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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느 쪽이 편향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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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과연 어느 쪽이 편향돼 있나?

[경제교과서 논란(4)] 교과서 비판의 사례

<고등학교 경제분야 교과서 내용 검토>(김종석 외 3인 공동작성, 2005년 10월 KDI, 경제정보센터 발간)는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개발연구원 등 5개 기관이 공동으로 학계에 의뢰해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5종의 내용을 검토하여 구체적으로 오류를 범한 세부내용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 코멘트하고 있다. 작성자들에 따르면 현행 경제교과서의 오류 및 문제점은 10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그 내용을 보면 부정확한 서술이나 해석, 단순한 문장오류 같은 기술적인 문제도 지적되고 있으나 '훈계적, 윤리지향적 내용', '자본주의나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 '비주류적인 해석, 좌파적 시각 또는 반세계화적 태도', '시민운동, 통일, 환경 등에 대한 편향적 태도' 등 네 가지 유형이 집중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런 유형에 속하는 오류로 지적된 것들 중 세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이 책에서 제기된 비판의 대부분은 사소한 것을 확대한 억지비판이거나 시장낙관론에 입각한 편향된 이데올로기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사례1>
  
  위의 책은 우선 현행 고등학교 경제교과서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인용한다.
  
  "탐구활동: 반세계화운동과 우리 경제의 선택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각양각색이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세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세계화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의 삶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본다. 첫째, 현대인들은 삶의 질 향상을 삶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으며 경쟁력 강화는 그 수단에 불과한데, 지금은 수단이 목적을 희생시키고 있다. 둘째, 노동자들은 창조와 진보의 주체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혁신의 객체로 전락하였다. 셋째, 범지구적인 무한경쟁은 자연과 인간의 파괴적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다른 하나의 목소리는 세계화 자체에는 동의하나 그 방향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의 세계화가 인터넷, 컴퓨터, 이동통신, 인공위성 등과 같은 것들에 이끌려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세계화가 거대 기업과 각국 정부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친지구적 발전, 가난한 나라에 대한 지원, 극빈자 구제 등에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료: ○○일보, 반(反)세계화의 두 목소리, 2001. 7. 28)
  
  1. 윗글에 제시된 두 가지 세계화 반대 논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세계화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 근거는 무엇인가?"

  
  이 부분은 '탐구활동'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신문을 인용하여 반세계화 운동을 두 가지로 유형화한 다음, 그와 관련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위 책의 평가에 대해 검토해보자.
  
  "그런데, 이어진 탐구활동 자료에서는 세계화에 대해 다분히 편향적인 반대 주장을 인용문의 형식으로 여과 없이 싣고 있다. 더구나 인용된 주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세계화가 삶의 질을 파괴한다거나 노동자들의 주체성을 희생시킨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거나 현실과 오히려 반대되는 것이다. '범지구적 무한 경쟁'이 파괴적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 역시 기본적인 경제원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반응이다. 세계화의 '옳은' 방향에 대한 두 번째 주장 역시 경제활동의 세계화라는 본래의 관심주제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이 평가에서는 세계화에 대해 하등의 부작용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필자들의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같은 이조차도 세계화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이 그저 "전혀 근거가 없거나 현실과 오히려 반대되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주장만이 펼쳐지고 있을 따름이다. 세계화의 옳은 방향에 관한 논의가 경제활동의 세계화라는 본래의 관심주제와는 무관한 내용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도대체 이것이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친 직업적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세계화를 필연적 추세로 인정하더라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본래의 주제와 상관이 없다면, 도대체 본래의 관심주제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건가?
  
  그 뒤에 이어지는 다음과 같은 평가도 살펴보자.
  
  "이 탐구활동 자료의 또 다른 중요한 문제점은 편향성이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경제원리적인 논거와는 거리가 있는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소개함으로써 학생들이 논리적으로 사안을 접근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점이다. 세계화는 다른 사회현상들과 마찬가지로 분명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에 미치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제' 교과서에서는 경제적 측면에 대해 논의를 집중하여 합리적 판단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평가는 위의 책뿐 아니라 전경련 주변에서 나오는 보고서들이 내세우는 전형적인 주장 중 하나다. 즉 '경제' 교과서는 경제논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세계화처럼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정치경제학적 현상을 경제논리에 입각해서만 설명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사례2>
  
  또 하나의 전형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탐구활동: 공기업의 민영화, 항상 바람직할 것인가?
  
