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우리 측 협상단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단 수석대표는 23일 오전 9시 협상장인 제주 신라호텔 한라홀에서 만나 가볍게 악수를 하는 것으로 협상 개시 선언을 대신했다.
앞으로 닷새 간 계속될 4차 협상 첫날인 이날엔 상품무역 분과, 농업 분과, 섬유 분과, 자동차 작업반,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투자 분과, 서비스 분과, 통신·전자상거래 분과, 통관·원산지 분과, 지적재산권 분과, 환경 분과, 총칙 분과 등 총 12개 분과 및 작업반의 협상이 진행된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우리 측 협상단은 '한미 FTA 4차 협상 개최'를 공식으로 알리며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의 요체가 되는 관세 양허안에 대한 협의에서 진전을 이룸으로써 협상의 모멘텀(추진력)을 키워갈 예정이며, 특히 공산품을 중심으로 향후 양허안 타결의 골격을 마련하기 위해 상호 비(非)민감 품목에 대해 우선적으로 절충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은 이어 "양측은 3차 협상에 이어 서비스·투자 유보안 내용에 대한 세부 협의를 진행해 실질적으로 유보가 필요한 분야들을 가려내고, 그 분야의 세부적인 유보 내용을 중점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정문의 쟁점과 관련해서는 이번 협상에서 이견이 크지 않은 쟁점들을 위주로 '가지 치기' 작업을 진행해 5차 협상부터는 핵심 쟁점의 타결에 협상력을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우리 측은 덧붙였다.
이번 협상이 북한 핵실험의 후(後)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양국 협상단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보다는 기술적인 논의나 상호 간 타협이 요구되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이번 4차 협상을 끌어간다는 것이 우리 측 협상단이 정한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측 협상단은 이번 4차 협상에서도 개성공단산(産) 상품의 원산지 문제가 "여전히 우리 측 관심사항"이라는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한미 FTA 원산지 분과 협정문에 '역외가공 방식' 조항을 넣어 북한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해 그동안 미국 측은 '한미 FTA에서는 개성공단의 'ㄱ'자도 꺼내지 말라'는 식으로 논의 자체를 거부해 왔다. 게다가 10.9 북핵 사태로 인해 개성공단과 관련된 우리 측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한편 우리 측은 4차 협상 기간에 상품 양허안이나 서비스·투자 유보안을 수정하는 일 없이 협상이 끝난 후 수정 양허안과 수정 유보안을 작성해 5차 협상 전에 교환하자고 미국 측을 설득할 방침이다. 5차 협상은 12월 4일부터 닷새 간 미국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23일, 25일, 27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협상 진행경과에 대해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도 2차례 브리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 협상단은 오는 11월 3일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非핵심 쟁점 타결, 非민감 품목 양허 협의"
한편 정부는 지난 18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측 협상단의 '한미 FTA 4차 협상 대응방향'을 확정했다.
정부가 21일 공개한 '4차 협상 대응방향'을 보면 우리 측이 세운 협상전략의 주안점은 △관세 양허안, 특허 공산품 관세 양허안의 골격을 마련해 전체 협상의 진전을 유도한다 △서비스·투자 유보안의 내용 및 상호 관심 분야를 명확하게 확인한다 △핵심 쟁점을 제외한 이견사항들에 대한 '가지 치기' 작업을 통해 5차 협상부터 핵심 쟁점의 타결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등 3개로 돼 있다. 이견사항들에 대한 '가지 치기'와 관련해 "4차 협상 후에도 각 분과 별로 회기 간 접촉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양허안의 협상과 관련해 우리 측은 "상품 양허안은 지난 13일 교환한 관심목록(request list)을 기초로 상호 양허안의 개선을 추진하고, 농업 양허안은 비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양허의 개선을 추진하며, 섬유 양허안은 섬유 세이프가드, 우회수입 방지 관련 문안에 대한 협의와 함께 비민감 품목부터 양허 개선 및 품목별 원산지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투자 유보안의 협상과 관련해 우리 측은 "실질적으로 유보가 필요한 분야를 가려내고, 그 분야의 세부 유보 내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며, 유보안 기재가 기술적으로 불필요한 것으로 확인되는 문안의 조정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은 "항공, 해운, 어업, 통신·방송,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 등 우리 측 관심사항의 반영을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부가 공개한 '주요 쟁점별 대응방향'이다.
[주요 쟁점별 대응방향]
상품무역 분야
o상품무역 협정문 내용에서 우리 측 관세 제도의 운영을 제한하는 내용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계속 표명 -다만 양자 간 교역 확대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합의도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
o자동차 관련 세제 폐지 요구에는 반대입장을 견지
o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에서 '약값 적정화 방안'의 연내시행 방침을 재확인하고, '약값 적정화 방안' 시행계획과 관련해 미국 측의 구체적인 입장에 대한 설명을 요구
o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의 기본적 운영방식에 관한 협의 진행
o섬유 세이프가드, 우회수출 방지 등에 대한 협의 진행 -미국 측 섬유 양허안 수준의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품목별 원산지 기준에 대한 협의를 추진
o원산지·통관 분과에서 기술적이고 중립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 도출을 추진하고, 양측 입장차가 큰 쟁점에 대해서는 상호 수용 가능한 타협안을 모색 -통관절차 간소화 및 신속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의
o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인정은 여전히 우리 측 관심사항이라는 입장 표명
o우리 측의 핵심 관심분야인 반덤핑 조치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기존 제안사항에 대해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미국 측의 긍정적인 검토를 촉구
서비스·투자 분야
o국제중재 절차 관련 분쟁해결 대상 범위의 축소 및 심리 절차의 공개 수준 협의
o서비스 유보안과 관련해 항공, 해운, 어업 등 우리 측 관심사항에 대한 미국 측의 전향적인 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미국 측의 우선적인 관심 내용을 파악
o전문직 비자 쿼터의 설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양국 간 전문직 분야 자격의 상호인정 추진을 위한 협의 메커니즘에 대한 세부내용 협의
o금융서비스 국경간 거래, 신금융서비스에 대한 양측 간 확인사항을 협정문에 반영하는 방안 협의 -일시 세이프가드의 도입에 미국 측의 원칙적 합의를 요구하면서 우리 측 제안 문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미국 측과 협의
o통신서비스 분야에서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 및 기술선택의 자율성 인정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
기타 분야
o경쟁 분과에서 우리 경쟁 관련 법 제도의 기본틀 내에서 공정한 경쟁여건 조성에 부합되는 내용은 적극 검토 -독점·공기업 관련 조항은 우리의 공공정책의 수행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미국 측과 협의, '기업집단(재벌)' 관련 각주 규정은 수용 곤란
o지적재산권 분과는 국내법 개정 논란이 예상되는 핵심 쟁점 이외의 여타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 가능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 -저작권, 상표권, 집행 보호 분야 중심으로 협의 예정
o노동 분과와 환경 분과에서는 노동 분야 공중의견 제출제도, 노동법과 환경법 집행 실패 시 분쟁해결절차 등에 대해여 신중하게 협상을 진행하면서, 국내 노동 및 환경 보호 수준의 강화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긍정적으로 협의
o투명성, 분쟁해결 등 협상 전체적인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다른 분과의 협상진행 내용을 감안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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