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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없는 경제교육, 무엇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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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생동감 없는 경제교육, 무엇 때문인가?

[경제교과서 논란(5)] 과도한 시장주의

20세기 말부터 몰아치고 있는 세계화의 파고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신속하고 강력하게 한반도를 공격하고 있다. 특히 IMF 경제공황 이후 이런 상황은 거의 피할 수 없는 대세처럼 간주되고 있다. 이런 현실로 인해 이념 차원에서 신자유주의를 노골적으로 찬양하고 전도하는 움직임이 한국사회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의 최근 국면이 바로 중고등학교의 경제교과서를 바로잡겠다는 우파진영의 시도다. 우파 진영에서는 현행 경제교과서가 시장과 기업에 적대적이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 시장과 기업에 대한 반감이 생겨나고 있다고 단정하면서 교육부, 대기업 등과 연합해 현행 경제교과서의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의 이런 진단과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리의 기존 경제 및 사회 교과서들은 영미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거의 기계적으로 반영해 왔다. 특히 경제교과서는 개인의 합리성과 시장의 가격기구를 신뢰하는 자본주의 경제학을 기본골격으로 삼고 있다. 다만 경제활동에 있어서 윤리나 도덕이 간간이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윤리나 도덕에 대한 언급은 좌경화의 요소라기보다는 공동체적인 요소로 간주돼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중둥학교 경제교육은 우파진영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과도하게 시장주의로 편향되어 다른 이념의 공존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장 편향적인 미국 경제학의 수입
  
  우리의 중등학교 경제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학과 한국의 교육이 안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 즉 한국의 경제학 연구와 한국의 교육에 내재된 문제들을 구분해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 세 가지 점에 주목하자.
  
  첫째,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미국 중심의 주류 경제학은 정치학이나 사회학과 달리 전통적으로 여타 이념들에 대해 배타적이며 연구에서나 교육에서나 시장으로 편향돼 있다.
  
  이런 미국의 경제학이 수입되고 한반도의 이념적 경직성이 겹치면서 한국의 경제학계에서는 시장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신성불가침적인 지위에 근접하고 있다. 이런 경제학계의 상황은 교육계로도 연장되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학문연구에서 이념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교육 자체를 개선하는 방책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사회과학이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경제학 연구도 외국 학계에 과도하게 의존적이다. 우리의 경제나 사회가 대외의존적이라고 하나, 우리의 경제학은 우리의 경제보다 분명히 더 대외의존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경제학은 학문적으로 재생산 능력을 상실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학은 다른 사회과학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 선진국 학계에 대한 의존이 외국의 문제를 친숙하게 만들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를 생경하게 취급하는 역전을 낳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의 경제학계는 중등학교의 경제교육에 충실한 내용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교육은 원초적으로 충실한 내용을 갖추기가 힘들다. 심각한 문제는 기존의 경제교과서를 비판하는 우파 경제학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둔감하다는 것이다.
  
  이기적 인간이 공공선의 문제에 부닥치면…
  
  둘째, 우리의 교육은 전반적으로 입시경쟁에 휘말려 있고 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의 서열체제와 사회의 학벌차별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이 초중등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또한 대학 교육은 이런 입시경쟁으로 인해 불구화된 젊은이들의 지적 욕구를 회복시키기에 역부족이다. 입시경쟁은 중고등학교의 경제교육이나 대학의 경제학 교육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주입식 위주의 생동감 없는 경제교육을 낳고 있다.
  
  아마도 우파 경제학자들은 경쟁에 대한 본능적인 호감으로 우리의 입시경쟁에 대해서도 옹호할 것이다. 그러나 우파 경제학이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교육 전체와 경제교육에 비추어 보더라도 한국의 교육이 병적인 상태임은 너무 자명하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중환자나 다름없는 우리의 교육 전체와 경제교육에 대해 우파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손질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학문, 그리고 우리의 경제학을 어떻게 키워야 하고, 우리의 입시경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일 것이다.
  
  셋째, 학문이나 교육 전반이 아니라 중등학교의 사회 및 경제 교육 영역에 고유하게 나타나는 문제로서 사회과목들 사이의 가치나 이념 차이를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
  
  주류 경제학은 일관되게 인간은 이기적이며, 이기적인 인간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정치학이나 사회학 등은 통상 공공의 선이나 공동의 선을 강조하기 때문에 사회과목에서 이들 학문이 경제학과 만날 때 상호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이 우리의 경제교육이 안고 있는 또 다른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현행 경제교과서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다시 살펴보고 경제교과서에 대한 우파 진영의 비판에 내재된 허구성을 지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파의 선전공세에 대항해 경제교육과 경제학 연구의 방향을 바로잡고 대안적인 경제교과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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