적으로 주선해야 하고, 그런 자리에서 새로운 경제교과서가 그야말로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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