  (가) 4358명의 교통부 직원을 57명으로 줄였다는 뉴질랜드 정부의 개혁 소문이 내게는 끔찍한 괴담처럼 들렸다. 공무원을 줄이면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줄게 된다. (중략) 예를 들어 버스노선 중 적자노선은 즉각 폐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산골 오지의 버스 통학생은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는가?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만이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니다. 일례로 스웨덴 정부는 경쟁력을 잃은 조선공업을 살리기 위해 1977~79년 사이에 조선공업 근로자 전체 임금의 120%를 업계에 보조금으로 주었으며, 정부고용을 늘려 1987년까지 전체 근로자의 약 33%를 정부부문에서 흡수하였다. (중략) 복지축소에 따른 생활의 불안을 절감하고, 개방과 경쟁의 논리에 기초하여 장관조차 외국인을 채용하는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똑똑한 젊은이들의 이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질랜드의 이야기는 우리가 배울 모범은 아니지 않는가? (○○○신문, 2001. 7. 7)
  
  (나) 지방공기업 대부분이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되어 주민의 세금을 낭비함에 따라 자치단체의 재정에 오히려 부담만 주고 있다. (중략) 심지어 일부 공기업들은 존속기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업무 수행을 이유로 매년 수억 원의 경비를 사용하면서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보, 2001. 4. 30)"
  
  이에 대한 위 책 필자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공기업의 성격과 기능에 대해서 설명하는 단원에 이어서 나온 위의 탐구활동 자료는 학생들로 하여금 공기업의 민영화 필요성에 대해 편향된 사고를 기르게 할 우려가 있다. 형식적으로는 (가)와 (나)에 대해 각각 공기업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의견과 찬성하는 의견을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나 반대논리는 내용도 길고 앞에 배치하였으며 '산골 오지의 버스 통학생은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학생들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감성적 호소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찬성논리는 상대적으로 무미건조하고 사례도 구체적이지 않다."
  
  이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다. 반대논리가 앞에 배치되었다고 해서 반대논리를 은연중에 강조한다는 식의 주장이나 찬성논리가 무미건조하다는 지적은 거의 견강부회에 가깝다. 그리고 "남은 업무 수행을 이유로 매년 수억 원씩을 낭비"하는 지방공기업에 대한 예가 암묵적으로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입장의 논리로 합당한 것인가?
  
  <사례3>
  
  이번엔 환경 문제와 관련된 사례를 들어보자. 고등학교 경제교과서에서 인용된 구절은 다음과 같다.
  
  "과연 환경과 개발은 양립할 수 있는가? 개발에 찬성하는 측은 환경과 개발이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증가하는 인구의 삶의 질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환경과 개발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과 개발의 양립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환경 친화적 개발'이 보여준 허구를 지적한다. 환경 친화를 표방하고 있으나 사실상 개발을 정당화하고 결국은 환경 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환경에 대한 서술은 위에서 든 예뿐 아니라 중간중간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과서의 말미에도 별도의 소절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에 경도된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의 예에서 제시되고 있는 환경친화적 개발의 허구를 주장하는 그룹은 환경주의자들 중에서도 극단에 치우쳐 있는 그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 교과서에 이들의 주장이 환경친화적 개발에 대한 주장과 양립하는 주장인 것처럼 소개되고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외부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환경문제를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 해결에 있어서도 비용과 편익의 개념에 바탕을 둔 서술을 하는 것이 합리적 경제원리를 학습하는 경제교과서에 부합되는 내용이 될 것이다."

  
  여기서 지적된 것은 위 책의 필자들이 유형화한 분류로 보면 '시민운동, 통일, 환경 등에 대한 편향적 태도'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시민운동, 통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든 견해'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사례는 환경과 개발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견해를 병행적으로 소개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위 책은 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평가의 두 번째 단락에서 스스로 지적했듯이 외부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시장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개념임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위의 책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된 경제교과서상의 서술과 그에 대한 위의 책 필자들의 평가 및 그 평가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잘못된 서술로 지적된 것들은 대부분 위 책 필자들의 강한 가치판단, 예를 들어 세계화나 시장경제, 소득분배 등에 대한 과도한 낙관적, 긍정적 견해에 기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현재의 경제교과서는 대부분 주류경제학의 경제원론 체계과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좌파적 시각" 운운하는 비판은 대부분 별다른 근거가 없거나, 조그만 서술을 침소봉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판단된다.
  
  현행 경제교과서가 경제문제를 보는 관점은 오히려 보는 이의 물질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 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 그 자체가 물질적 이해관계의 반영이라는 점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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