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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지식 주입만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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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지식 주입만으론 안된다

[경제교과서 논란(3)] 올바른 경제관 교육이 우선

현재 고등학교의 선택심화 과정에서 5종의 교육부 검정 경제교과서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이 제작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들 경제교과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경제교육은 사회과 교육의 일환이어야
  
  비판의 내용은 주로 현행 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가 경제윤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비판을 하는 이들은 윤리적 요소를 배제한 실증경제학을 중심으로 고등학교 경제교과서의 내용을 구성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고등학교 경제교과서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원론'을 충실히 요약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나 주장은 6차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부에서 직접 만들었던 고등학교 경제교과서에 대해 제기됐던 비판이나 주장의 재탕에 불과하다. 6차 교과서가 나왔을 당시에 이미 이 책이 지나치게 원론 중심으로 되어 있어 고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렵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굳이 나눠본다면 6차 교과서에 대해 비판한 이들의 입장은 경제원론의 내용을 쉽게 설명하자는 것이라는 점에서 '실용주의'로, 7차 교과서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의 입장은 윤리를 배제한 실증주의 경제학을 가르치자는 것이라는 점에서 '실증주의'라고 필자는 부르고 싶다.
  
  어쨌든 7차 교육과정에 입각한 현행 경제교과서에 대한 최근의 비판은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교육학적 입장에서 볼 때 중등 교육과정의 경제교육은 대학의 경제학 교육과 같을 수 없다. 주3시간씩 한 학기 또는 일 년을 배우는 대학교의 '경제원론'과 고등학생이 배우는 '경제교과'가 비교될 수 없다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교과라고 불리는 중등과정의 교육내용이 대학 전공과목의 내용과 같을 수는 없다는 교육학적인 문제도 있다.
  
  경제교과서를 평가할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요소는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 사회과 교과의 한 부분으로서 경제 교과의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대학에서 연구하고 교육하는 경제학이라는 학문분과와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경제교육이라는 교과가 서로 어떤 관련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교육내용의 문제가 있다. 셋째, 경제학 그 자체의 문제도 있다. 도대체 어떤 경제학을 가르쳐야 자라나는 차세대들이 올바른 경제관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첫째 요소인 경제교과의 목적은 사회과 교육의 목표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과 교육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 등에 관한 사회과학 학문분과에 기초를 두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민주시민 교육으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할 때 '시민' 또는 '시민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는 오랜 동안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이와 관련해 사회가 '올바른 시민성'이라는 것을 상정하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주입해 습득하도록 하는 것을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이해하는 견해도 있고, 민주시민 교육은 사회과학 학문분과의 탐구과정을 이해하는 기초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사회현실에 대해 반성적,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고차원적 사고능력을 시민성으로 보고, 그러한 사고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민주시민 교육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회과 교육에 대한 이런 다양한 견해는 경제교육과 관련된 쟁점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등학교 사회과 교육은 여러 학문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측면과 현실의 문제를 중시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을 가진 이들은 사회과학의 다양한 학문분과의 내용을 요약해 가르치는 것을 중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사회과 교육이 사회과학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생각은 사회과학의 내용 자체를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을 사회과 교육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사회과학의 방법론, 즉 탐구과정의 재생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새로운 교육방법론으로 주목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교의 교과목이 대학 학문분과의 축소판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중등학교 교과목은 모체 학문을 참조하되 중등학교 나름의 고유한 교육영역으로 구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중등학교 사회과목은 학생들이 경험하는 영역과 사회의 쟁점들이 그 교육내용의 주요 구성부분이 되어야 한다.
  
  지식 주입보다 올바른 관점이 중요
  
  경제교과서를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하는 세 번째 이슈, 즉 어떤 경제학을 가르쳐야 하느냐로 가면 논란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경제학 자체가 하나의 단일한 학문이 아니다. 다른 사회과학도 마찬가지이지만, 빵의 문제를 다루는 경제학에는 이념적 요소가 상당히 많이 내재되어 있다.
  
  만약 어린 학생들이 어떤 이론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맹목적으로 외우도록 강요받고 있다면, 차라리 그런 경제교육은 중단하고 우리 사회의 경제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교육방법이 될 것이다.
  
  현행 경제교과서가 정말로 경제윤리를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있고 반기업적이냐의 여부는 특정한 구절들을 따로 떼어내어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전체적으로 중등학교 사회과 교육의 목표에 부합하느냐를 판단하는 입장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교과서 논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은 이런 교육학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신우파적 정치적 신념을 잣대로 특정 구절들을 편향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이 반기업적 경제윤리를 부각시킨 예로 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현대 경영학에서 이미 하나의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지 '경제원론'에 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것을 반기업적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회현실에 대해 반성적,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고차원적 사고능력을 함양해야 한다는 필자의 민주시민 교육관이 과연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지나친 이상이 아니냐는 반론이 예상된다. 하지만 중등학교 경제교육을 편의적으로 그저 경제원론을 쉽게 가르치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우선 올바른 관점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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